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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곤 Oct 25. 2024

그녀의 나이는 오십이 넘었다

12월의 이별은 다시 오지 않았다: 제1화

 “또 휴대폰이야?”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남편이 하는 말이다. 그럴 만도 했다. 휴대폰에 열중하고 있는지 한 시간이 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원래부터 그녀가 그렇게 많은 시간을 휴대폰에 열중하지 않았다. 남편은 영화나 먹방을 보고 있는 줄 알고 있을 것이다. 두 남자에게도 자기가 지금 자판을 두드리는 행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 이름은 이미영이고 나이는 오십이 넘었다. 대학 졸업 후 직장에서 만나 결혼한 남편은 대기업 부장이다. 아들이 직장에 다니기 전만 해도 그녀의 생활은 정신없었다. 대학생인 아들 챙기랴, 입 까다로운 남편 식단 맞추느라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갔다. 자기를 위한 시간을 가질 틈이 없었던 생활은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고 난 후로는 그녀의 생활이 빠른 속도로 무미건조해갔다. 가뭄으로 갈라진 들녘에 돋아있는 잎새처럼.

  아들이 여자 친구가 생긴 이후에는 하루가 마치 일주일처럼 느리게 흘렀다. 집 안에서 아들은 그녀에게 유일한 대화 상대였다. 그러했던 아들이 매일 연애하느라 늦었고 어쩌다가 일찍 퇴근이라도 하는 날에도 “왔어.” 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나오질 않았다. 어쩌다가 “오늘 괜찮았어?”라고 물으면 “응”하고 말았다. 원래 말이 없는 남편과는 달랐던 아들이었지만 지금은 완전 다른 사람으로 변신해 버렸던 것이다.


  저렇게도 변할 수가 있는 것인가,라고 생각해 보지만 해답을 위한 착상마저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의 생활은 허전함에 외로움이 쌓여갔다. 얼마 전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 정혜가 동아리에서 알게 된 남자와 가끔 만나 차도 마시고 술도 한다고 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남자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대로는 아니다 싶었다. 두 남자가 매일 늦게 들어와 저녁거리를 찾아 마트에 갈 일도 없게 된 그녀의 하루는 온갖 잡생각이 지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생각 없이 소파에 앉아 있노라면 오래도록 부부생활이 없던 그녀의 머리 안에는 관능적인 장면으로 채워 갈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욕실로 가서 조금 전 머릿속 음영들을 하얀 연기 사이로 품어 나오는 물줄기 실어 하수구로 흘려보내곤 했다.


다음화는 아래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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