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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Jun 03. 2022

보상심리, 나를 가엽게 여기는 마음부터 비워라

 금주의 약속도 깨뜨리고 술에 취해 늦게 귀가한 남편, 도끼눈을 한 아내에게 혀 꼬인 목소리로 횡설수설합니다.

 "오늘 너무 힘들었어, 그리고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안 마실 수 있어? 사는 게 허무하잖아." 


 악착같이 돈을 모으기로 결심한 나, 아끼고 또 아끼며 살던 어느 날 로망이었던 물건을 본 순간 마음 한구석에서 은밀한 유혹이 속삭입니다.

 "돈 버느라고 심신이 지쳤으니까 사고 싶은 거, 하나쯤은 사도 돼." 


 이미 여러 번 써먹은 레퍼토리를 읊어대고, 달콤한 유혹 앞에 넘어가기 일쑤입니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말처럼 사람에게는 구실이 필요합니다. 구차한 변명이라고 타박을 들을지 몰라도 일단은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나름의 합당한 이유를 대고 싶어 합니다. 다름없는 소중한 나 자신을 위해서 말이죠.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짭니다. 이번만큼은 하늘이 무너져도 기필코 해냈다는 굳은 다짐도 빠지지 않습니다. 일분일초를 아껴가며 목표를 향해 정진합니다. 꽉 짜인 일과표를 빠짐없이 해치우고 성공의 습관인 루틴을 만들어 보려고 고군분투합니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애도 씁니다.

 쉬지 않고 소처럼 일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성공을 위해 착하다는 칭찬으로 둔갑한 희생도 불사합니다. 이대로만 쭉 하면 목표 달성은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마치 목표 달성이 눈앞에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사람 일이 어디 뜻대로 다 되던가요. 하루 이틀 바싹한다고 알아주는 사람 없고, 한두 달 열심히 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 무슨 일이든 이루려면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니까요.

 돌고 돌아도 제자리인 회전문 같은 일상에 점점 지치고,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에 치인 자신이 불쌍해 보입니다. 성공의 습관이라는 루틴이고 뭐고 타이트한 여기를 벗어나 의외의 시간을 누리고 싶어 합니다.

 원 없이 먹고 마시고, 정신없이 놀고, 미친 듯이 쇼핑하고, 땅에 착 달라붙은 게으름도 피우고. 월화수목금금금 쉼 없이 하루하루 성실함을 버리지 않았기에 잔꾀를 피우고 싶은 구실, 어쩌면 당연한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한때 유행했던 광고 문구처럼 미련 없이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현실은 언감생심입니다. 여기저기 옭매여 그럴 수 없는 자신이 안쓰럽습니다.

 나를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은 자비를 불러옵니다.

 '딱 한입만' 먹겠다던 자제는 '한 입만 더', '딱 한 잔만' 마시겠다던 절제는 '한 잔만 더'라며 자신에게 관대해집니다.

 나를 가엽게 여기는 관대함은 명분으로 둔갑합니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는 금과옥조를 되새기고, 어느새 강림한 지름신은 열심히 일한 나를 보상하는 거라고 다독입니다.

 금과옥조가 핑계일지라도, 자고 일어나면 지름신을 원망할지라도 지금 이 순간은 선물 같은 시간이기에 후회 없이 시원하게 지릅니다. 인생은 자기만족이라는 대의명분을 구실 삼아서 말이죠.  




 핑계를 대는 자신이 한심하고, 지름신의 강림에 후회를 하고 있는 자신을 만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무너진 결심 앞에 '나는 이것밖에 안 되는 건가' 자괴감이 듭니다. 한 번에 무너진 결심은 어디서부터 다시 해야 할지, 다시 시작한다고 그리 달라질 것 같지 않아 답답하기만 합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새해 다짐도, 용두사미처럼 흐지부지되는 결심도 열심히 달렸다가 또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도돌이표 같습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거나 돈을 잘 모으고 싶다면 '나를 가엽게 여기는 마음부터 비워라'라고요.

 스스로를 딱하게 여길수록 맛있는 거 하나라도 더 먹여주고 싶고, 새로운 물건이라도 사주고 싶은 생각, 이른바 보상심리가 강하게 들기에 고비를 넘기지 못한다고 합니다. 


 고생하는 나를 안타깝게만 여기는 마음, 그 마음의 방향을 이제 바꿔 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인정받으려고 거절을 못 하고 자초한 일, 이제부터 소처럼 일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소처럼 일한다는 칭찬을 받을수록 내 몸만 망가지기 십상이니까요. 그럴 시간에 자신만을 위한 온전한 시간을 가지라고 합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늘 양보하면서 들었던 착하다는 말, 더 이상 듣지 않아도 큰일 나지 않습니다. 착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할수록 내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으니까요. 거절해도 후회, 거절 안 해도 후회가 된다면 거절해서 하는 후회가 낫습니다. 거절하지 못해 생기는 후회는 훨씬 오래 남고 두고두고 자신을 괴롭히니까요.  


 열심히 사는 나를 진심으로 좋아해 주는 다른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 시작은 '이만큼은 애쓰고 바쁜 건 다행이다'라는 생각으로 수고를 쿨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라고 합니다. 기분을 들뜨게 했다가 곤두박질치는 생각들을 내려놓고 내가 원하는 바람이 어디까지 왔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마음을 다스리면서 말이죠.

 보상심리라는 이름으로 유혹의 손길이 뻗칠 때는 냉정한 현실을 마주하게 합니다. 아직도 축 늘어져 있는 뱃살, 지름신이 저지른 텅 빈 잔고를 보면 보상심리가 싹 달아날 테니까요. 




 올해도 벌써 반환점을 항해 달려갑니다.

 새해 다짐이 슬슬 무너지는 분들에게 귀띔해 드리고 싶습니다.

 올해 목표는 순항 중이신가요? 


 새해 목표가 가물가물해진 2022년의 중간, 흐트러진 나 스스로를 향해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집니다.

 S라인은커녕 d자인 몸매를 보면서 보상은 그만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럴싸한 자기 합리화나 다름없는 보상심리는 이제 그만, '살 좀 빼!'라고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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