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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moong Nov 05. 2020

낯선 이에게 받은 낯선 위로

발목을 접지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나의 새로운 여정 속에서

순간순간 찾아오는 회의감을 애써 무시하며

홀로 외롭게 계속 고군분투하던 어느 날


가슴속에 쌓여있던 나의 눈물이 나도 모르게 터져 버렸다.

아침부터 건넨 엄마의 말 한마디가 연약해져 있던 내 마음을 그렇게 툭 건드려버렸다.

또다시 ‘공무원 채용기사를 들이미는 엄마의 손길은 또다시 나를  나약하게 만든.

 년째 반복되고 있는  이야기는 도대체 언제쯤 끝날 런지 이제는 예측조차 되지 .


유독 다른 날보다  슬펐던  엄마가 또다시 꺼내   이야기에 나는 아직도 당당하게 반박할 명확한 무언가가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걸  거야!'라고 말할  있는 무언가를 아직도 찾고 있을 , 이것저것 새로운  시도해보고만 있을 뿐인 이 상황이 너무 프다.


그렇게 엄마에겐 또다시 눈물 섞인 화를 냈고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고 싶어 자전거를 끌고 나왔던 나는 그대로 발목을 접지르고야 말았다.


이상하게 아침부터 뭔가 발이 삐끗삐끗하더라니 결국엔 자전거를 짊어지고 계단을 내려오던 중 발목이 꺾여 버린 것이다.


한동안 걷기가 힘들어 가만히 계단에 앉아 있다가 근처 한의원을 찾았는데 어쩜 한의사가 그렇게나 나긋나긋하게 상담을 해줄 수가 없다.

다친 발목 진단을 하고 난 후 내 체질과 현재 몸 상태에 대한 진맥을 보더니 그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나에게 이야기한다.


여태껏 뭐가 그렇게 힘들었어요.

일이 얼마나 힘들었던 거에요. 그곳 사람들이 힘들게 했어요?

뭐 때문에 그렇게 혼자 속을 썩이고 묵히며 살아왔어요.

지금은 직장 다녀요? (아니요)

그럼 그냥 마음 편하게 쉬어줘요. 그래야 몸이 아프지 않아요.


영업성 짙은 멘트이긴 했지만 한의사의 그 말에 내 가슴은 또 뭉클해져 버렸다. 별 것 아닌 한의사의 말이었지만 누군가 나의 힘듦을 알아주는 것만 같아 여태껏 짓눌러왔던 나의 감정이 그만 반응하고야 말았다. 한의사 앞에서 당장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던 그 감정을 꾹꾹 누른 채 한의원 문을 나서는 순간 내 눈물샘은 폭발해버렸다.

 

가끔씩은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사람에게 따스한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가까운 사람이 아닌, 나와 전혀 상관이 없는, 나와 전혀 연이 없는 사람에게 오히려 내 마음을 더 진솔하게 털어놓게 되고 그 사람이 하는 위로 아닌 위로의 말에 내 감정은 더 동하며 따스해질 때가 있다.


그 순간도 그랬던 것 같다.

 달간 아무렇지 않은  해왔던 나의 모든 행동들은 어쩌면 연기였을지도 모른다.

‘난 괜찮아.’하며 나만의 최면을 걸어오며 지내 왔었는지도 모른다.


그 모든 것들이 엄마의 말 한마디에 와장창 깨져버렸고

  깨진 마음을 낯선 이에게 받은 위로로 다시 붙여나간다.


그렇게 또 괜찮은 내일을 달려 나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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