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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소유물은 존재하는가

성서백주간 제19주 차(신명 12-26) 묵상

by 김곤

너희가 밭에서 곡식을 거둘 때에, 곡식 한 묶음을 잊어버리더라도 그것을 가지러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의 몫이 되어야 한다.(신명 24, 19)



오늘, 주님의 숨이 깃든 성경말씀의 숲 속을 걸으며 제 마음속 작은 연못에서 울리는 언어의 물방울 소리를 반추해 봅니다.


내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잠시 사용하다가 빈손으로 떠나는 것이 우리 삶인 것 같아. 욕심부릴 필요 없어. 안 그래? 많으면 뭐 할 거야 내가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은 티클만큼도 없는데. 그런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우리니, 얼마나 어리석은지 몰라. 나도 그래. 지금 이렇게 생각하지만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잊고 말지.


주말 미사 때도 얼마나 정성스레 봉헌 준비를 하고 가는지 모르겠어. 뭐 가끔은 준비하지. 오늘은 주머니에 있는 것을 다 비우고 오자고 다짐하기도 하고 감사 봉헌도 가뭄에 콩 나듯 하기도 하고 있으니 말이야. 주머니 곳간이 텅 비어있을 때에 은행 ATM기 앞에 가면 늘 하던 대로 만원만 하면 되지 뭐.라고 생각하며 오늘은 2차 봉헌이 있는지 없는지 생각도 안 하고 말이지. 어느 주일은 아내에게 만 원 있어?라고 하며 건네받은 지폐를 아무 생각 없이 지갑에 넣고 성당으로 향하지. 정성스럽게 봉헌 준비를 해야지 라는 다짐은 잊고 말이야. 금액이 뭐가 그리 중요한지 정성스러움은 어디다 버리고 천 원짜리는 좀 그러지 않아? 그래도 오천 원 지폐는 들고 가야 편한 거 같아.라고 할 때도 있었지. 눈이 아닌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듯 돈이 아닌 마음으로 하는 것이 중요한데 말이야.


얼마 전에 아는 선배와 통화할 때였어. 그가 근무하던 그룹 회장이 비자금을 지인에게 맡기고 교도소로 들어갔대. 그는 한때 그룹 총수로 남부럽지 않았지만 비자금 사건으로 회사는 부도나고 구속이 된 거였어. 몇 년의 형기를 마치고 나와 그 지인에게서 비자금을 돌려받은 총수가 그랬다는 거야. 돈이 왜 이렇게 적냐고. 지인이 왜 그러냐고 물으니 그가 이랬대. 돈을 좀 불려야지 맡긴 금액 그대로 주면 어떻게 하냐고. 그는 그 후에 빈손으로 세상을 떠났대. 결국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는 것을 그는 그때 알았을까?




정년퇴직을 하고 재테크로 먹고사는 저로서는 오늘의 성경 말씀이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매일 탐욕과 전쟁을 벌이는 저로서는 말입니다. 절제를 하다가도 욕심에 빠질 때도 있습니다. 우리네 인생의 여정처럼 말이죠. 삶의 희로애락이 깃든 이곳에서 저는 매일 감사에 스스로를 단련하며 생활합니다. 때로는 빛과 어둠 사이에서 때로는 탐욕과 절제 사이에서 말입니다.


오늘 오후에 옛 직장 동료를 만났습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우리가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거 같아요.”

제가 말했습니다.

“그럼요. 잠시 관리하다가 가는 것이지요.”



오늘, 마음속 작은 연못에서 예쁜 물방울들이 톡톡하며 내게 말을 걸어오는 날이 되길 기원합니다. 그 작고 은밀한 소리가 주님의 소리이길 바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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