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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과 브런치 글의 상관관계

우리 오래 뛰고 오래 쓰자

by 자몽에이드

브런치글을 처음 쓰려고 했을 때였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으로 쓸거리를 찾는다는 것이 꽤 쉽지 않았다. '왜 괜히 글은 쓴다고 해서..' 암만 생각해도 내가 쓸만한 것도 누군가가 읽을 만한 것들도 보이지 않았다. 과연 내 이야기 속에서 나의 생각을 끌어내고 그것들이 공감까지 일으킬 수 있는 것들이 있을까 싶었다. 며칠을 고민하다 겨우 꾸역꾸역 끌어낸 이야기가 '운동'이었다. 타고난 몸치에 학창 시절 체육 시간을 제일 싫어했다. 100m 20초 안에 못 들어왔으며, 체력장 5급, 체육 실기 시험은 기본 점수 72점에서 1~2점도 겨우 받았기에 체육 필기 100점을 받아 평균을 가까스로 80점에 맞추었던 인간이었다. 이런 몸으로 결혼하고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도 운동은 남의 나라 아니 겪어보지 못한 우주 이야기였다. 이런 사람이 40대에 접어드는 그 해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두통으로 진통제를 달고 살다가 내린 나름 진지하고 꽤 결의에 찬 결정이었다.



그 후 수영 2년, 에어로빅 2년, 테니스 2년을 꾸준히 하게 되었다. 만약 수영을 계속할 수 있는 여건이었더라면 수영을 6년 아니 지금까지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땅을 파서 수영장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사를 갔고 수영장이 가까이에 없어서 에어로빅을 하게 되었다. 개인 수영장을 만들고 싶다는 어이없는 꿈을 깨고 에어로빅을 빠져서 하다가 코로나를 만났다. 그래서 실외 운동인 테니스를 하게 되었다. 조코비치는 전쟁 중에 수영장 물을 빼고 거기서 테니스를 쳤다고 한다. 머리 위로 총포가 날아다녀도 운동에 집중했다나... 뭐 그렇다고 한다. 늦게 배운 테니스 맛에 아들 녀석 선수 한 번 만들어 보려고 레슨을 시켰는데 돌아오는 건 배운 애가 왜 저러냐는 남편의 구박뿐이었다. (운동은 남 시키는 거 아니고 나 하는 것이다.) 어쨌든 어떤 운동이든 6년을 붙들고 하게 되니 삶이 꽤 변해 있었다. 두통의 원인을 알게 되었지만 이미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몇십 년의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고도 잘 살았는데 몇 년의 시간이 움직이지 않으면 못 살게 만들었다. 인생은 늘 예기치 않는 사건과의 만남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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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여러 운동을 하게 되고 거기서 느낀 이런저런 생각들을 적으면서 나는 브런치 플랫폼에 입문했다. 작가라고 하긴 부끄럽고 지난 나의 사건의 나열에 불과했지만 그렇게 글을 쓰면서 쓴 글을 읽으면서 나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운동을 좋아했구나. 이 정도로 몰입했구나. 성과에 상관없이 만족했구나. 즐겼구나.' 그렇게 운동을 계속하면서 그걸 몰랐나 싶지만 사실이다. 쓰면서 깨달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다시 말해 글을 써서 전체 공개를 한다는 것은) 나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놀라운 것은 드러내면서 나도 모르는 나를 내가 쓴 글로 보는 게 있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똑같은 일을 하고 집에서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과 만나 수다 떨며 커피 마시는 평범하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그 모습 속에서도 어쩌면 낯설게 발견되는 나의 모습이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겠다는 그 처음의 동기는 충동적이었는데 들어와서 글을 쓰고 보니 어째 어떤 자기 성찰이 있는 게 조금 더 발견해 보고 싶어서라도 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운동도, 글을 쓰는 것도 이게 만만치가 않다. 밀당하는 것도 아니고 조금 재미지려고 하면 다른 면을 보면서면서 거리를 두는 게 친해지기 쉽지 않다. 어제 배드민턴 연습하다 토 나오는 줄 알았다. "아우, 힘들어. 힘들어. 배가 찢어질 거 같아." 땀이 범벅이 되고 다리가 후들거려도 다 받아치는 상대 플레이에 라인까지 미치지 않는 나의 힘으론 버거울 뿐이다. 셔틀콕이 닭털같이 날리며 오간다. 글은 또 어떤가. 서랍에 있는 글들을 꺼내고 다시 넣고 다시 꺼내고 한숨을 더해 다시 넣는다. 발행일을 넘기지만 쓸 내용이 다 도망가 버려서 쪼들리고 가난해진 기분이 든다. 나도 낯을 가리는데 이들도 낯을 가리는지... 그래도 함께 하고 싶다. 그러니 어찌 됐든 우리 오래 보자. 평생 친구하자. 몸의 근육이 생기고 마음의 근육이 생겨서 조금 더 단단해지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 발견된 것들과 변화된 것들에 기대서 오늘도 차분하게 뛰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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