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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moong Nov 28. 2020

나는 바쁜 백수입니다

여유로운 백수가 될 순 없을까?




원래 늘 바빠야만 에너지가 도는 나는 백수인데도 여전히 늘 바쁘다.


해외여행에서 나는 외국인들은 흔히들 이야기한다.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빡빡하게 여행해?

꼭 특별한 무언가를 봐야만 해?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것도 여행이지 않아?


과거의 나 또한 그랬다.

예전의 나는 해외를 가면 늘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 늦게까지 스케줄을 꽉꽉 채워 바쁘게 돌아다녔다. 그곳에서 꼭 특별한 무언가를 봐야만 그 여행에서 남는 것이 있다고만 느껴졌다.


하지만 지난 일 년 여간 여행을 하며 그들 속에서 함께 생활하며 나 또한 많이 변해갔다. 낯선 그곳에서 굳이 특별한 것을 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여유에 물들어 그저 쉼만 있는 느슨한 하루를 보내는 그 자체가 나에겐 여행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오자 난 또 예전의 나로 돌아가 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이 시간이라서 더 그런 것일까.

하루라도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이 기분이 날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백수이지만 여러 일정들로 꽉꽉 채워진 나의 달력을 보았을 때에만 뭔가 모를 뿌듯함과 뭔가 모를 열심히 살았다는 만족감이 든다.

이러한 나의 일상들이 모이고 모인다면 내가 그리는 더 좋은 미래가 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바람만 커져간다.


매월 그 달의 계획을 잡았지만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주변 여건들로 인해 또다시 당장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들이 사라질 때면 나에겐 늘 또다시 무기력증이 찾아온다.

 

난 역시나 뭔가를 해야 에너지가 생기는 사람인 걸까?


그렇게 또 난 무언가를 하기 위하여

또다시 내 스케줄표를 꽉꽉 채우고 나서야 마음이 편해져 온다.


하지만 정말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조금은 더 여유를 가지고, 조금은 더 쉬어가도 괜찮았을 텐데.

열심히 달려 나가다가도 며칠 정도는 나에게 온전한 쉼을 주어도 충분히 괜찮을 텐데.

며칠 정도 그런다고 내 인생이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닐 텐데.


하지만 난 또 이 공간 속에서는 그걸 이겨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어쩌면 이렇게 바쁜 백수로 살 수밖에 없는 건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선택한 길이기에.

덜 후회하는 삶을 살기 위해 나의 예전의 삶을 힘겹게 놓았기에.


이러한 내가 한 선택에 대한 책임감에.

내가 그리던 그 삶을 이루지 못할까 하는 조바심에.


 하루라도 가만히 놔두지 못하고 계속 채찍질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언젠간 나도 조금은  바쁜, 여유로운 백수의 삶을 기는 단단한 마음을 지닌 백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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