요즘처럼 찜통더위가 며칠째 이어지면 비 소식이 기다려집니다. 소낙비라도 시원하게 내려 더위가 한풀 꺾였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해집니다. 근데 불과 1달 전만 해도 지긋지긋 장마가 매일같이 비를 뿌렸습니다. 그때는 정말이지 비가 징글징글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 비들이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를 잘만 하는 것 같습니다.
비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때가 되면 하늘에서 내리는 수분 덩어리일 뿐입니다. 그런 비가 우리 일상에서 삶의 의미를 가르쳐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저마다 느끼는 감성은 그때그때 다릅니다.
비를 보며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의 소낙비는 더위를 달래주고요, 오랜 가뭄 뒤에 내리는 비는 단비라며 좋아합니다. 쨍쨍한 맑은 날에 잠깐 왔다 그치는 여우비를 보며 낭만에 빠지기도 합니다.
타닥타닥 땅바닥에 부딪히는 빗소리를 들으며 흔들렸던 마음을 잠시 진정시키기도 하고, 내리는 빗방울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됩니다. 비를 주제로 한 수많은 노래는 이미 우리 삶에 일부분입니다.
길거리에서 하루하루 장사하며 먹고사는 사람들은 이 비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요즘인데 비 오는 날은 오가는 손님마저 없으니까요.
두 손 가득 짐을 들고 가는 이들도 비는 반갑지 않습니다. 우산 들 손이 없어 비 맞은 생쥐 꼴이 되니까요.
오늘 새 옷과 새로 산 신발로 한껏 멋을 부린 사람을 이 비에 행여 버릴까 봐 조심조심합니다.
며칠이고 쏟아지는 장맛비는 짜증을 불러오고, 천둥 번개를 동반한 태풍은 두려움과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마음이 심란할 때는 처량하게 내리는 비가 마치 눈물 같아 우울에 빠지기도 합니다.
비는 삶의 의미에서 빠지지 않는 존재입니다.
어떤 때는 비가 내리기를 간절히 고대하고 또 어떤 때는 쏟아지는 비를 원망합니다. 때로는 이 비가 세상을 다 삼킬 듯한 극한 고통을 안겨주었다가 가끔은 빗속의 연인처럼 로맨스를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설레는 피크닉을 즐기려고 합니다. 근데 야속하게 쏟아지는 비가 달콤한 연애를 망칩니다. 야속하기만 한 이 비는 한줄기 비소식을 기다렸던 농부의 애타는 마음을 씻겨주는 고마운 비이기도 합니다.
인생은 언제나 파죽지세, 늘 승승장구였으면 좋겠습니다. 내 앞길에는 태양이 쨍쨍하기를 바라는 게 사람 마음입니다만 그런 인생이 어디 있겠습니까? 살아가다 보면 곳곳에 구름들이 생겨납니다. 그 구름들은 삶에 비를 뿌리고 때론 폭풍우를 몰고 옵니다. 거센 비바람에 지칠 대로 지쳤을 때 저 멀리 아름다운 무지개가 피어나며 삶의 희망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비바람 없는 삶이 어디 있을까라며 마음을 가다듬어 보지만 거센 비바람을 이겨내기란 만만치 않은 게 삶입니다.
비가 올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요?
잘 나가는 삶에 비가 내려 어느 날은 진흙탕에 빠집니다. 세찬 비바람에 잔뜩 몸을 웅크린 채 벌벌 떠는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비가 그칠 때까지 맞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우산을 쓰고 우비를 입고 빗속을 걷거나 잠시 비를 피해 있을 수는 있지만 비를 그치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도 세상살이는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합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죠. 이 비가 직접 가르쳐줍니다.
어떤 이들은 빗속을 기분 좋게 걸어가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비를 흠뻑 맞은 내 모습을 보며 원망만 합니다. 비가 내리면 옷이 젖을까 봐 조심조심합니다. 흙탕물이 튈까 봐 걸음도 쉽게 떼지 못하고요. 그러다 빗물에 옷이 젖고 흙탕물에 몇 번 튀고 나면 그다음부턴 부담이 없습니다. 이런 게 마음 비우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비 맞는다고 짜증만 내어본들 바뀌는 건 없습니다. 그럴 바엔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상쾌함을 느끼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비는 피할 수 없지만 상황은 즐길 수 있으니까요.
이런 의미에서 삶이란 폭풍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빗속에서도 춤을 추는 법을 배우는 거라고 합니다.
비가 개인 오후에는 마음이 상쾌합니다. 무작정 길을 나서고 싶습니다. 세상이 비에 씻겨 깨끗하게 보이니까요. 비가 온 후의 태양은 비가 오기 전보다 훨씬 더 아름답게 보입니다. 그래서 비는 세상에 반짝거림을 주는 자연만의 방법이라고 합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비가 내리면 빗물이 지표면으로 스며들어 흙 사이사이 벌어진 틈을 메우기에 땅이 굳어진다고 합니다. 흔히 어려운 일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쓰는 위로와 격려의 말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세차게 내리는 비라고 해도 언젠가는 그치기 마련입니다.
징그럽게 비를 뿌리는 장마도, 세상을 모두 날려 버릴 기세의 태풍도 끝이 있습니다. 삶이라는 여정에서 비가 온다면 고개를 숙이지 말고 오히려 고개를 들라고 합니다. 누구나 기다리는 희망, 희망의 상징 무지개는 비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무지개를 바라고 원한다면 이 비부터 참아야 합니다.
'어제의 비 때문에 젖지 말고, 내일의 비 때문에 오늘부터 우산을 펴지 마라'라는 말도 있습니다.
어제 내린 비 때문에 오늘 기분까지 젖어 있으면 오늘의 햇살을 즐기지 못합니다. 내일 비가 온다고 오늘부터 우산을 펴는 건 헛수고입니다. 시간만 낭비하는 꼴입니다. 근데 우리가 이런 모습은 아닐까요?
속상했던 어제 일로 오늘도 기분이 저기압입니다. 행여 별일 아닌 고민거리가 내일이면 크게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안면에는 수심이 가득합니다. 저기압의 기분, 수심 가득한 얼굴 모두 오늘 이 순간을 충실하지 못하다는 의미입니다.
어제는 어제 일뿐입니다. 내일은 올지 안 올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오늘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날이라는 사실, 잘 알면서도 왜 그럴까요?
삶을 살아가다 보면 비는 오기 마련이고 종종 비를 맞기도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한 비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 누구나 이러하니 내 삶 속에서 지금 비가 온다고 해도 너무 기죽을 필요도, 우울할 이유도 없습니다.
비는 반드시 그칩니다. 비가 그치면 찬란한 무지개가 뜰 거고요. 내 인생에 '쨍' 하고 햇빛이 비쳐 줄 날도 오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이 정도 비쯤은 맞으면서 춤을 춰 보는 건 어떨까요? 빗속에서 춤추는 법이 삶을 잘 살아가는 지혜라고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