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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Jun 04. 2024

벼랑끝 섬진강뷰가 끝내주는 순창 용궐산 하늘길




순창 용궐산 하늘길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 초입 부분 바위 오르막길을 지나려는데 맞은 편에서 오던 중년 남자 한 분이 문득 말을 걸어왔다. "정상까지 가려면 얼마나 남았어요?"라고.​​


왠지 한쪽 눈을 찡긋거리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 주변을 살펴보니 벌써부터 힘들어 죽겠다는 표정의 일행 몇이 내 입만 뚫어져라 바라보는 게 보였다. 마치 "제발 아주아주 많이 한참 더 올라가야 합니닷!" 하고 말해주길 바라는 표정 같았다.​​


그다지 산을 많이 다닌 편은 아니지만 이런 경우 어떤 대답을 해야 모범답안인지 정도는 알고 있는 나는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하고 말해줬다.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냐고 물었던 중년 남자는 얼굴 가득 반색을 띄며 "거봐, 내가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했잖아!" 하고 주저앉기 일보 직전인 일행들 등을 떠밀었다.​​





순창 용궐산 하늘길은 그런 곳이었다. 등산 경험이 별로 없는 초보자들에게는 지리산이나 설악산 등반만큼이나 힘들게 느껴지기도 하고, 프로 등산러에게는 뛰어 다녀도 체력이 남아돌 만큼 가벼운 트래킹 코스일 수도 있으며, 나 같은 어중간한 사람에겐 며칠 다리에 알 배기는 고생 정도 감수하면 그럭저럭 올라갈 만한 난이도를 가진 곳이었다.​​​


대신 다른 산들에 비해 한 가지 두드러진 장점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얼마간의 오르막길을 헉헉 대고 기어올라가 하늘길이 시작되는 잔도까지만 이르면 다리 아픈 것도 잊게 만드는 시원한 섬진강 뷰가 눈앞 가득 펼쳐진다는 거였다. 그것도 다른 산들의 경우 정상에 오르기 전까진 중간중간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만 툭 터진 산 아래 전경이 펼쳐지는 것과는 달리. 용궐산 하늘길은 잔도까지만 도달하고 나면 그 뒤론 계속해서 시원한 섬진강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거의 오르막길 일색인 다른 산들과는 달리 용궐산 하늘길은 잔도 특성상 평평한 길과 오르막길이 적당히 섞여 있어, 다리가 아플만 하면 평평한 길에서 몸을 좀 쉬었다가 다시 오르막길로 오르면 돼 나 같은 등산 초보도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





참고로 전북 순창군 동계면에 위치한 용궐산은 예로부터 산세가 마치 용이 하늘을 날아가는 것 같은 형상인 데다가 상당 부분이 단단한 바위로 이뤄져 있어 '용 용(龍)'자와 '뼈 골(骨)'자를 써 '용골산'이라 불렸었다. 쉽게 말해 '용의 뼈다귀'쯤 된다는 의미인데, 그 말뜻이 죽은 용의 무덤 같이 들릴 수 있으니 생동감 넘치는 이름으로 바꾸자는 주민들 의견이 많아 2009년 '용의 궁궐'을 뜻하는 용궐산으로 개명했단다.​​​


바위로 이뤄진 산악 지형 특성상 하늘길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암벽 등반을 즐기는 산악인들이 주로 즐겨찾던 산이라고 하는데, 2000년 534미터 길이 하늘길을 처음 선 보인 뒤 2023년 7월까지 562미터를 추가로 연장해 총길이 1,096미터 규모의 명품 트래킹 코스로 재탄생했다.​​


덕분에 과거엔 암벽등반 등을 즐기는 일부 산악인들만 즐겨찾는 전문가 코스였던 반면 지금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물론 가족 단위 혹은 젊은 연인들 같은 여행객들도 즐겨찾는 여행명소가 됐다. 특히 날씨가 좋은날 저녁 무렵에 이곳을 오르면 아름다운 섬진강을 배경으로 환상적인 노을 풍경을 만날 수 있어 SNS용 사진 찍기에 진심인 MZ세대 젊은이들이 좋아한다고.​​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략 매표소에서 용궐산 하늘길 정상까지 왕복 소요되는 시간은 2시간 정도 된다. 산 입구 쪽에 제법 넓은 주차장이 자리잡고 있긴 하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이나 휴일이면 전국 각지에서 여행객들이 몰려와 주차할 자리 찾는 게 쉽지 않은 편이다. 따라서 호젓한 여해을 즐기고 싶다면 가급적 평일에 방문하는 게 좋고, 부득이하게 주말이나 휴일에 방문할 경우 아침 이른 시간이나 오후 늦은 시간을 이용하면 비교적 덜 붐비는 편이다. 입장료는 1인당 4천원, 주차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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