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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moong Oct 09. 2020

하고 싶었던 것,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

어느 것부터 직업으로 도전해볼까?




난 어렸을 때부터 늘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았다. 그래서 꿈도 많았다.

그래서 난 내 인생에서 ‘다양성’과 ‘경험’이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래서 난 내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에 늘 가치를 두며 즐겨왔다.

그래서인지 관심분야가 다양해서, 거기에 생각까지 많아서,

그래서 늘 이 다양한 분야 중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에 바빴다.


퇴사를 하기 전 나는 수첩에 나의 관심분야를 여러 가지 늘어놓았던 적이 있다.

나는  다양한 것들을 한국에 돌아온   머릿속에서 수도 없이 많이 굴려보았다. 나에 대한 욕심이 많은 탓에  욕심을 내려놓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것도 놓치고 싶지 않고 저것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쉽게 내려놓아지지 않았다.


그렇게 내 머릿속에서 뻗어나가는 수많은 가지를 쳐내고 또 쳐내고 난 후 나에게 남은 세 가지 옵션.


1. 어렸을 때부터 관심은 있었고 어느 정도의 소질은 있다고 판단되는 분야
2. 나이가 들면서 차츰 관심이 생겼고 현재 가장 관심은 많으나 소질이 있는지의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분야
3. 여태껏 해오던 일과 조금은 연관되어 현재 가장 잘할 수 있고 예전의 경력을 조금이라도 살릴 수 있어 가장 빨리 자리 잡을 수 있는 분야


이 세 가지 옵션들 중 과연 어느 것을 먼저 선택해야 할까.

어떤 옵션을 우선순위로 두고 도전해야 할까.

 옵션들 사이에서 생겨난 고민이  머릿속을 괴롭힌다.


내가 더 좋아하는 것, 더 하고 싶은 것, 더 잘하는 것 사이의 그 모호한 경계선 때문에 나는 또 헷갈리기 시작한다.

각각의 옵션은 나의 관심도, 적성, 안정성, 금전적인 부분 등에 있어 상대적인 점수가 다 달라서 그 항목들 중 어느 것에 더 높은 비중을 두고 점수를 매겨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좋아하는 것 혹은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이 있을 때 어느 것을 직업으로 삼는 게 좋을까요?”라는 질문에


흔히들 “잘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하고 싶은 것을 취미로 삼아라.”라고 이야기한다.


만약 “잘하는 것이 하고 싶은 것 혹은 좋아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건 퍼펙트라고까지 이야기한다.


나의 경우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현재 내가 “잘하는 것”에 좀 더 치우쳐 있는 것은 마지막 옵션이다.

반면에 잘하는 것보다는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에 더 많이 치우쳐 있는 것은 두 번째 옵션이다.

그리고 그 중간지점이 첫 번째 옵션이다.


“잘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하고 싶은 것을 취미로 삼아라.”는 그 대답을 따른다면 거기에 가장 가까운 답안지는 어쩌면 마지막 옵션 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현재의 나에게 가장 현실적인 이 대답이 지금 당장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가장 빨리 자리 잡을 수 있는 길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난 또 청개구리처럼 흔히들 이야기하는 그 답변대로 가는 것이 썩 내키지 않는다.

현재 그나마 가장 안정적인 그 길이 딱히 끌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쩌면 직업으로 퍼펙트하다고 여겨지는 “잘하는 것이 하고 싶은 것 혹은 좋아하는 것”에 있어 어느 정도의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답안지는 첫 번째 옵션일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위 두 가지 옵션이 아닌 두 번째 옵션을 일 순위에 두는 선택을 한다.

결국엔 나에게 있어 가장 높은 진입장벽을 지닌 옵션을 우선순위로 택하고야 만 것이다.  


수많은 고민 끝에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 현재의 내 인생에서 더 “필수적”인 분야
두 번째, 현재의 나에게 있어 더 “어려운” 도전인 분야


일 년 간의 해외여행 동안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은 무엇일까? 그 답이 내가  인생에서 어쨌든 계속 함께 해야  분야였다.

그 외 관심분야였던, 여태껏 내가 소위 취미로 삼아오던 것들은 내가 살아나가는 데 있어 필수적이라기보다는 내 삶을 더 빛나게 해주는 것들일 뿐이었다.


물론 내가 선택한 이 분야는 사실 전문성이 꽤 많이 필요한 분야이기에 완벽주의자인 내가 지금에서야 이 길에 들어서 자리를 잡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내가 전혀 해보지 않은 이 새로운 분야가 나와 맞을지, 진짜 돈은 벌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에 결단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퇴사를 결정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분명한 건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이 분야에 대한 나의 관심이 아예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난 또 언젠가는 이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은 더 시간이 있을 때, 조금은 더 실패해도 되는 나이일 때, 더 “어려운” 것부터 도전해보는 것이 어쩌면 나라는 사람에겐 더 맞을지도 모른다. 만약 해보고 나와 맞지 않고 내가 잘할 수 없는 분야라면 그때는 과감히 포기하고 다른 옵션들에 다시 도전하더라도 늦지는 않을 테니깐.

 

사실 생각해보면 애초부터 내 안에서의 답안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가끔씩 사람들은 모두 본인 안에서의 마음은 이미 정해놓고선 그 답을 모르겠다고 착각하며 주변 사람들 혹은 본인 자신에게 그걸 되물어보곤 한다.

그건 아마도 본인 자신 안에서 자연스레 향하는 그 방향과 길에 대한 확신과 용기가 부족하기에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혹은 나 자신의 입을 통해서 다시 한번 더 그 길이 "맞다"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닐까.


나 또한 그랬던 것 같다.

현재 이 시점에서 내 마음이 자연스레 향하는 길을 알면서도 그 길이 또 하필 내 미래가 가장 불확실한 옵션이어서 그에 대한 용기가 부족했다. 관심은 많지만 내 적성에는 맞을지, 돈벌이는 될지에 대한 의구심으로 쉽게 결정을 내릴 수는 없었다.

 

만약 관심은 많더라도 소질이 없는 분야라면, 내가 잘할 수 없는 분야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그때는 어쩌면 내 욕심을 버리고 과감히 포기하는 게 더 현명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경우 소질이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내가 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지금은 관심이 많지만 실제로 해봤을 때는 나와는 맞지 않아 관심이 없어질 수도 있고

단순한 취미로는 나와 맞을지라도 실제 직업으로는 나와는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이 모든 것들은 다 실제로 부딪혀 해 봐야만 알 수 있는 일이니깐.

지금 당장 그걸 모르기 때문에 물러서는 건 어리석은 일이니깐.


결국엔 답은 부딪혀보는 것뿐.


그렇게  현재 가장 불확실한 옵션을  순위로 두고 조금씩 나아가 보려 한다.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면
시간은 더 걸릴지라도
동시에 “잘하는 것”이 될 수도 있지도 않을까
하는 바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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