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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Oct 14. 2022

헤쳐 나간다는 건,

 하기 싫은 공부를 한답시고 의자에 앉아 있는 아이, 선생님은 열공을 독려하며 한마디 하십니다.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갖고 싶은 걸 다 못 갖고, 놀고 싶을 때 실컷 못 노는 아이는 이런 다짐을 합니다.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면 반드시 성공해서 내 마음대로 할 거야" 


 그때는 몰랐습니다. 내가 열심히만 하면, 나만 최선을 다하면 안 되는 일은 없는 줄 알았습니다. 적어도 나는 뭘 하든 잘 될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빠지곤 했습니다.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어른이 되어 성공하려면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헤쳐 나가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니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늘 행복하기만 하다면 얼마나 기분 좋을까?'

 '늘 평화롭기만 하다면 얼마나 마음 편할까?'

 '하는 일마다 승승장구한다면 얼마나 뿌듯할까?'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쳐 듭니다만 현실은 그럴 리도, 그럴 수도 없습니다.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일이 한순간에 엉망이 되고, 파죽지세로 달려간 길이 엉뚱한 곳이기도 합니다.

 쭉쭉 뻗은 평탄 대로를 달리고픈 소망과 달리 빙빙 돌아가고, 돌아가다 꼬이고, 가다 아니 간 만 못한 경우도 허다합니다.

 갖고 싶은 걸 가지려고, 하고 싶은 걸 해보려고 오늘도 이리저리 뛰어다니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오늘이 힘들면 내일은 좀 낫겠지 하는 기대와 달리 내일은 더 힘들고, 술술 풀리는 날보다는 안 풀리는 날이 더 많습니다. 앞에서 웃어주는 사람보다 뒤에서 비아냥대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 내일은 불행을 불러올지 모르고,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미련을 놓지 못해 점점 곤경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1 더하기 1은 2, 철석같이 믿었던 답이 정답이 아닐 때가 있습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 사랑을 하면 하나가 되고, 서로 합심하면 3 그 이상의 불가사의한 힘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욕심을 부리면 제로가 되어 본전도 못 건집니다. 물과 불처럼 말이죠.

 굳게 다짐했던 결심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변치 않을 거라 믿었던 사람이 옛사랑이 되고, 확신했던 일이 어이없게 망친 적도 드물지 않게 겪었습니다. 


 착하게 살아야 인정을 받고, 주는 것보다 먼저 베풀어야 복을 받고, 채우기보다는 비울 줄 알아야 편안해진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살다 보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믿음이 처절한 배신으로 돌아와 실망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살다 보니 그렇지 않던가요?

 남아 있는 젖 먹던 힘까지 짜내도 나오는 건 한숨뿐이지만 그런다고 바뀌는 건 없습니다. 불평불만을 토로한들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옵니다. 그러한들 어쩌겠습니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요. 


 세상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을 할 땐 이런 응원을 주고받곤 합니다.

 "지금 힘들어도 헤쳐 나가야 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당당히 헤쳐 나가야지!"라고요.

기운 내라는 응원을 받는다고 꼬였던 문제가 갑자기 풀리다든지 막혔던 길이 뻥 뚫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헤쳐 나가야 하는 운명 앞에 서로를 다독이는 응원 메시지는 그래도 지금 잘해나가고 있다는 안도감을 가지게 합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으니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그래서 인생을 헤쳐 나가는 거라고 표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거창한 목표를 향해, 대단한 업적을 쌓는 일이 아니더라도 헤쳐 나가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저절로 힘들이지 않고 스르르 되는 일도 없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하니까요.

 남들이 하면 참 쉬워 보이는데 내가 하려면 힘이 드는 것, 그 또한 인생이 아니던가요? '인생 참...'이죠. 


 살다 보면 많은 벽들을 만나 부딪히고 자빠지고 돌아서곤 합니다. 

 특히나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넘사벽을 앞에 두고 용기를 내어 몇 번이고 덤벼들었지만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되돌아가야 할지, 다른 길을 가야 할지, 다시 시도할지 망설입니다.

 근데 넘기 힘든 벽일수록 한 번만 넘어서고 나면 그 벽은 나를 지켜주는 성벽이 되어 줍니다. 그럴 땐 인생 참 뿌듯하죠? 


 생각대로 되지 않고 말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인생입니다. 그래서 좌절도 하고 원망도 하지만 그럼에도 제대로 된 방향으로 한 걸음씩 꾸준히 헤쳐 나가다 보면 어느새 내공이 쌓인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런 게 알 수 없는 인생의 묘미 아닐까요? 


 인생 뿌듯하게 하는 그 묘미를 위해 오늘도 거침없이 헤쳐 나가야겠죠. 파이팅 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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