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 말을 했을까? 나를 우습게 보는 건가?'
'무슨 의도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 걸까? 혹시 나를 떠보는 건가?'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사사건건 붙들고 늘어지면서 지질해질 때가 있습니다.
'오늘 뭐 먹지?' 이런 보통의 생각을 시작으로 '이게 맛이 있니 없니' 잡생각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다 '앞으로 뭘 해 먹고살아야 할까?' 먹고사는데 필요한 고민까지 불러옵니다. 한 끼 먹으려는 생각이 과대 포장되어 앉아서 누워서 일하면서 잠이 들면서 끊임없이 머릿속을 소란스럽게 만듭니다.
지나치다 우연히 들은 출처 불명의 '카더라' 소문, 불현듯 스쳐 지나가는 불길한 생각들이 잔잔했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듭니다. 게다가 내 말과 행동 하나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신경을 씁니다. 생각에 생각의 꼬리가 물고 물려 마음 편할 날이 없는 남자, 그래서인지 두통을 달고 삽니다. 생각 속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그를 보며 선배가 말합니다.
"굳이 따지자면 자네 병명은 생각 중독일지도 몰라"라고요.
생각 중독이라는 말에 코웃음을 쳤습니다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요즘 세상에 다들 그 생각 중독으로 적지 않게 시달리고 있지 않을까요?
하루에도 몇 번이고 엎치락뒤치락합니다. '전쟁이냐, 평화냐', '죽느냐 사느냐', 사랑이냐 복수냐' 같은 거창한 대의명분들 사이가 아니라 '먹을 것이냐, 참을 것이냐', '운동을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일할 것이냐 제낄 것이냐', '이것을 살 것인가 저것을 살 것인가' 이런 자질구레한 욕망들 틈에서 갈등합니다.
일상에서 달고 사는 번민이라는 게 게으름과 탐심 사이에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살고 잘 놀아볼까? 정도의 고민이 대부분입니다만 그런 고민도 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갈림에 서면 결단은 만만치 않습니다.
이렇게 하자니 저게 마음에 걸리고, 저렇게 하자니 이게 아쉬움이 드니 속에서는 소음과 잡음만 무성해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나고 나면 어떻게든 되어 있습니다. 다들 오늘은 살아내고 있으니까요.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 최대 7만 가지의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그중에는 4만 5천 번의 크고 작은 의사결정이 들어있다고 하고요. 그런데 이 생각과 선택에는 긍정적인 요소보다 부정적인 요소가 훨씬 많다고 합니다. 고민이 떠오르면 머리부터 아파지는 이유가 이래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말 한마디, 쓸데없는 행동에 일일이 의미를 부여하며 물고 늘어졌다 혼자 걱정을 사서 하곤 합니다. 그럴 때는 생각을 가차 없이 내려야 합니다. 오늘 영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셔터를 단번에 내리듯이 생각의 셔터도 시원하게 내려버리는 거죠.
의외로 세상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그저 그런 나에게 각별히 신경 쓸 사람도 없을 거고요. 다들 각자 먹고사는 일에 바빠 그런가 보다 무심히 넘어갈 뿐입니다. 나 자신만 해도 눈앞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신경 쓰고 있지 않듯이 말이죠.
그러니 괜히 남들의 의도를 지레짐작하고 별거 없는 일에 촘촘히 의미 부여하는 과대평가로 생각 중독에 빠지는 일은 삼가야겠습니다. 왜냐면 엄청 피곤한 일이니까요. 차라리 생각의 셔터를 쫙 내리고 푹 쉬는 게 훨씬 이롭습니다.
지금 어떤 것들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늘 좋은 면을 바라보며 긍정적인 생각만 하고 살 수는 없겠지만 멀리서 불어오는 따스한 봄바람의 힘을 빌려서 좋았던 순간들, 행복했던 순간들 한번 떠올려 보시죠.
하루에 7만 가지 하는 생각들 가운데 부정적인 요소가 더 많아 번민하는 우리, 그렇다면 긍정적인 생각이 떠오를 때 이 생각을 조금 더 길게 하시면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덜하게 되지 않을까요?
기분 좋고 흐뭇한 장면들이 떠오른다 싶으면 계속 붙잡으시길 바랍니다. 그 생각을 되도록 길게, 아주 오래 즐기다 보면 생각 중독에서 벗어날 테니까요.
부정적인 스토리로 과대 포장한 생각은 뭐든지 일단 멈추고 생각의 셔터를 내려버리는 순간 마음 편한 자유를 누리실 수 있습니다. 생각이 바뀌면 운명도 바뀐다는 명언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