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사진 한 장 #25
짜장면 한 그릇이 참 귀했던 시절이 있었다.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 졸업 같은 집안에 큰 기념행사가 있을 때나 비로소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모처럼 짜장면 한 그릇을 먹게 되는 날, 그룹 GOD의 노래 가사처럼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다. 당신은 당최 그게 무슨 맛인지도 잘 모르겠다며, 혹은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해져 싫다"며 반 넘게 푹 덜어 자식들 그릇에 얹어주곤 하셨다.
아이러니 한 건 그렇게 곱배기쯤 되는 짜장면을 먹다가 먹다가 다 못 먹고 우리 자식놈들이 남겼을 때였다. 그러면 어머니들은 열에 여덟아홉은 "아이고, 이 아까운 걸 남기면 쓰겄냐?"며 그릇째 가져다가 바닥까지 다글다글 긁어 양파 한 조각 안 남기고 다 드시곤 했다.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다던 어머니는 누구네 어머니였던 건지,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해져 못 드시겠다던 어머니는 어딜 가셨는지 짜장면 한 그릇이 어머니 입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마술이 연출됐다.
이제는 그때와는 비교가 안될만큼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졌고, 어머니도 짜장면 한 그릇쯤은 온전한 당신 몫으로 '누려도' 되는 세상이 됐건만,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아직도 우리 어머니들 중엔 옛습관을 못 버리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한번씩 중국집에 갈 때마다 맛나게 짜장면을 드시는 어머니들을 뵙노라면 그때 그 시절이 문득문득 생각나 가슴이 짠해지곤 한다.
짜장면이 됐건 뭐가 됐건 이젠 제발 그만 좀 양보하시고, 그만 좀 배려하셨으면 좋겠다. 좀 이기적으로 얼마 남지 않은 당신 인생을 마음껏 '누리고' 사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