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이 기분 나쁘게 했나? 그럼 어쩌지?"
"혹시 내가 실수라도 한 거 아냐? 찝찝하네."
평소 하던 행동 하나, 별생각 없이 던진 말 한마디였을 뿐인데 상대방의 표정 변화에 따라 이래저래 마음이 쓰입니다. 괜한 실례라도 하지 않았나 싶어서 말이죠.
"저 사람 행동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 그런데도 얼굴색 하나 안 변하네."
지나고 나면 그냥 눈감아줄 걸 싶은 실수들인데 그 순간은 참지 못해 따져 묻고 몰아붙입니다. 말로 하지 못하면 얼굴로 티를 팍팍 냅니다. 그런데 사람 일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똑같은 실수를 그대로 내가 할 때도 있으니까요.
아무리 사람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하지만 하루에도 이랬다 저랬다를 여러 번 하고, 같은 실수를 번갈아가며 하는 걸 보면 만물의 영장이 맞나 싶습니다. 그럼에도 생각은 참 많습니다. 어제나 오늘이나 그 생각이 그 생각, 별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문제는 인생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거죠.
'다시는 걱정하지 말아야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하는 다짐도 걱정,
'이제 잡생각은 그만!' 그렇게 굳게 마음먹는 결심도 알고 보면 잡생각입니다.
입에 거품을 물고 말해봤자 들을 생각도 하지 않는 녀석에게 더는 참견 안 하겠다고 씩씩거리는 것도 참견입니다.
죽고 사는 문제 아니면 신경을 딱 끊어야겠다고 선언해 놓고도 여전히 신경 쓰고 있는 우리, 이래저래 사는 게 참 피곤합니다.
나라를 구할 결단도, 생사가 걸린 문제도 아닌데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그놈의 걱정, 걱정, 잔걱정들.
이러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돌아서면 다 거기서 거기인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 거라고 별의 별별 생각에 빠져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며칠 지나면 무엇 때문에 그리 머리를 싸매고 있었는지 까마득히 잊어버릴 거면서 말이죠.
걱정을 떨쳐내지 못하고 사는 우리에게 미국의 처세술 전문가인 데일 카네기는 이런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근심 걱정 없는 상태라는 게 과연 있을 수 있을까요? 차라리 근심 걱정을 좀 하는 게 정신건강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어떻게 보면 근심 걱정이 없는 그것이야말로 매사 무감각하고 공감 능력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니까요."라고요.
근심 걱정 없는 일상을 바라지 말라는 의미, 차라리 그럴 바엔 그러려니 받아들이고 살자는 이야기입니다.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까 불안해하고, 무얼 하든 잘못될까 조마조마합니다. 뭐든 남들보다 더 잘하고 싶어 늘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우리, 그래서인지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뻣뻣한 모양으로 살아간다고 합니다.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숨 한번 제대로 내쉬지 못하고 사방을 두리번두리번하면서 말이죠.
'사는 건 힘 빼기'라는 말이 이래서 나왔는가 봅니다. 꽉 쥐려고만 하던 생각을 그러려니 하며 놓아주면 뻣뻣하게 들어갔던 힘이 풀리고, 긴장에서 벗어나 한숨 돌릴 수 있을 테니까요.
돌고 도는 세상살이에 어디 그저 주어지는 게 있나요?
내가 한 만큼 주어지고 내가 주는 만큼 받고 힘을 쏟은 만큼 내 몫이 떨어집니다. 대가를 얻으려면 고생을 사서라도 해야 합니다.
뜻대로 척척 되기는 고사하고 일이 뱅뱅 꼬인 적이 어디 한두 번이었나요?
그러한들 세상은 흔들림 없이 돌아가고 일상은 변함없이 굴러가기 마련입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듯이 말이죠.
세상 이치가 그렇지 않나요?
달이 차면 기울고, 비 오는 날이 있어야 맑은 날이 있듯이 기쁨을 누리려면 고난쯤은 겪어야 하는 게 당연합니다. 세상 일이 의도한 대로 되지 않을 때가 훨씬 더 많아 실망스럽지만 그럴 때도 그러려니 둥글게 살아가라고 합니다. 세파에 깎인 둥근 조약돌처럼 깎인 만큼이나 내공은 쌓였을 테니까요.
퇴근하는 게 좋으니 출근하는 것이고, 휴식을 백배 누리기 위해 일을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는 일에 좋은 결과를 내고 싶으니 기꺼이 고생도 감수하고, 돈 쓰는 게 좋으니 돈을 버는 것이고, 마음껏 먹는 게 좋으니 운동도 열심히 합니다. 주말이 기다리고 있으니 또 한주일을 쉼 없이 달리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이 없고, 사람들이 다 내 마음 같지 않다고 투덜대 본들 바뀌는 건 없습니다. 그럴 바엔 '그럴 수도, 그럴 때도 있지' 하며 내 마음을 달리 먹는 게 여러모로 이롭습니다. 데일 카네기의 조언처럼 안달복달하지 말고 그러려니 하면서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사소한 실수, 오늘 눈앞에서 벌어진다면 넓은 마음 좀 가져봐야겠습니다.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웬만하면 그럴만하다고 너그럽게 넘어가는 아량도 베풀면서 말입니다.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부드럽고 상냥하게 대할수록 더 수월한 하루가 되고 뻣뻣한 세상도 한결 부드러워질 테니까요.
사연 많은 인생길은 구불구불하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그러려니 하는 거죠. 살다 보면 그럴 수도, 그럴 때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