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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Sep 12. 2024

수육 '존맛' 백종원3대천왕 맛집, 대전 광천식당

백종원 3대천왕 등 방송국놈들이 앞다퉈 몰려드는 맛집


대전 광천식당을 찾아가는 길은 정말 쉽지 않았다. 고속도로 안영IC를 빠져나가 낯선 대전 도심을 30여분이나 달린 끝에 겨우 그 근처까지 가긴 했지만, 그곳에선 다시 일방통행 투성이인 좁은 골목길이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좁고 복잡한 골목길을 땀 삐질삐질 흘려가며 어렵게 어렵게 헤쳐나간 끝에 드디어, 마침내 목적지인 광천식당을 10여미터쯤 남겨뒀을 때, 하필이면 마지막 골목 하나를 남겨둔 시점에서 긴급하수도 공사가 쳐져 있었다. 오 마이 갓이었다.


눈물을 머금고 차를 후진한 뒤 골목을 한 바퀴 돌아 다시 광천식당을 향했는데,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좁은 골목길 안쪽에 위치해 있는 식당이다 보니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았던 거다. 식당 근처 어딘가에 공영주차장이 있다는 정보를 사전에 봐두긴 했었지만, 주차장 이름조차 명확치 않다 보니 다시 골목길을 두어 바퀴 더 돌 수밖에 없었다. 나처럼 주차장을 못찾아 헤맬 분들을 위해 여기서 밝혀두건대 문제의 주차장 이름은 선화동 제2공영주차장이다.



그렇게 찾아간 대전 광천식당은 과연 소문난 맛집답게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딴엔 줄서기 없이 편안하게 밥을 먹을 요량으로 오픈 시간보다 10여분이나 일찍 그곳을 찾았지만, 대기번호 20번이라는 숫자가 증명하듯이 식당 앞엔 이미 열아홉 팀이나 되는 선객들이 바글거리고 있었다.


덕분에 거진 30여분이나 대기를 탄 끝에야 한 테이블을 겨우 꿰찰 수 있었다. 들어가면서 보니 겉보기엔 자그마한 골목길 식당 느낌이었지만, 1층을 거쳐 비밀통로 같은 계단길을 오르고 보니 20여개쯤 되는 테이블이 놓여있는 제법 넓은 홀이 짜잔 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우리 가족이 주문한 음식은 대전 광천식당 시그니처메뉴인 수육과 양념면, 칼국수 3가지. 수육과 더불어 이 집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두부두루치기를 한 번 먹어보고 싶었으나 그 양이 우리 가족으로선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고, 두부두루치기의 1인용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양념면 정도면 그 느낌은 충분히 맛볼 수 있을 거란 판단이 들었다.



사설이 너무 길었는데, 가장 중요한 맛은 한 마디로 엄지 척이었다. 맛의 고장 전주에서 오래 굴러먹은 데다가 맛집 투어 또한 좋아하다 보니 나름 이런저런 맛집들을 많이 다녀봤고, 덕분에 다른 지역 맛집들에 대해선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편인데, 대전 광천식당 음식들은 정말 아주 매우 많이 '존맛'이었다.


특히 수육과 양념면 맛이 인상적이었는데, 그 중 수육의 경우 고기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고진감래'라는 고사성어가 문득 생각나는 맛이었다. 이게 뭔 도그 껌씹는 소리냐 싶은 분들이 많을 건데, 쉽게 말해 고기 한 점을 먹는 순간 '어랏, 고기가 다넷!' 하는 생각이 아주 매우 많이 낯선 느낌으로 내 미각을 강타했다는 얘기 되시겠다.


낯선 대전 도심을 가로질러 일방통행로 넘쳐나는 좁은 골목길을 헤매고 고생한 끝에 단맛을 봤다는 의미다. 채식주의자까진 아니로되 고기류를 그리 즐겨먹진 않는 편이어서 고기의 단맛이란 걸 느껴볼 기회가 적었던 탓도 물론 있겠지만, 오십 몇 년 간 살아오는 과정에서 수육이 달게 느껴진 건 맹세코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동안은 고기가 달다든가,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말을 전혀 이해 못하고 살아왔는데, 정말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을 정도.


양념면은 단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매콤함과 손두부 느낌의 질감 강한 두부 식감, 양념이 고루 잘 밴 쫀득함이 일품인 칼국수 면이 잘 조화를 이뤄 우리 가족에게 먹는 즐거움을 듬뿍 안겨줬다. 이제껏 수많은 면 요리들을 먹어봤지만, 그 중 몇 손가락 안에 꼽고 싶을 만큼 꽤, 제법, 많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함께 먹은 칼국수는 제법 맛있긴 했지만, 다시 방문한다면 재주문하고 싶단 생각까진 들지 않았다.



대전 광천식당은 백종원의 3대천왕을 비롯해 MBC와 KBS, SBS 등 방송국놈들이란 방송국놈들은 한 번씩 다 다녀간 전국구 유명맛집이다. 방송국놈들 말을 전적으로 믿는 편은 아니지만, 3대에 걸쳐 50년 이상 지금 자리에서 장사를 해온 노포라는 이력 하나만으로도 적잖이 믿음이 가는 맛집. 이런 유명 맛집들 중엔 돈을 많이 벌어 큰 건물로 이전하는 곳들도 많은데, 꾸준하게 옛터를 지키고 있는 모습도 정겹고 좋아보였다.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10시30분부터 저녁 9시30분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정기휴무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크타임을 운영하고, 주차장은 따로 없어 인근 선화동 제2공영주차장 이용시 1시간 무료주차가 가능하다. 주차장 찾기가 귀찮은 분들은 바로 앞 NC백화점 전용주차장을 유료로 이용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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