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난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현생과 평행우주

by 공감의 기술

90년대 MBC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방영됐던 <인생극장>이라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당시 무명이었던 신인 개그맨을 일약 대스타로 만들어줄 만큼 인기절정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에피소드 한 편을 다시보기 했습니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주인공은 소매치기였습니다. 하루는 지갑을 훔쳤는데 지갑에는 달랑 500원짜리 동전 하나뿐이었습니다. 실망한 주인공은 마침 복권 가게를 발견하고 복권이나 살 생각을 합니다. 그 순간 허름한 차림의 할머니가 지갑을 두고 왔다며 차비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해옵니다.

'복권을 사서 1등이 되어 인생을 역전할 것인가?' 아니면 '비록 소매치기이지만 할머니를 도와 나중에 죽어 천당을 갈 것인가?' 이 두 가지 선택을 놓고 고민을 하다 "그래! 결심했어"를 외칩니다. 그러면 선택했던 대로 각각으로 갈라져서 달라진 인생 경로를 보여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간의 생은 삼생(三生), 전생, 현생, 후생으로 나눈다고 합니다.

현생은 말 그대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생'입니다.

종교나 철학적으로 자주 거론되기도 하지만 요즘 쓰이는 의미는 '현재 인생'. 자신의 실제 삶, 혹은 지금 해야 할 일 같은 자신의 본분을 뜻합니다. 학생에게 현생은 학교생활, 학업, 공부가 될 거고요, 직장인은 회사일, 주부는 집안일이 주된 역할입니다.

보다 넓은 의미는 이 세상의 일원으로 존재하는 하나의 생명인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내 곁에 있는 주변인들과 부대끼면서 살아가야만 하는 현실의 삶을 뜻합니다.

흔히 세상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사람 관계가 내 마음 같지 않다고 하듯 사는 게 고달플 때가 많습니다. 어깨 위에 짊어진 삶의 무게는 언제나 나를 억누르고 있고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방황하며 현생을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살다 보면 후회가 없을 수 없습니다. 현재의 삶, 현생이 고달플수록 후회를 더 많이 한다고 합니다.

'그때 그랬다면', '그 사람을 만났더라면', '그때 직장을 옮겼더라면'처럼 순간의 선택으로 말미암아 내 인생이 이렇게 꼬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후회가 지나치다 보면 이런 회의에 빠질 때도 있습니다.

'제대로 된 인생은 따로 있는데, 지금 나는 나쁜 버전으로 살고 있는 것 같다'라고 하면서요.


우주에는 1000억 개의 은하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 은하마다 약 1000억 개의 별이 있고요. 그럼 우리가 올려다보는 밤하늘에는 약 1000억 ×1000억 개의 별이 반짝이고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 지구 역시 그중 하나일 뿐이고요.

아직도 풀리지 않은 4차원의 세계가 있습니다. 과거와 미래를 왔다 갔다 하며 시공간을 초월하는 세계라고 합니다. 어쩌면 4차원보다 더 고차원의 세계도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 광활한 우주에 시공간이 겹쳐진 또 다른 세계가 있을 것만 같지 않습니까? 우리가 아직까지 모르는 수수께끼의 세계 말입니다. 이른바 평행우주(平行宇宙) 이야기입니다.

SF 영화에서나 등장하며 상상의 세계라고 여긴 평행우주, 놀랍게도 2020년 5월 NASA의 과학자들이 평행우주를 발견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보도되지 않았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놀라운 소식으로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평행우주에는 자기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뿐만 아니라 평행선상에 위치한 또 다른 세계가 있습니다. 이 세계는 서로 고립된 채 무한히 존재하는 미지의 세계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평행우주론이란 쉽게 말해 선택에 따라 각각의 무수한 세계가 존재한다는 이론입니다.




평행우주를 나무에 비유해 봅니다.

같은 뿌리에서 시작된 나무는 어느 지점에서 가지가 갈라집니다. 갈라진 여러 개의 가지 중에 위로 뻗은 가지는 햇빛을 많이 받아 무럭무럭 자라는 반면 밑으로 처진 가지는 빛이 없어 시들시들 근근이 붙어 있습니다. 이처럼 가지는 다들 독립적으로 살아갑니다. 평행우주에서 사는 각각의 나라는 존재도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실에서 투자를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온 식구가 뜯어말려서 하지 않고 지금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내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주의 무수한 평행세계 중 한 곳에선 즉흥적으로 식구들 몰래 투자를 해서 성공을 거둔 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투자에 성공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계가 있는 반면 더 큰 투자를 했다가 쪽박 차는 신세로 전략한 내가 있는 세계로 다시 나누어질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선택할 때마다 갈라짐이 있습니다. 엄청난 횟수로 갈라지기 때문에 평행우주는 거의 무한대의 수가 존재합니다.


결론은 평행 우주론에 입각해보면 이 광활한 우주에는 무수히 많은 내가 살고 있다는 거죠. 그리고 오늘 이곳을 사는 나는 수많은 또 다른 나 가운데에서 지금 이 순간을 대표하는 존재입니다. 이렇게 생각을 하니 내가 사는 이 세계가 왠지 묵직해지지 않나요?


'현생 참 살기 힘들다'라는 말을 자주 쓰며 살아갑니다. 살기 팍팍한 세상이고 경제 성장도 예전보다 활발하지 못해서 자신의 꿈을 접는 젊은이들이 많은 게 현생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현생을 혐생(嫌生, 혐오스러운 현생)이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다음 생은 부잣집 강아지로 태어나고 싶다는 웃픈 이야기도 종종 들립니다.


평행 우주론을 설명하던 친구가 이런 말을 합니다.

가끔 사는 게 힘들고 지겨울 때, 또 내가 나인 게 너무 싫어질 때, 그래서 여기를 벗어나고 싶을 때는 평행우주를 생각한다고 합니다.

지금 여기 힘든 이곳 말고, 지금 여기서 힘들어하는 나 말고 또 다른 나는 어느 다른 세상에서 지금 여기 나와는 다르게 행복을 누리고 있을 거라고 말이죠.

이렇게 생각하면 좀 안심이 된다고 그럽니다.


수많은 또 다른 내가 있어본들 여기 지금 삶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습니다. 어차피 또 다른 내가 사는 시공간에 갈 수 없으니 모르는 건 마찬가지이니까요.

하지만 평행우주론이 시사하는 바는 우리는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주는 나뭇가지가 갈라지며 뻗어 나가듯 무한한 평행우주들로 분화해 나간다고 했습니다.

같은 나무에 갈라지는 가지가 모두 똑같지는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더 곧고 튼튼한 가지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더 좋은 의도와 마음을 가지면 그 우주 역시 더 높은 확률로 지금 나를 선택해서 더욱 튼튼하게 뻗어나가게 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열정과 에너지로 살아간다면 범우주의 기운이 나를 도와준다고 하듯 말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여기에 오늘을 살아가는 나의 선택과 의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나는 다른 평행우주에서는 행복하게 살고 있을 수도 아님 여기보다 더 불행하게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무수한 또 다른 내가 존재하는 평행우주 가운데 오늘 여기를 살아가는 지금의 나.

혐생은 다른 평행우주로 던져 버리고 현생을 멋지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무수히 많은 나라는 존재가 모두 행복하게 살면 다행이지만,

어느 곳에서는 불행의 나락에서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 사는 현생, 내가 살아가는 여기에서는 어떤 어려움이든 멋지게 이겨내는 모습은 내가 만들 수 있으니까요. 하늘을 향해 씩씩하게 뻗어가는 나뭇가지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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