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독서의 목마름을 부른다

삶의 해답이 있을지도 모른 그곳을 찾기 위해

by 김곤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책 장을 넘기다 보면 나의 문장들이 종이 위로 걷다가 춤추기 시작할 때가 있다.


나는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전까지 많은 책을 읽었다고 할 수는 없다. 중고등학교와 대학 때는 좀 읽었다 해도 사회에 나오면서 책과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 틈나면 술과 친구, 그리고 연애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결혼 후에도 책을 접할 기회는 자주 갖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 책을 가까이 하기 시작한 것은 50이 넘어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고 나서부터였을 것이다.


공무원이 되고 지난해부터 나는 독서와 늘 같이한다. 그것은 글쓰기를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독서를 하다 보면 글쓰기에 대한 목마름을 부른다. 어떤 글은 그냥 나오고 어떤 글은 책을 읽다가 일순 문장들이 나의 머릿속에서 튀어나와 춤추기 시작한다. 그러면 읽던 책은 옆구리에 두거나 옆 좌석에 두고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나만의 창작물을 토해내기 위해 간절하게 써 내려간다. 그리고 거리를 걷다가 공원 길을 산책하다가 문장들이 모이고 허공에서 수정의 덧칠을 거치다가 다시 모이고 흩어지고를 반복한다.


책의 종류는 많다. 고전부터 에세이까지. 나는 다독보다는 선독을 하는 편이다. 아무리 평가가 좋다고 해도 예술적 가치가 있다 해도. 마음에 닿는 것을 골라 읽는 편이다. 마음이 가지 않은 책을 붙들고 굳이 시간을 허비하려고 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엄청난 독서의 양을 자랑하는 작가들도 있고 안 그런 이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읽되 소화를 해야 한다는 것도 쓰면서 알아간다. 한 번 읽고 남는 것이 없다고 느끼든 많은 책을 읽고서도 필력이 늘지 않든, 그것은 어쩌면 읽었던 책을 완전히 나의 것으로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나와 맞지 않는 책을 억지로 읽었던지. 나는 다는 아니지만 어떤 책을 읽으면 다시 읽고 또 읽으면서 전체적인 맥락을 살핀다. 책 속의 행간 사이로 들어가 나를 발견하기도 하며, 글로서든 머릿속으로든 전체적인 스토리를 요약해 보기도 한다. 그것은 음식을 섭취한 후에 소화의 과정을 거치고 배설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내 안에서 사유의 과정을 거침으로써 또 다른 나만의 창작물이 밖으로 나오니까.


문장들이 춤을 추면서.



"또, 핸드폰이야!"


지난해에 딸과 아내에게 자주 듣던 말이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거침이 없었다. 생각을 멈추는 것이 싫었다. 밥을 먹은 후에도 방으로 들어와 핸드폰을 들었다.


요즘에 '내가 무엇인가에 이처럼 미쳐본 적이 얼마나 있을까.'라고 생각해 보곤 한다. 어릴 적 달리기의 매력에 빠져 새벽에 달렸던 일, 일본 유학 때는 일본어사전을 씹어먹기라도 하듯 단어를 외웠던 일, 직장에서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온 힘을 쏟았던 일, 청년 시절 주점 모퉁이에서 친구들과 미래에 대해 격론을 벌이곤 했던 추억, 50이 넘어 시작한 공무원 시험공부 등이 떠오른다.


직장 동료가 높은 토익 점수가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살면서 한 번쯤 미쳐본 적이 있으신가요?"

내가 물었다.

"........"

동료는 말없이 고개만 흔들었다.

"한 번쯤 미치듯이 무엇인가를 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주위에서 '저 사람 미친 거 아니야!' 하고 얘기할 정도로 말입니다."

내가 말했다.


글을 쓰면서 '난 미치도록 하고 있을까'라고 자문해 본다. 그 대답은 "그렇다"다. 우연히 시작한 글쓰기와의 만남이 이토록 내 일상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할 줄은 몰랐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은 저녁 9시 28분이다. 장소는 퇴근길 지하철 안이다. 8시 27분에 탔으니 한 시간 정도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다. 글쓰기와의 대화에 몰두하니 어느덧 목적지역에 이르렀다.


기간과 상관없이 무엇인가에 몰두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만큼 자신에게 충실하다는 의미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일을 함에 있어 몰입도가 최고조에 달하도록 집중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하고자 하는 욕망, 간절함이 아닐까. 지금 이 시각에 자신의 숨을 불어넣으며 써 내려가는 어느 무명작가의 글들에는 간절함이 묻어있을 것이다. 무엇인가를 업으로 삼든 취미로 하든 그곳에 빠져들어 보는 것은 삶의 활력소로 작용하고 행복 바이러스로 변이 되어 우리 몸으로 들어온다.


그렇다면 글쓰기의 장점은 무엇일까. 그곳에는 자아를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유에 사유를 덧칠하는 행위는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의 공간으로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치매가 걸릴 염려도 없을 것이다. 이제 100세 시대를 맞이했다. 얼마 전에 71세 환경미화원 할머니의 글쓰기 사연을 접했다. 주인공이 글쓰기를 하는 이유는 자신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라고 했다.


나는 하루에 십 분이라도 나의 일상을 기록하며 행복을 순간들을 만난다. 그 십 분이 한 시간짜리 '독서열차'에 탑승하기 위한 '티켓구매하기' 라면 더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내가 글쓰기와 사랑에 빠진 것은 독서에 대한 목마름을 동반하고 그 독서열차 어딘가에는 애타게 찾고 있던 삶의 해답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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