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속에 행복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

by 김곤

한 지간 정도 지나자 아내와 딸이 돌아왔다.

어때 재미있었어?

응.

일산 호수공원보다 넓어?

아니. 그 정도는 아니야. 군데군데 맛 집이 있는 것 같기도 하네.

자전거를 반납하고 공원을 나온 우리는 지하철로 향했다. 다섯 정거장을 가니 하카타에 도착했다. 우리는 점심으로 스키아키를 먹기로 하고 마루이백화점 십 층으로 올라갔다.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식당마다 긴 줄이 만들어져 있었고 입구에는 ‘오늘은 마감’이라는 문구만이 우리를 맞고 있었다. 배에서는 먹을 거 달라고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하는 수 없이 줄을 서 먹을 것인지 아무 곳에 들어갈 것인지 결정을 해야 했다.

아내가 말했다.

아무거나 먹을까?

딸이 말했다.

가라아게 먹을까?

엄마아빠는?

괜찮아.


안으로 들어갔더니 테이블 한 곳이 비어있었다. 자리에 앉자 매니저가 메뉴판을 들고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나와 딸은 가라아게를 아내는 우동을 주문했다. 허기가 지니 아무것이나 맛있을 것이라는 심산으로. 음식이 나오자 딸이 한 입 하더니 “맛있는데” 하고 말했다. 한국에서 요즈음은 돈가스 집에 가도 좀처럼 먹을 수 없었던 터라 나도 치킨 가라아게를 오랜만에 맛있게 먹으면서 아내의 얼굴을 보며 내가 이렇게 말했다.

골든위크라 장난이 아니네. 스키야키를 못 먹어서 어떻게 해?

그러자 아내가 말했다.

할 수 없지 뭐. 괜찮아. 저렴하게 점심 때우니 좋은데? 저녁에 초밥 맛있게 먹어야지.



점심을 마친 우리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백화점을 나와 간식을 사기 위해 딸기 샌드위치를 맛있게 한다는 곳으로 향했다. 다 팔리고 없으면 어떻게 하지,라고 걱정하며 갔으나 다행히 몇 개가 남아 있었다. 샌드위치를 들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거리는 깨끗했다. 부럽기도 했다. 아무리 관광도시라 하지만 우리의 지방도시와 달랐다. 촘촘하게 길가에 들어서 있는 건물들은 높지 않았지만 세련되어 있었다. 건물에 걸려 있는 간판들은 군더더기 없이 정돈되어 있어 미관을 방해하지 않았다. 거리의 신호등마다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보였다. 일본인들의 일상에서 중요한 교통수단인 자전거다. 오호리공원에서 아내와 딸이 이용했던 차리차리(charichari)라고 적혀있는 빨강 자전거가 보이기도 했다. 유학시절 도쿄 도심에서 생활했던 나는 자전거를 이용한 기억이 거의 없지만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 생활하던 많은 학생들은 자전거를 이용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체기로 고생한 아내가 걱정스러워 내가 말했다.

어때. 걸을 만은 해?

응. 좋아.

여기에서 이렇게 걷다 보면 더 많이 좋아질 거야. 파이팅!!

그래!!

우리는 숙소가 있는 나카스까지 30분 정도를 걸었다. 아내와 딸은 편의점에 다시 들러 간식거리로 계란샌드위치를 구입했다.

질리지 않는다고, 한결같다고 하면서....



호텔에 도착한 우리는 잠시 휴식을 하는 사이 딸은 초밥 집을 검색하며 못 먹는 아빠의 저녁이 걱정이 되는지 이렇게 말했다.

그럼 아빠는 뭐 먹어?

나는 괜찮으니까 엄마랑 맛있게 먹을 곳 잘 찾아봐. 어차피 오기 전에 엄마와 상의해서 그렇게 하기로 한 거니까. 아빠는 아무것이나 대충 먹으면 되지 뭐.

그래도 같이 가야지.

아니야. 괜찮아.

.... 응.

엄마, 여기 오기 전에 아는 사람이 추천해 준 곳으로 갈까?

응. 좋아.


박명에 호텔을 나온 우리는 하카타까지 30분 정도를 다시 걸어 초밥 집이 있는 마루이백화점에 도착했다. 지하 식당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식당 앞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 뒤로 아내와 딸도 합류했다. 나도 저녁을 어디서 먹을지 찾아 나서야 했다. 그녀들에게 “맛있게 먹어.”라고 말한 후에 나는 주전부리로 저녁을 때우려는 심산으로 백화점 지하 식품관으로 가보았으나 오래전에 도쿄에서 생활할 때 자주 먹던 음식이 좀처럼 보이지 않아 밖으로 나왔다. 주위를 둘러보며 평소 저녁을 거의 안 하는 편인 나는 대충 먹을 것을 찾던 중에 눈에 들어오는 곳에 시선이 갔다. 도토루였다. 유학 시절에도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했던 곳. 지금도 그때의 그 가격일까, 하고 궁금해하며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 보았더니 싼 가격으로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던 그때와 비슷했다.



아내와 딸은 초밥과 생맥주, 나는 커피와 샌드위치, 셋 모두가 만족한 저녁 시간이었다. 누구 한 명이 같이 먹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면 어때했을까. 그러면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자유 속에 행복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평범한 진리일 것이다. 상대를 자신의 의지대로 구속하지 않는 배려. 그래서 여행길에서도 협력자로서의 배려는 필요하지 않을까. 일상에서도 마찬가지.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어느 단체에서도 지배자보다 협력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한 인간관계를 위한 길은 아닐까 싶다.


도토루에서 나와 아내와 딸이 있는 초밥 집으로 향했다. 나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그녀들이 행복한 저녁 시간을 갖았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도착한 그곳에서.


생맥주에 물들인 복숭아 빛 연한 분홍색의 얼굴로 나를 발견하고 밝게 웃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나는 그 희망에 방점을 찍었다.


사진: 김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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