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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Jun 24. 2022

두더지 게임과 건강검진

건강하게 오래오래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80-90년대, 학교 앞 문구점이나 오락실, 야구 연습장 입구에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삼삼오오 모여 정신없이 하던 게임기가 있었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물론 웬만한 관광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었고, 지금은 가정용 기기로 등장할 만큼 인기 많은 게임기입니다.

 제한 시간 안에 8개 내외의 구멍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이른바 갑툭튀 하는 두더지 머리를 구멍에 다시 들어가기 전에 망치로 정확하게 내리치는 두더지 게임입니다. 


 처음엔 두더지가 한 마리씩 천천히 올라오다가 속도를 점점 높입니다. 그러다 얼마 동안은 잠잠하게 있어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이번엔 한 마리가 아니라 2-3마리가 동시다발적으로 튀어나와 사람을 당황하게 만듭니다. 두더지를 많이 때려잡으면 시간을 연장해 주고 한 번 더 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으니 눈을 부릅뜨고 인정사정없이 빨리, 있는 힘을 다해 세게 내리칩니다.


 내리치는 망치에 두더지가 제대로 맞으면 '아야, 아파요'하는 애교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두더지를 많이 때려잡을수록 '여보세요? 잠깐만요!"라고 해 웃음을 주기도 합니다. 심지어 "못됐다. 진짜" 같은 험악한 멘트도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별 탈이 없어 무심하게 지내 왔는데 갑자기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 주위를 기울여야 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정신이 번쩍 듭니다. 마음가짐을 새롭게 먹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한동안 신경을 써서 관리했더니 이제는 많이 좋아졌다며 걱정할 필요 없다는 말을 듣습니다. '다행이다'라며 안심하지만 그래도 어찌 될지 몰라 방심은 금물입니다.

 일 년에 한 번씩 내 몸은 건강한지, 위험요소는 없는지 확인해 보는 건강검진 이야기입니다. 


 건강관리라는 게 두더지 게임을 닮았습니다.

 하나를 치면 다른 하나가 올라오고 또 하나를 치고 나면 전혀 뜻밖의 곳에서 불쑥 튀어나와 사람을 놀라게 합니다. 한동안 보이지 않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고, 갑자기 둘씩 올라와 신경을 곤두서게 합니다.

 우리 몸도 그렇습니다. 여기가 괜찮아졌다 싶으면 저기가 말썽을 피우고 대체로 나아졌다 싶으면 이쪽저쪽에서 또 다른 문제가 불쑥 튀어나오곤 합니다. 잠잠하다고 절대 안심해서도, 좋아졌다고 결코 자신해서는 안 되는 게 건강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신경 쓰고 관리하는 것만큼 좋아지기도 하고, 미리 조심하는 노력만큼 사전에 예방할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두더지가 '아파요', '너무해' 한다고 내버려 두면 게임은 그대로 끝나버립니다. 건강도 마찬가지이겠죠.

 아프다는 신호를 얼른 눈치채고 고쳐야 인생이 그나마 굴러가지, 외면하다가는 인생이 한방에 골로 갈지도 모를 일입니다. 굴러가느냐 골로 가느냐, 한 끗 차이이지만 생사가 왔다 갔다 합니다.  




 내 몸 어딘가에 갑자기 툭 튀어나올지 모르는 위험을 건강관리를 미리미리 받으면서 조금씩 고쳐서 씁니다. 생활습관을 바꿔가면서 쓰고 그것도 모자라면 약을 먹고서라도 씁니다. 천하를 다 얻었다 한들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없는 일, 하나뿐인 내 몸을 오래오래 잘 쓰고 싶으니까요.

 제한 시간이 끝난 두더지 게임, 열심히 때려잡아 아팠을 텐데 마지막엔 이런 인사를 잊지 않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병장수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백 세 인생인 요즘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습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삶입니다. 언젠가는 끝나게 되겠지만 그때 우리도 기분 좋게 우리 몸과 마음에게 이런 인사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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