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은 배드민턴이지
이 전에 배드민턴을 배운 적이 잠시 있다. 카톡이 왔던 이유가 이전 멤버로 단톡방에 있었기 때문이다. 약 한 두 달 다녔는데 일을 시작하면서 더 할 수 없었다. 동네에서 애들이 네트 없이 치던 배드민턴만 보던 사람이 실내에서 하는 배드민턴을 처음 봤을 땐 정말 깜짝 놀랐다. '스피드가 예술인데.' 좀 하는 언니들은 흡사 날아다니는 것과 같이 보였다. '배드민턴이 원래는 이런 운동인 건가 봐.' 원래 이런 운동이 왜 약수터 운동이라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멋있었다.
배드민턴 : 네트를 사이에 두로 라켓으로 셔틀콕으로 쳐서 주고받는 실내 운동 스포츠이다. 제대로 스매싱할 때 셔틀콕의 속도가 시속 300km대 (일반인은 200km 넘기기도 힘들지만) 이므로 가장 구속이 빠른 구기 경기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 구기 종목 중 드물게 신장이나 체급에 제약이 적어서 국제 랭커들의 신장이 동남아인 160cm 대에서 2m 가까이 되는 유럽인까지 다양하다. 이는 동남아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 중에 하나이다.
한국에선 동네 스포츠 센터만 가도 동호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가대표도 강한 편이라 세계 랭킹에 들며 금메달도 여러 번 땄기 때문에 축구 다음으로 재정 자립도와 예산이 크다. 같은 시간을 놓고 비교하면 수치상 운동량은 축구나 테니스 보다 많다. 테니스보다 체력소모량이 4배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경기 시간은 축구, 테니스가 훨씬 길다는 거) 동호회는 생각보다 유지비가 많이 든다. 초보가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레슨을 받아야 파트너에게 미안함을 면할 수 있다. 운동복, 클럽비, 장소 대여료, 대회 출전비, 셔틀콕 값을 생각하면 (이후의 회식비까지) 만만치 않다. 이것이 배드민턴 동호회의 주 운동층이 중장년층은 이유가 된다. <나무위키 배드민턴 개요 요약>
배드민턴 라켓 잡는 법, 채 휘두르는 것과 발 스텝만 2주 이상 배운 것 같다. 진도가 안 나간다. 코치님 말씀으로는 동네 배드민턴 물이 좀 빠져야 한다고 하셨다. 다들 큭큭 거리며 웃었던 것은 너무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스텝 꼬여가며 힘들게 레슨을 받고 나면 함께 막 난타를 칠 수 있었다. 코치님께서 배운 거 생각하면서 치라고 했지만 다들 자기 맘대로 넘기려고 쳤던 것 같다. 그래도 하이클리어, 헤어핀 조금 맛보고 그만두었으니 지금 남는 건 라켓 잡는 법만 겨우 알겠다.
하이클리어: 셔틀콕을 위로 띄우는 기술이다. 배드민턴 기술의 알파이자 오메가. 가장 기초가 되는 기술이자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헤어핀: 네트 근처에서 셔틀콕을 상대편 코트 앞쪽으로 떨어트리는 기술로서, 셔틀콕의 궤적이 머리핀 같다 하여 이런 이름이 붙였다. <나무위키 배드민턴 기술 발췌>
오랜만에 배드민턴에 나가니 강사님도 바뀌고 이전에 같이 치던 사람들도 없었다. 그러나 나에겐 아들이 있다. 남편과 함께 뭐 배우는 거 아니라는 알고 있다. 아니 남편한테 배우지 말라인가. 어쨌든 아들과 함께 뭘 배우는 것도 딱히 권한 만한 일은 아니다. 신경이 너어어무 쓰여서 좀처럼 내 운동에 집중하기 어렵다. (운동은 각자 배우는 것으로) 잘하고 있는지 신경 쓰느라 영락없이 보호자 신세가 되어버렸다. 운동은 다 했다 거의 포기했었는데 이럴 수가. 아들이 배드민턴에 재미를 붙이더니 함께 운동할 친구를 데리고 왔다. (오예!) 애나 어른이나 운동메이트가 중요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드디어 나는 하이클리어에 집중할 수 있었다. '도대체가 왜 이렇게 안 맞는 것인가.' 테니스 서브와 매우 유사한데 낙하지점과 히팅 타이밍 잡기가 까다롭다. 테니스 서브는 내가 올려서 치면 되는데 이건 상대가 올려줘야 하니 코치님 레슨 시간에 집중해서 하지 않으면 감 잡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시간에 쫓기니 긴장되어서 더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초보자. 시간을 더 쌓아야 한다.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성실하게 두면 되는 것이다. 빨리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그것은 마음뿐이다. 더 채를 휘두르고 헛스윙하면서 팔과 발의 지점을 찾아야 한다. 그것을 찾는 것이 배움이고 그 배움으로 운동이 재미있는 것이다. 다행히 나도 이 과정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간간히 상급자들이 게임에 껴주기도 하는데 그러면서 배드민턴 복식 게임 룰을 배우고 있다. 배드민턴 서브도 알게 되고 유익하다. 배드민턴 속도와 기술은 정말 빠르더라. 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도 있지만 점점 코트가 익숙해지고 재미도 배가 된다. 겨울 방학은 역시 실내 스포츠 배드민턴이다. 남은 방학 기간 아들아! 넌 너의 것을 하거라! 나는 하이클리어 클리어하고 날아다녀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