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이 그리는 아름다운 시간 속으로

by 김곤

이곳에 온 지 3일째 되는 날이다. 일찍 눈을 뜬다. 아내의 침실에서 빛이 새어 나온다. 딸이 깰까 오늘도 카톡으로 말을 붙여본다.

일어났어?

응.

배 안 고파?

고파.

언제 일어났어?

아까.

잠이 안 와?

응.

좀 더 자.

아니야.

그럼, 나갈까?

응.

샌드?

ㅋㅋ응.

그래 ㅋㅋ.

그런데 비 오나 봐.

우산 없는데.

응, 내가 양산 챙겨 왔어.

잘했네.


우리는 꽁지발을 하며 호텔 방문을 나섰다. 밖은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공기가 더 맑게 다가왔다. 그날도 편의점 샌드위치로 호텔 방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텐진역 지하상가 거리를 가보자는 아내의 제안으로 우리는 오전 일찍 호텔을 나와 역 쪽으로 향했다. 걷다 보니 출근하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역으로 가는 장면이 자주 보인다. 역에 도착하니 조금 전 거리의 모습을 방증이라고 하듯 자전거들이 빽빽이 들어선 보관소가 눈에 들어온다.

지하상가에 들어서가 내가 아내에게 말했다.

고속터미널 지하상가 같은 곳인가 봐?

그래? 조금 결이 다르지 않을까?

........

역 입구를 내려오자 빵집이 보이자 딸이 검색을 하고 말했다.

여기 맛 집 이래.

그럼 들어가 보자.

이곳에 와서 하루 2만 보 이상을 걸어서인지 우리는 샌드위치로 아침이 성에 안 찬 모양이었다. 오기 전에 체기가 있었던 아내의 상태도 호전되어 팥빵과 소금빵 등으로 두 번째 아침을 먹었다.


지하상가는 아내의 말처럼 강남의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와 결이 달랐다. 최신의 백화점을 두고 있는 곳과 서민들의 숨소리가 크게 변하지 않은 저렴한 의류상점들로 구분되어 신구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강남의 지하상가와 다르게 이곳은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현대식 상점들 간의 조화가 돋보였다.



점심이 다가오자 딸이 인터넷 검색을 하더니 근처에 관광객이 많이 가지 않는 괜찮은 우동 집이 있다고 하면서 어떠냐고 하자 아내는 “먹고 싶다. 여기 오면 맛있는 우동 먹어보고 싶었어.”라고 말했다. 구글지도를 켜고 딸의 안내에 따라 10분 정도를 가니 주택가에 조그마한 우동가게가 보였다.

점심때가 안 되어서인지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어서 오세요. 몇 분이세요?

세 명이요.

이쪽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우리가 테이블에 앉자 오기 전에 스타벅스에서 주문하며 마시다 남은 커피를 들고 있는 나를 보며 직원이 말했다.

외부에서 구입한 음료는 안 됩니다.

아, 그래요? 알았어요.

나는 커피를 들고 밖으로 나가 마시고 난 후에 직원에게 종이컵을 버려줄 것을 부탁하고 자리에 앉으며 아내와 딸을 보며 말했다.

조금, 심하다. 그렇지?

아내가 말했다.

그러네.

일본에서 대학을 다닐 때도 일본인들이 답답하다고 했던 딸이 이렇게 말했다.

일본사람들 윤통성이 대박 없잖아. 어쩔 수 없어.

그러자 내가 이렇게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온 객인데....


아쉬웠지만 남은 커피를 여유롭게 못 마시고 길가에 버렸다고 금쪽같은 시간을 고객 불만이랍시고 사용하기에는 여행자인 우리들에게는 사치였다. 잠시 후에 음식이 나오자 먹는 시간에 우리는 집중했다.

딸이 말했다.

맛있다.

내가 말했다.

그러네. 여기 와서 가장 맛있게 먹네. 면이 쫄깃쫄깃하고 부드럽다.

잠시의 불편은 맛있는 음식과 삼켜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출구로 가면서 내가 말했다.

계산이요.

아까 외부 음료 반입 금지라고 했던 그 직원이 출입구 한쪽에 있는 테이블을 가리키며 말했다.

계산은 셀프입니다.

에?

그녀는 셀프용 계산대 방향을 가리키며 다시 말했다.

네, 계산은 여기서 셀프로 하시면 됩니다.

테이블에서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결제를 원스톱으로 하는 우리와는 달랐다. 미증유의 경험을 뒤로하고 우리는 다시 걸었다.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며 떠나는 여행길.

자연, 바람, 공기, 사람, 거리, 건물, 음식..... 등을 통해


곡선이 그리는 아름다운 시간 속으로.


사진: 김곤(후쿠오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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