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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Jul 09. 2024

남원 정령치휴게소, 차타고 지리산 오르는 환상드라이브

운좋으면(?) 은하수와 UFO 비슷한 것도 볼 수 있어




꽉 막힌 답답한 도심 속 도로, 콩나물시루를 방불케 하는 복작되는 사람들 숲을 탈출해 어디론가 훌훌 떠나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가 한 번씩 즐겨찾는 곳이 있으니(그때그때 기분이에 따라 달라서 한 곳이라고는 안하겠다), 바로 오늘 소개하는 지리산 정령치휴게소다.


젊은 시절부터 '산은 오르는 게 아니라 그냥 보는 것'이라 배우고 실천해 온 나 같은 사람들 관점에서 봤을 때 지리산 정령치휴게소는 아주 매우 많이 매력적인 여행지다. 지리산 정기를 흠뻑 받아가며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곳 중 하나인 해발 1172급 높은 고지여서다.


덕분에 이 지리산 정령치휴게소 가는 길은 심산유곡을 가로질러 저 높은 곳에 있는 뭔가를 찾아가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을 줘 잠시 속세의 무거운 굴레를 벗어난다는 행복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비록 자동차를 타고 오르는 거긴 하지만, 인적 하나 보이지 않는 깊고 높은 산길을 유유히 혼자 오르노라면 꽉 막히고 답답한 도심의 기억 따위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일쑤.


원래도 좋아했었지만 이 지리산 정령치휴게소를 내가 더더더욱 좋아하게 된 건 2~3년 전부터 폭 빠진 은하수 사진 덕분이다. 어느날 갑자기 사진동네에서 마주친 누군가 올린 은하수 사진 한 장에 폭 빠져 여기저기 은하수가 보일 만한 곳들을 찾아 기웃거리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 우리나라엔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곳들이 아주 매우 많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급격한 산업화와 경제발전에 따른 대기오염이 하늘을 가린 게 그 첫번째 원인이었고, 전국 어디를 가도 피하기 힘든 가로등 등 온갖 인공광원들이 뱉어내는 빛공해 역시 만만치 않은 방해요인이었다. 이로 인해 이쯤이면 되겠지 싶어 힘들게 찾아간 외딴 바닷가와 산 속 여기저기서 은하수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참사(?)가 잇따라 벌어졌다.


나중엔 안 되겠다 싶어 은하수 사진만 죽어라 찍는 사진가들이 제공하는 촬영포인트 정보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는데, 이때 발견한 게 은하수 촬영 가능 포인트라는 지리산 정령치휴게소의 또 다른 효용성이었다. 내가 사는 전북을 기준으로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곳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인데, 그 희소성 있는 장소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곳이었던 것.


그런저런 이유로 지리산 정령치휴게소는 내게 있어 최소 1년에 한두 차례는 찾는 단골여행지가 됐다. 며칠 전의 경우도 저녁 무렵 남원 쪽에 볼 일이 생겼더랬는데, 먼길 가는 김에 기왕이면 근처 어디 들를만한 곳이 없을까 궁리하던 중 마침 이 맘 때면 저녁 9시 무렵 은하수가 떠오른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쳐 이곳을 찾있더랬다.


마침 직전 2~3일 간 적잖은 비가 내려 미세먼지 등 대기가 깨끗하게 씻겨내려 갔을 테고, 은하수 촬영에 가장 큰 방해꾼 중 하나인 달님도 이날은 저녁 5시30분 경 일찌감치 소임을 다한 채 월몰하시는 걸로 확인됐다. 이에 더해 이날 저녁 일기예보도 '맑음'을 가리키고 있었으니 은하수를 만나는데 필요한 모든 조건이 거의 완벽했다.


버뜨(but),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날 기대에 부풀어 지리산 정령치휴게소를 찾은 내 은하수 조우 계획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나관중 소설 <삼국지> 스타일로 얘기하자면 천시와 인화까진 얻었지만, 지리산의 지리를 얻지 못하는 바람에 산 높은 곳에 오르자 갑자기 안개와 바람이 몰려오면서 하늘을 가려버렸던 거다. 오 마이 배드뉴스 ㅠ


그래서 아주 매우 많이 실망했느냐구? 아니다. 전혀 그렇진 않았다. 이미 산을 오를 때 그 가능성까지도 염두에 뒀었고, 최악의 경우라도 지리산 산악도로 드라이브와 정령치휴게소에서 맞는 상쾌한 바람, 남원시내 쪽으로 뻥뚫린 시야를 통해 노을 풍경까지 즐길 수 있을 거란 계산을 했는데 이 부분만큼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재미있고 한편으론 좀 가슴 오싹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남원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정령치휴게소 전망대에 서는 순간 저 멀리로 수상한 불빛 4개가 하늘을 날아가고 있는 걸 보게 돼서다. 비행기인가 싶어 한참을 쳐다봤는데, 일반비행기의 경우 자신의 존재감을 표시하기 위해 빨간색(?) 점멸등을 사용한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그건 아닌 듯싶었다.


이때 문득 함께 간 아내 입에서 나온 말이 "저거 혹시 UFO 아닐까욧?" 하는 거였다. 그 순간 내 머릿 속에도 '맞아, 간혹 저런 수상한 미확인비행물체가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만 바로 그건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처음엔 열심히 찍던 휴대폰 카메라를 슬그머니 내린 뒤 못본 척 외면했다. 천에 하나 만에 하나 외계인 베이비들이 목격자들을 없애기 위해 쫓아올 수도 있으니까.


미확인비행물체가 됐든 뭐가 됐든 여기서 중요한 건 저 멀리 남원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지리산 정령치휴게소에 오르면 어쨌거나 평소엔 잘 보이지 않던 무언가가 눈에 보인다는 얘기 되시겠다. 그게 때론 눈부신 노을일 수도 있고, 때론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드넓은 뷰일 수도 있으며, 때론 미확인비행물체일 수도 있다는 것.






남원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는 지리산 정령치휴게소는 약 40여 면의 주차장을 갖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그 3분지2는 친환경차 전용으로 지정돼 있고, 일반차는 고작 10여 대 정도 밖엔 주차면이 마련돼 있지 않으므로 여행객이 많이 몰리는 시기에는 전화 등을 통해 사전에 주차 가능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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