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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모습

성서백주간 제20주 차(신명 27-34) 묵상

by 김곤

사실 그 말씀은 너희에게 아주 가까이 있다. 너희 입과 너희의 마음에 있기 때문에, 너희가 그 말씀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신명 30,14 참조)



최근에 일본의 전통신앙인 신도를 버리고 가톨릭으로 개종한 나가이 다카시라는 그리스도인의 파란만장한 삶의 여정을 그린 “나가사키의 노래”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책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기도하며 내 삶의 서사를 반추하며 주님과 소통을 희망하는 요즈음의 저이기에 깊은 감동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행간 사이를 산책하면 할수록 한 남자의 굴곡진 생의 파노라마에 스며들었습니다. 한 가정의 아빠, 남편, 그리고 의사로서의 사명에서 군국주의의 참혹한 말로를 선으로 승화시켜 나간 그리스도인으로 삶의 전개에 심장이 요동쳤습니다.


한 남자로서 그리스도 여인에 대한 사랑, 아빠로서 아들과 어린 딸에 대한 깊은 부정, 의사로서의 책무라는 삶의 서사에서 그가 묵주기도를 하는 모습을 담은 곳에서는 하느님에 대한 그의 열정을 곱씹어보며 저의 삶을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나는 얼마나 많은 양의 사랑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가, 라며.



1939년 중일전쟁이 한창인 겨울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묵주 알에 모든 것을 맡기며 하느님을 향한 여행을 떠나 몇 시간이 지나도록 누군가 그에게 달려오는 것도 모른 채(155p), 아내의 유골 앞에서는 “제게 가장 소중하신 하느님, 아내가 기도하면서 죽을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통의 어머니시여, 죽는 순간까지 신실한 아내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210p),


인간은 원자폭탄을 만들고 투하했지만 하느님의 햇빛은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생각에 의문을 품지만 곧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루카 21, 23)의 성경구절은 다시 그를 사로잡는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장모가 있는 고바를 향하는 산길을 걸어가는 그의 마음속에는 멈출 수 없는 감사의 기쁨이 넘쳐흐른다.(214p)



이처럼 책의 행간 사이에서 필사하기에도 너무 깊은 주님에 대한 다카시의 대서사를 경험한 후에 그의 자선적 소설 “영원한 것을"에 눈이 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곳에서 생과 사를 초 단위로 드나드는 전장에서 우라카미 성당의 주임신부가 번역한 신약 복음서를 주머니에서 꺼내 외우고 부상으로 신음하는 전우들과 민간인들을 위해 묵주알을 돌리는 그의 서사에 저는 또 한 번 감탄했습니다.


어찌 저렇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죽음보다 더 처절한 주님에 대한 갈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일까...


나가사키의 성 빈첸시오회에서 보낸 구호물자를 받고 밝게 웃는 중국 현지인들의 모습에서 마치 하느님이 웃으시는 보는 듯했듯이 전장에서 귀국해 방사선 앞에 몸을 사리지 않는 의사로서 환자를 대하는 그의 신념과 열정에서는 우리를 위해 고통 속에 죽음을 맞이한 예수님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침에 장모님의 방문을 열며 “굿모닝~” 하고 밝게 웃으며 인사하면 “잘 잤는가~~”라고 말씀하며 짓는 해맑은 장모님의 웃음 속에, 얼마 전 등에 난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 후에 “형제 중에 속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막내 네가 아프면 어쩌나 싶었다. 아무튼 수술 잘 되어 너무 다행이다.” 라며 울먹이던 누나의 목소리에서, 그리고 십시일반으로 도움을 건네는 어려운 이웃들에게서 주님의 모습이 깃들어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피어오르는 시간입니다.



ps: 주님, 늘 우리가 사랑을 담아 생활하면 살아있는 주님이 우리 안에 언제나 같이 계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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