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묵묵히 씨감자를 챙기셨다

아주 특별한 사진 한장 #9

by 글짓는 사진장이

불타 버린 건물 잔해 제거와 복구를 돕기 위해 우리 일행이 화재현장에 도착했을 때,

집 안에선 미처 다 연소되지 못한 잔불이 남아있는 듯 여기저기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불이 얼마나 크게 났었던지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곳 어디 하나 성한 구석이 없었다.

지붕은 불타 폭싹 주저앉았고, 집을 떠받치던 기둥들도 형체만 어렴풋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자매결연 마을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뭐라도 도울 일이 있을까 싶어 부랴부랴 달려갔지만,

무엇을 어떻게 손써야 좋을지 판단이 어려울 정도로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흔적은 처참했다.

일단은 화재로 인해 못 쓰게 된 가구들과 집안 살림들부터 정리해 쓸만한 게 남았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함께 간 동료들은 다들 팔을 걷어부치고 눈에 보이는대로 잔해들을 제거해 나갔다.


그렇게 한참 동안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집 구석구석을 정리해 나가고 있는데,

문득 한 편에 쪼그리고 앉아 뭔가 분주히 손길을 놀리고 있는 어머니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 보니 어머니는 그 와중에 씨감자를 정리하고 계셨다.

화마로 모든 것을 잃은 그 경황 중에 어디선가 찾아낸 씨감자를 정리하며 어머니는 다음해 농사를 준비하고 계셨던 거다.


비록 집은 잃어버렸을망정 희망만은 잃어버리지 않겠다는듯 야무지게 씨감자를 챙기는 어머니를 보며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살 터전을 잃어버린 슬픔보다는 남은 가족을 어떻게든 건사하고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에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아픈 가슴을 부여안은 채 씨감자를 챙기는 어머니 모습에 가슴이 숙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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