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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두달홍천살이 Jun 19. 2020

[강원도 소녀와 미얀마의 첫사랑] 프롤로그

나의 첫사랑, 세 번에 거쳐 미얀마를 만난 후 달라진 나의 삶

2019.2월 NGO와 함께한 6개월간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방문한, 양곤 흐모비 지역 아동 사업장 어린이들과 함께

2019년 3월 미얀마에서의 두 번째 해외봉사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뒤로, 1년 반이 넘었다. 2016년 대학원 수료부터 미얀마와 본격인 인연이 이어졌다. (아니다, 따지고 보면 나와 미얀마와의 첫 인연은 2013년 일주일 간의 미얀마 여행이었다. 그때는 멋 모르고 남들 따라 미얀마에 갔다). 그야말로 미얀마는 나의 첫 사회생활 터였다. 첫 번째 1년은 코이카(KOICA) 국제개발 전문봉사단으로, 두 번째 6개월은 NGO 봉사단으로, 총 1년 6개월을 미얀마에 살며 일을 했다. 지난 3년간, 나는 각 1년의 일부를 각각 한국과 미얀마에서 나눠 보냈다. 이번처럼 한국에서 온전히 일 년을 살아 낸 게 나로서는 믿기지 않는다.



다수의 미얀마인들 속 ‘소수의 한국인들’ 중 하나였던 내가 ‘다수의 한국인들’ 속 '한국인 허은희'로 살아가고 있다. 한국인이라는 하나의 정체성으로만 살아가는 것이 내게는 어려워진 지 오래. 한국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삶으로만 살아가기에는 난 너무 답답하다. 주변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은 종종 나를 ‘미얀마인’으로 불렀다. 보통 한국인과 같지 않다는 거다.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노래나 유행어 또는 시사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나는 “엥? 그게 뭔데? 누군데? 무슨 일이 있었는데?” 하기 일쑤다. 내 주의력이 부족한 건지, 아니면 정말 한국에 관심이 없는 건지. 종종 내 마음도 조급하고 답답해진다, 내가 한국에 어울리지 않는 건 아닐지, 하고 말이다.


대신 나는 내가 좋아하고 아는 것들에 대해 주변에 이야기하기를 즐겼다. 한국에 와서도 틈만 나면 미얀마 이야기였다. 미얀마에 대해 말할 때면 마치 투어 가이드가 된 기분이고, 어딘가에서 미얀마에 관한 내용을 발견하면 뛸 듯이 기쁘다. 내 꿈 중 하나는 미얀마의 매력을 알고 좋아하게 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거다. 지금 사무소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한국인 동료 세 명은 날 만나기 전에는 미얀마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단다. 하지만 나의 일상 속 ‘지속적인 (끈질긴?) 스토리텔링’을 통해 자연스럽게 미얀마가 뇌리에 박히게 되었고, 미얀마의 위치뿐만 아니라 문화나 역사에 대해서는 아주 간단하게라도 인식하고 있다. 한 사람의 색다른 경험이 평범한 사람들을 새로운 세상과 연결 짓게 해 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두 번에 거친 해외봉사 경험 동안 나는 미얀마의 완전한 팬이자 홍보대사가 되어 있었다. 이 일상 속 변화를 통해 나는 해외봉사단 활동의 위력을 믿는다. 그 믿음으로 주변의 대학 후배들이나 친구들에게 대학 졸업 후의 해외봉사단 도전을 적극 추천한다.


내 삶을 변화시킨 나의 사랑 미얀마.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속에 저절로 떠오르는 곳, 그곳에 머무는 나의 시간, 나의 생각들…… 요즘 따라 그곳에서의 추억들이 문장이 되어 계속 내 마음속에 작문을 한다. 마치 내 시간들이 나보고 정리를 좀 해 달라고, 잊히기 싫으니 기억해 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 그래서 용기를 내 오랫동안 멀리 두었던 글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KOICA 해외봉사단 활동 수기 중에 미얀마를 주제로는 한 권도 발간이 되지 않았다. 미얀마로 나가고 있는 예비 봉사단과 활동가들이 얼마나 많은데, 미얀마에 대한 맛보기가 될 책이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 내가 총대를 매고 도전을 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그동안의 내 삶을 돌아보면서, 첫 미얀마 이야기꾼이 되어 보자!  



2020년 6월 중순


2019.7월 미얀마 출국을 앞두고 참여한 NGO 봉사단 국내 교육 수료식 날, 미얀마 갈 생각에 행복해 환하게 웃고 있는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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