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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Sep 02. 2022

오늘도 조심, 나중에 후회하느니 지금 조심하는 게 낫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봄바람에 기분이 상쾌합니다. 움츠렸던 어깨를 쫙 펴고 달달한 봄기운을 만끽하려는데 낭랑한 목소리의 아나운서가 이런 멘트를 날립니다.

 "오늘은 황사에 미세먼지까지 나쁜 수준이니 각별히 조심해야겠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서있기만 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집니다. 바다로 계곡으로 하다못해 풀장을 향해 풍덩 뛰어들려는 아이, 그걸 본 엄마가 큰소리를 외칩니다.

 "물 조심해!"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 가을은 마음을 센티멘털하게 합니다. 오버 깃을 세우고 낙엽 밟는 소리를 들으며 사색에 빠지려는 찰나 불청객이 나타나 이런 말을 건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겨울이 되면 화재가 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라고 합니다. 화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빨간색의 소방차, 그 소방차를 보면 단연 이 표어가 따라붙습니다.

 "자나 깨나 불조심"  




 사시사철, 일 년 열두 달 조심하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어릴 때부터 조심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나보다 큰 가방을 메고 학교 가려고 나설 때마다 부모님은 늘 같은 당부를 하셨습니다.

 "차 조심해라"

 처음 보는 아저씨가 맛있는 거 사준다고 덥석 따라가면 절대로 안 된다며 이렇게 말씀하셨죠.

 "모르는 사람 조심!"

 오래된 동네를 걷다 보면 무시무시한 팻말을 써 붙인 대문을 보곤 했습니다.

 "사나운 개 조심" 


 일상 곳곳에도 우리 몸과 마음은 조심할 게 참 많습니다.

 깨질지 모르니 유리 조심, 미끄러우니 바닥 조심, 재수 없게 빠지면 나만 손해이니 맨홀 조심,

 낄 수 있으니 손 조심, 부딪칠 수 있으니 머리 조심, 무거울 수 있으니 허리 조심,

 있는 돈 다 날리면 깡통 찰 지 모르니 투자 조심. 


 어디 그뿐입니까?

 모든 재앙은 입으로부터 나오기에 함부로 입을 놀리거나 듣기 싫은 말을 하지 말라는 말조심도 있고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처럼 믿었던 사람이 배신하고 뒤통수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니 모르는 사람뿐만 아니라 아는 사람까지도 조심하라고 합니다.

 인생 한방을 노리다 한방에 훅 갈지도 모를 일, 건강은 자신하는 게 아니라 조심하는 거라고 하죠.  




 잘못이나 실수가 없도록 말이나 행동에 마음을 쓴다는 조심(操心),

 ‘조심’은 바깥을 잘 살피라는 말이지만, 원래는 마음을 붙든다는 뜻이 있습니다. ‘조심’은 마음을 잘 붙들어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는 의미입니다. 마음을 놓쳐 중심을 잃으면 내 인생은 다른 무언가에 의해 휘둘리기 십상이니까요. 


 그래서일까요? 마하트마 간디는 인생에서 조심해야 할 5가지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생각을 조심하라. 왜냐하면 그것은 말이 되기 때문이다.

 말을 조심하라. 왜냐하면 그것은 행동이 되기 때문이다.

 행동을 조심하라. 왜냐하면 그것은 습관이 되기 때문이다.

 습관을 조심하라. 왜냐하면 그것은 인격이 되기 때문이다.

 인격을 조심하라. 왜냐하면 그것은 인생이 되기 때문이다."라고요.

 생각부터 조심해야 말도, 행동도, 습관도, 인격도 흔들리지 않아 바르고 온전한 자신만의 인생이 된다는 의미이겠죠.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이 된지는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다들 먹고사는 문제에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원칙은 흔들리고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경쟁에서 오늘도 고군분투하며 살아갑니다.

 온갖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조심합니다만 세상을 살면 살수록 조심할 게 줄어들지가 않습니다. 먹고살기는 편해졌지만 내면은 점점 삭막해져 가는 것도 이런 이유일 테죠.  




 '이까짓것쯤이야' 만만하게 여겼던 일들이 어느 순간부터 감당하기 버거운 무게로 다가옵니다. 조심한다고 하는데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겠고 행여 잘못되는 게 아닌가 싶으면 덜컥 겁이 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건 조심, 또 조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영어 속담에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Better safe than sorry"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 지금 조심하는 편이 낫다는 표현입니다. 유비무환이라고 하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어릴 때 어르신들이 늘 당부하시던 말씀,

 "조심해라, 조심해서 다녀라."

 그 말씀 그대로 내 아이에게 당부하고 있습니다.

 "조심해라, 뭔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오늘도 조심 또 조심입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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