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

by 김곤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며 떠나는 여행.

처음 가는 곳은 더 그렇다.

미지의 세계.

미증유의 일들이 기다리는 곳.

직선보다 곡선을 지나면서 만나는 거리, 건물, 자연, 바람, 공기.....

그중 미소로 우리를 맞이해 준 사람들에게서 품어 나오는 좋은 에너지는 아름다운 대자연을 만나듯 따스함을 느낀다.




계란 샌드위치를 사기 위해 편의점에 갔을 때다. 카운터 쪽에서 “어서 오세요.”라는 말소리가 들리자 나는 그쪽으로 몸을 돌려보았다. 일본인이 아니었다. 동남아 국가에서 온 듯했다. 일본어가 유창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물건을 사고 계산을 하러 카운터로 갔는데 그 직원이 “한국 분이시죠?” 하고 물었다. 나는 “네,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면서 “한국말을 아시네요?”라고 묻자 그녀는 “한국 사람이 많이 와서 알게 되었어요.”라고 말했다. 오래전에 도쿄에서 생활할 때는 볼 수 없었던 다양화의 모습이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최근에 먼 나라에서 온 젊은이들이 밝게 웃으며 일하는 모습을 어떤 식당에서는 볼 수 있다. 그날 편의점에서 만난 그녀의 밝은 미소에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로 넘어가고 있는 우리가 떠올랐다. 머지않아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이국의 청년들을 보는 날이 온다면 그들의 얼굴에서 후쿠오카 편의점의 그녀와 똑같은 미소를 볼 수 있길 바라며.



그날 저녁은 아내와 딸이 초밥을 먹기로 한 날이었다. 회를 안 먹는 나는 따로 혼자서 저녁을 해결해야 해서 백화점 지하의 한 식당을 찾았다. 안은 1인용 테이블에서 혼자서 먹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오래전에 일본에서 생활했던 나는 이 광경에 익숙하다. 그때도 대부분의 식당 부엌 앞에는 1인용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었다. 텐진의 우동 집을 방문했을 때도 그랬다. 식당 안의 거의 모든 테이블이 1인용으로 되어 있었다.


50을 넘어 공무원임용시험에 합격해 첫 발령지에서였다. 모든 게 낯선 곳이었다. 그곳에 도착한 다음 날이었다.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하려고 한 식당의 문을 열 때였다.

어서 오세요. 혼자 세요?

네.

혼자는 안 됩니다.

.......

야박한 식당 주인의 말에 아직도 혼자 먹지 못한 식당이 있다니,라고 중얼거리며 다른 곳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해 김밥 집에서 허기를 달랬던 기억이다.


사실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1인용 테이블이 즐비한 식당 안 풍경을 보기란 쉽지 않다. 점심은 직장 동료와 같이 간다는 인식이 남아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혼자서 국내를 여행할 때든 어디를 갈 때든 낯 선 장소에서 식사 시간에 식당 문을 열면 “몇 분이세요?”라고 물었을 때 “혼자입니다”라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는 시간은 언제쯤 올까.


혼자서 편하게 먹는 일본 사람들의 모습에 마음이 가는 것은 나만의 사치일까...



여행 둘째 날이었다. 점심을 하고 스타벅스에 들어 커피를 주문할 때였다. 직원 중에 한 젊은 여성이 밝게 웃으며 “한국 분이시죠?” 하고 내게 물었다. 그녀의 유창한 한국어 실력에 나는 “네”하며 “한국말을 잘하시네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한국을 너무 좋아합니다. 매일 한국어 공부를 해요. 얼마 전에 서울에 혼자서 갔다 왔어요. 한국이 너무 좋아요.” 하고 다시 말하며 웃었다.


그녀의 웃음이 먼 훗날에도 멈추어 있지 않길 희망하며.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하는 그녀의 웃음에 작은 미소를 보내고 그곳을 나와 걸어서 호텔에 도착하여 엘리베이터 안에서였다. 나는 한 일본인의 아내가 아이를 안고 엘리베이터를 내릴 때까지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그들이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내린 난 후였다. 그녀의 남편이 다시 엘리베이터 쪽으로 오더니 닫힘 버튼을 눌러주며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의 모습에서 나는 보았다. 상대에게 배려를 잊지 않으려는 한 인간의 소소한 노력이 불어넣는 작은 온기가 세상을 따스하게 한다는 것을.


사진: 김곤(후쿠오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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