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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Apr 15. 2022

눈치는 관심, 눈치 있게 삽시다.

 허겁지겁 서류 뭉치를 들고 온 사원이 상사로부터 한 소리를 듣습니다.

 "여기서 일을 한 지가 얼만데 일일이 말을 해야 알아들어? 모르면 물어라도 봐야 할 거 아냐? 너는 그렇게도 눈치가 없냐?" 


 이렇게 하자니 저 사람이 마음에 걸리고 저렇게 하자니 이 사람이 신경 쓰여 참 난감합니다. 고민을 거듭하다 선배에게 물었습니다. 하지만 선배가 날린 한 마디는 고민을 수렁으로 빠뜨립니다.

 "눈치껏 해, 눈치 없는 게 인간이야?" 


 갓난아기가 울고 있습니다. 젖병을 물려줘도, 기저귀를 갈아줘도, 안고 흔들어도 울음을 그치지 않습니다. 어찌할 줄 몰라 쩔쩔매고 있는데 아기의 엄마가 와서 스담스담 어루만지며 달랩니다. 그러자 아기는 울음을 뚝 그치고 새록새록 잠이 듭니다. 아기의 울음소리만으로 지금 뭘 바라는지를 아는 엄마의 능력이 신기하고 대단합니다. 피보다 진한 정, 엄마의 눈치 하나는 척하면 삼천리입니다.  




 ‘눈치를 보다, 눈치를 주다’, ‘눈치가 있다, 없다', '눈치가 빠르다, 느리다’.

 일상에서 자주 쓰는 눈치는 ‘눈으로 하는 어떠한 일’을 뜻합니다. 눈으로 하는 일이 너무 많아 그 ‘일’의 의미를 제때 제대로 파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눈으로 하는 일이니 말은 필요 없고 오롯이 마음으로 읽어야 하니까요. 


 눈치가 있는 사람은 상황 판단이 빠른 반면 눈치가 없는 사람은 분위기 파악조차 못합니다.

 말이 필요 없는 눈치, 그런데 말을 곧이곧대로 듣다가는 자칫 눈치 없다는 타박을 듣습니다. 친구 집에 놀러 갔습니다. 오늘따라 친구가 계속 혼자 있고 싶다고 합니다. 왜 그러느냐고, 어디 아프냐고 계속 물으면 눈치 없는 사람입니다. 녀석의 집에 애인이 올지도 모르니까요. 그럴 땐 알아들은 척, 얼른 나오는 게 눈치 있는 요령입니다. 


 눈치 있는 사람은 알아서 눈치껏 행동을 합니다.

 소개팅을 주선한 사람은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싶으면 눈치껏 자리를 비켜주는 게 매너, 직장에서는 상사가 필요로 하는 일을 미리미리 처리해 놓는 눈치는 능력입니다.

 한 술 더 떠서 눈치가 빠른 사람은 귀신같이 이해합니다. 설령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심지어 표정만 봐도 척척해놓습니다. 


 눈치가 부정적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눈치가 권위라는 힘을 입으면 눈치를 주게 되고, 받는 입장에서는 눈치를 보면서 한발 물러납니다. 왠지 비굴함이 느껴집니다. 심하면 눈칫밥을 먹을 때도 있습니다. 차별과 서러움의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눈치를 정도에 따라 표현한 속담도 많습니다.

 '눈치가 있으면 떡이나 얻어먹지'라고 합니다. 둔하고 미련한 사람을 놀리는 말이고요, 게다가 '눈치가 바닥이면 차려 놓은 밥상도 걷어 차인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눈치가 없으면 굴러 들어온 행운도 얻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눈치가 빠르면 절간에 가서도 새우젓을 얻어먹는다'. 절간에서 새우젓을 얻어먹을 정도면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힙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눈치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눈으로도 모자라 코까지 등원해 상황 파악을 하라고 '눈치코치'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이니까요. 


 남의 마음을 그때그때 상황으로 미루어 알아내는 능력인 눈치,

 목소리의 톤이나 얼굴 표정의 변화, 미세하게 다른 행동으로 판단해야 하는 눈치,

 눈치를 알아차리는 게 쉽지 않고, 서로 눈치가 있으면 사는 게 덜 피곤할 텐데라는 생각을 합니다. 


  말 못 하는 아이의 울음소리만으로 젖을 달라는 건지, 기저귀를 갈아 달라는 건지, 놀아 달라는 건지, 잠이 온다는 건지를 단번에 알아차리는 엄마의 능력은 아기를 향한 관심과 사랑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지금 왜 힘들어하는지, 필요한 게 있는지 관심을 가지면 눈치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눈치껏 주고받고 마음이 통하는 사이로 발전합니다. 그래서 눈치는 눈살을 찌푸리는 약삭빠름이 아닌 의사소통의 한 방법이라고도 합니다.  




 눈치를 파악해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닌 요즘입니다. 사방에 포진해 있는 타인은 물론 얼굴을 맞대고 사는 부모 자식, 부부 사이에도 눈치가 있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살기가 더 피곤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눈치 보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한 걸음 다가가 관심을 가지고 배려하는 게 현명한 처세입니다. 눈치 없다고 서로 불편해하는 일이 조금은 해소될 테니까요. 


 눈치를 보는 사람은 타인의 장단에 맞추려 쩔쩔매는 반면 눈치 있는 사람은 상대를 자연스럽게 배려하기에 어디서든 환영받습니다. 삶이 재미있어지고 그렇게 바라는 성공도 가까워집니다.

 눈치 보고 사느냐, 눈치 있게 사느냐. 한 끗 차이에 숨어 있는 진짜 차이는 관심의 유무입니다.

 눈치는 관심, 그저 주는 떡을 놓치지 않게 다들 눈치 있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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