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구청 발령을 받고 나서 아침에 눈을 뜨면 감옥에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석 달 내내 거의 쉬지 못했다. 주중에는 오후 10시를 넘기고, 주말에도 8시간 넘게 일을 했다.
시장 안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구청으로 가는 길부터 마음이 무겁다. 구불구불한 길을 헤치고 구청 앞 횡단보도 앞에 이른다. 횡단보도 우측에 전봇대가 하나 있다. 그 전봇대 중간쯤에는 사람 눈높이에 00 신문 꽂이가 하나 있다. 00 신문 맨 앞장에는 칼럼 비슷한 글이 있는데 손을 대지 않고도 중간까지 읽을 수 있다. 그 안에는 스님 글도 있었다. 지금은 내용이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인생은 고통이고 고통을 없앨 수는 없다. 받아들여라.’ 이런 내용이었다. 내편은 아무도 없었다. ‘받아들이라고? 그걸 모르나? 안 되는 걸 어쩌라고! 스님도 회사 생활해 보셔야 하는데 말로는 그런 말 다 할 수 있지!’ 내 마음은 삐뚤어졌다. 일도 서툴고 물어볼 곳은 없고 일은 많고, 그때는 그렇게 일하는 것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진짜 감옥은 아니지만 그때 나는 “감옥”에 살았다.
“나의 숨결로 나를 데우며”
겨울의 싸늘한 냉기 속에서 나는 나의 숨결로 나를 태우며 봄을 기다린다. 천장과 벽에 얼음이 하얗게 성에 져서, 내가 시선을 바꿀 때마다 반짝인다. 마치 천공의 성좌 같다. 다만 10와트 백열등 부근 반경 20센티미터의 달무리만 제외하고 온 방이 하얗게 얼어 있다. -중략- 방 안 가득히 반짝이는 이 칼끝 같은 ‘빙광’이 신비스럽다. -중략- 천공의 성좌 같은 벽 위의 빙광은 현재 내게 주어진 가장 큰 ‘세계’이다. _21p
<출처: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인간이란 참 나약하고 여린 존재다. 감옥에 사는 사람도 봄을 기다린다. 감옥의 차가운 벽에서 그는 성좌를 본다. “칼끝 같은 빙광” 표현은 참 아프다. 이런 아픈 세계가 자신의 현재의 세계라는 인식 또한 더 서럽게 느껴진다. 그렇게라도 사소한 자신만의 일상을 놓치지 않고 그림을 그리듯 쓴 글은 참으로 담담하다. 영혼은 아무도 가둘 수 없다. 글에서 아픔이 느껴지지만 결코 징징대거나 분노의 감정은 읽을 수 없다.
그는 감옥에 있었지만 자유로운 영혼으로 고뇌하고, 사소한 것으로부터 삶의 기쁨을 얻으려고 노력했다. 이런 모습이 인간답게 느껴진다.
이 책은 억울한 누명으로 무기징역 선고를 받은 신영복이 가족에게 자신의 심정을 써 보낸 편지글을 모아 역은 글인다.
억울한 누명살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 수 있었을까? 신영복은 따뜻한 시선을 가진 사람인것 같다. 그는 감옥에 있었지만 그의 정신과 마음은 감옥에 살지 않았다.
인간은 그런 존재다. 한없이 나약하기도 하고 끝없이 강하기도 하다. 지금은 힘들 때면 '죽음'을 떠올려 나의 힘든 상황을 작게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그냥 '아주 작은 거'라고 내 인생에서 곧 사라질 거라고 생각해 본다. 또 신영복을 떠올린다. 진짜 감옥에서도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아내려는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사진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