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탐색 시간의 온도차
한국에 돌아온 후 몇 개월이 지난 지금 주변 사람들이 연락 와 늘 묻는 말이 있다.
너 요즘엔 뭐해?
이 물음에 나는 대답한다.
진로탐색. 10년 전으로 돌아갔어.
그때로 다시 돌아가서 나의 새로운 진로를 탐색 중이야.
정말 그렇다.
난 다시 학생 때로 돌아간 느낌이다.
하지만 그때와의 차이점은 그 진로탐색 과정에서 드는 나의 생각들과 주변 환경이 가져다주는 압박감.
지금보다 10년 이상 더 어렸던 20대 초반의 나는 기대보다는 낮은 수능점수로 그저 취업하기 무난한 대학과 학과에 입학했다. 경영학이라는 무난한 전공 공부를 하며 졸업 후 나의 진로에 대해서는 남들 다 떠들어대는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옵션만을 생각했을 뿐 다른 새로운 옵션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한 적이 없었다.
내가 진짜 좋아하고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그저 내 앞에 자연스레 놓여진, 소위 평범하고 안전한 방향 만을 바라보았고 그 안에서 그나마 내가 관심이 갔던 HR이라는 직무를 선택했고 그에 따른 준비를 몇 년간 차곡차곡해나갔다.
약 10년 전 20대 중반의 나는 '졸업'이라는 것을 앞두고 오로지 '취업'이라는 것만을 생각했다. 그저 남들에게 비치기에 괜찮은 직장만을 타겟으로 두고 그것이 그저 내가 바라는 직장이라 "착각"하였다.
주변의 친구들은 먼저 취업에 성공하기 시작했고 나는 졸업을 유예하며 취업준비를 계속해나갔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처럼 크게 조급하지는 않았다. 그때만 해도 그래도 아직까지는 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친구들이 있었고 그래도 나와 같이 아직 취업을 못한 친구들이 있었고 그래도 각종 고시 준비로 여전히 학교에서 공부만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리고 나 또한 '언젠가는 취업하겠지.'라며 '오히려 나중에 이 취준생의 시절마저 그리워할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최선만 다하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그저 '취업'이라는 두 글자만을 위해, 남들에게 비춰지는 괜찮아 보이는 직장만을 위해, 내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할 수는 없다. 여태껏 경험해오고 주변에서 흔히 들어왔던, 그저 나에게 익숙한, 일반적이고 평범한 옵션들은 더 이상 나에게는 의미가 없다. 지금의 내 인생에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옵션들을 적용시켜야만 한다.
그래서 내 머릿속은 더 복잡해져만 가고 생각은 더 많아진다. 나에게는 낯설기만 한 그 새로운 옵션들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전보다는 더 큰 용기가 필요하고 지금부터 차곡차곡 쌓아나가야 하는 그 과정에는 더 큰 인내가 필요하다.
나에게 환경이 주는 영향력 또한 생각보다 크다.
당장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부모님께서 나에게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주변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는 것도 아닌데, 이곳에서는 지금 현재 나 혼자 이렇게 돈을 벌고 있지 않은 이 상황이, 그렇다고 이렇다 할 정확한 미래가 펼쳐져 있지는 않은 이 상황이, 늘 내 마음을 불편하고 불안하고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이라는 공간에서 30대 중반이라는 나이의 위치가 주는 압박감은 20대 취준생 시절보다 크고, 그래서 그런지 그러고 싶지 않은데도 나의 다짐이 무색할 만큼 계속해서 서두르게만 된다. 지난 몇 개월간 그렇게 서둘러놓고선, 이젠 천천히 나아가자고 다짐해놓고선, 이 모든 게 한국이라는 이 공간에서는 쉽지 않다.
하루라도 뭔가를 하지 않고 쉬고 있으면 뭔가 불안하고 초조하기만 하다. 뭐라도 해야 할 것만 같다. 뭔가 생산적인 활동 하나라도 해야 할 것만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빨리 찾고만 싶다.
만약 내가 원래대로 해외로 떠나 그곳에 있었다면 이러한 마음은 덜 했을까?
나의 다짐대로 쫌 더 내 삶을 그냥 흘러가는 대로 맡겨둘 수 있었을까?
이렇게 늘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20대 초반의 내가 'HR'이라는 직무를 정하기까지만 해도 몇 년이 걸렸던가.
그리고 그걸 이루어내기 위해 하나하나 차곡히 스펙을 쌓아왔던 그 시간은 무려 6년이 걸리지 않았던가.
학점 취득을 위한 전공 공부, 외국어 점수 취득을 위한 연수와 교환학생 생활, 그리고 각종 대외활동과 봉사활동.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바탕으로 써 내려갔던 수많은 이력서와 수많은 면접.
그 수년의 시간을 걸쳐 이루어 낸 결과였으면서
30대 중반인 내가 20대의 나에게 건네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너는 아직 너무 어려. 더 즐겨도 돼. 최대한 후회 없을 만큼 즐기다가 취업해.
주변 친구들보다 몇 년 더 늦게 취업한다고 너의 인생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아. 그렇다고 네가 그들보다 못한 인생을 사는 것도 아니야.
그들보다 느려도 괜찮으니깐 네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 차근차근 찾아봐. 그 과정이 길어지더라도 충분히 괜찮아. 너의 '진짜' 인생에 대한 참된 투자이니깐.
사실 내가 해주고 싶은 이 모든 말들은 사실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다.
정말 10년 전의 그때로 돌아가 그때처럼 하나하나 쌓아나가 보자.
당장의 결과를 바라지 말고 차근차근 한발 한발 나아가 보자.
그 과정 속에서 새로운 나의 목표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다시 조금씩 사소한 것부터 하나하나 도전해본다.
그리고 다시 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
나는 지금의 내가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