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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히 May 15. 2024

최우수 신입사원

 - 11. 버텼고 해냈다

 1년이랑 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갔다. 돌이켜보면 첫 회사생활이라 그런지 유독 기억에 남는 일들이 많은 것 같았다.


 부산에서 KTX 첫 차를 타고 출퇴근을 했던 일, 회사 선배가 퇴사했던 일, OJT리더와 멘토를 만났던 일, 대리점 사장님한테 쌍욕 먹었던 일 등등 1년 동안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 다이내믹했었다.


 많은 일이 있었던 만큼 1년이란 시간은 내가 성장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회사 동기들이 10명 남짓 있었지만 부서도 다르고 나이도 달랐기 때문에 생각보다 친해질 수 없었다.


 내 동기들도 분명 나만큼 힘들었을 것이고 나처럼 열심히 일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나는 운이 좋게도 더 많은 선배들과 어울릴 기회가 있었다.


 혼자 자취를 했기 때문에 나를 챙겨주는 선배들이 많았었고, 같은 팀, 같은 부서 사람들뿐만 아니라 타 팀, 타 부서의 사람들까지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었다.


 그만큼 내 개인 시간이 줄어들었지만 신입사원으로서 딱 1년, 그 1년의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당시에 누구보다도 일을 열심히 하고 일을 많이 배웠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불과 1년 만에 말이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생각은 정말 위험하고 건방진 생각이었다는 걸 깨닫고 있는 중이다.


 어쨌든, 내가 일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고, 내가 배울 수 있는 만큼 스펀지처럼 쭉쭉 흡수해서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런 자신감이 있었다. (실제로는 많은 선배들이 배려해 주고, 잘 알려주고 도움을 줬었다는 걸 잘 느끼지 못했었나 보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자만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을 때였다.


 날씨가 추워지고 연말이 다가왔다. 거리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마중 나와있었고 구세군 종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서울에서의 첫 1년이 마무리되는 것 같았다.


 회사 출근 마지막 날에 인사팀에서 날 따로 불렀었다. 신입사원 공채들 중에서 “최우수 신입사원”이란 상을 수여하려고 하는데 그 대상이 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신입사원 대표로 새해 시무식을 할 때 연설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었다.


최우수 신입사원? 내가? 갑자기?


 내가 회사에서 크게 성과를 내거나 괄목할만한 일을 한 게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 내가 내린 결론은 회사에 제일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이 나였기 때문에 받는 상이 었다고 결론 내렸었다.


 신입사원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가 뭐가 있겠는가?

“성실, 끈기, 악바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최우수 신입사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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