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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moong Dec 05. 2020

일상을 여행처럼, 과연 가능할까?

희미한 가능성을 꿈꿔보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흔히들 한 번쯤은 해보는 생각이 있다. "일상 여행"


한국을 떠나 해외를 여행하다 보면 그냥 뭔가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그냥 그곳에서 즐기는 여유만으로도 우린 늘 행복을 느낀다.

굳이 해외가 아니더라도 나의 치열한 일상이 존재하지 않는 다른 어느 공간으로 여행을 가기만 해도 우린 늘 행복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늘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생각한다.

 

일상을 여행처럼 할 수는 없을까?
한국을 여행한다는 기분으로, 부산을 여행한다는 기분으로 살 수는 없는 것일까?


예전에는 이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휴가 때마다 해외를 나돌아 다니며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한국을 여행하는 것처럼 여기서도 행복하게 살아봐야지."라고 다짐하고 다짐했건만, 그 다짐은 귀국 다음날 아침 회사를 들어서면 늘 와장창 깨지고야 말았다.


나와 맞지 않은 기업 문화 속에서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과 나와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으니 그 속에서의 일상 여행을 즐기기란 힘들기만 했다. 그저 갑갑한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아무리 생각을 고쳐먹으려고 해 보아도 하루에도 수십 번 찾아오는 격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내 마음속 답답함은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 답답함을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답답한 이곳에서 다른 무언가를 통해 이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거나 아니면 답답한 이곳을 아예 벗어나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회사생활을 할 때 휴일이 생기면, 나에게 여유 시간이 생기면, 고민 없이 늘 국내든 해외든 어디로든 떠났다. 그곳을 가면 아무런 잡생각이 들지 않아서 좋았고 오롯이 내 눈앞에 펼쳐진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생각만 하면 골칫덩어리에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회사 업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새로운 것들을 조금씩 시작해보고 있는 올해의 나는, 지금의 나는, 어쩌면 조금은 예전보다는 일상을 여행처럼 하고 있는  아닌가 싶다.


지금은 굳이 어딘가로 바람을 쐬러 가지 않더라도, 가슴속 풀리지 않는 답답함이 예전만큼 느껴지지 않는다. 예전에는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있으면 답답해서 미칠 것만 같았는데, 지금은 그런 마음은 들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여행’에 대한 생각조차 예전만큼은 들지 않는다.


왜 그런 걸까?

지금의 나 또한 아직도 불안정한 나의 미래에 대한 스트레스와 부담감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예전의 삶에서 내가 느끼던 것들과는 종류가 사뭇 다른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아닌가 싶다. 예전의 것들은 내가 다른 것에서 풀어야만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성질의 것들이었다면 지금은 그렇지는 않은가 보다.


나의 정말 맞지 않던 옷들을 벗고 나니 이곳, 한국에서라도 조금은 숨통이 트이나 보다. 과거의 난 이미 입고 있는 옷이 나와 맞지 않아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해 답답했다면, 지금의 난 새로운 옷을 여러 벌 입어보며 나와 맞는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과정이 힘겹기는 하지만 때론 재밌기도 한 것 같다.

 

지금 새롭게 해보고 있는 일들은 확실히 재미있다. 일을 하고 있지만 내가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니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 든다. 예전의 나는 일과 사생활을 완전히 분리해놓는 사람이었다. 퇴근 후까지 일에 대해서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쌓여 죽을 것만 같아서 퇴근과 동시에 나는 일에 대해서는 1도 생각하지 않았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근무시간 외에도, 잠을 자기 전에도, 길거리를 걸어갈 때에도   내가 해보고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하며 정보를 찾고 스크랩을 한다.  과정이 아직까지는 나에게는 일상 속의 소소한 재미를 가져다주나 보다.


일상을 여행처럼 사는 것


그것도 어쩌면 희미하게는 가능할 것만 같다.

내가 욕심만 버린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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