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산책하면 자연이 말을 걸어온다

by 김곤

글쓰기를 처음 것은 기업 홍보팀에서다. 각종 보도자료에서였는데 지금과는 결이 달라서였을까 쉽게 잊었다. 그 후 지난해에 다시 만났는데 오래전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4월에는 코로나의 후유증으로 입원을 하고, 퇴원 후에는 건강회복을 위해 집 앞 공원에서 처음에는 천천히 걷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강도를 높여 빠른 속도로 4킬로미터를 걸으면서 글쓰기와 매일 같이 했다. 공원을 걷다 보면 어느샌가 그녀가 내 마음속으로 다가와 걸으면서 일심동체를 이루고 그녀에게 빠져들며 우리는 많은 대화를 한다.

"곤이야, 이 글 문장이 긴 것 같지 않아?"

그녀가 말했다.

"어느 부분?"

내가 말했다.

"여기 이 문장이야, 접속사를 빼고 두 문장으로 구성해서 간결하게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그녀가 조용히 내 마음속으로 다가와 말했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어디일까?'라고 중얼거리고 있을 때였다.

"이쪽에 앉아서 하자."

어두운 곳에서 핸드폰을 보면 눈에 안 좋다며 벤치로 나를 데리고 갔다.

"이 부분이야."

그녀가 다시 말했다.

"아. 그렇구나 문장이 너무 길어서 둔탁하네." 내가 말하면서 문장을 수정했다.

"와우! 좋은데. 간결하고 읽기 쉬울 것 같아."

그녀가 덧붙였다.



결혼 전 여자친구 수연이는 유명 회사에 다녔다. 그녀가 퇴근할 때는 도착역에서 기다렸다가 집에 바래다주곤 했다. 그때마다 우리는 손을 잡고 걸었다.

"손을 이렇게 잡으면 무슨 의미인 줄 알아?" 그녀가 손가락을 내 것 사이에 끼우며 물었다.

"모르는데, 무슨 의미야?"

내가 말했다.

"헤어지지 말자는 의미래"

그녀가 말했다.

"손가락을 서로 끼고 걸으면 안 헤어질까?"

그녀가 다시 말했다.

"그렇겠지! 사랑의 표지일 테니까"

내가 말했다.

"그럼 손가락 끼고 걷자"

그녀가 말했다.

순간 나는 온몸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꼈다.



그때처럼 그렇게 마음이 따뜻해지며 글쓰기와 공원을 네 바퀴째 돌 때였다.

"곤이야, 오늘 글에서 마음에 안 드는 게 있는데..."

그녀가 말했다.

"어, 그래? 무엇일까요?"

내가 물었다.

그녀는 나를 벤치로 데리고 가서 속삭였다.

"이 부사는 필요 없을 것 같아."

"그러네, 나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깜박했네."

내가 말했다.

"자신도 모르게 쓰는 경우가 있지. 간결한 문장을 위한 방해요소인데 말이야."

그녀가 다시 말했다.

"글쓰기야! 너는 어떤 글이 좋아?"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음..." 하고 고민하더니 "취향과 작품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멋있게 보이려고 미사여구를 많이 사용한 글은 안 좋아 보이더라. 사람도 잘난 체하면 그렇잖아." 하고 대답했다.

"그래, 나도 경계하고 있는 부분이야. 가독성을 위해 미사여구나 전문용어도 많이 사용하지 않으려고 조심하지."

내가 다시 말했다.

"그래, 맞아. 그리고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 좋은 것 같아."

그녀가 다시 말했다.

"그렇지, 공감할 수 있는 글이면 좋겠지"

내가 말했다.

"긍정적이면 좋은 것 같아. 세상을 따뜻하게 보는 글 말이야."

그녀가 덧붙였다.



글쓰기와 이렇게 걷다 보면 자연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바람, 하늘, 땅, 달, 별.... 등 많다. 어느 날은 달이 우리에게 경고라도 하듯 빨갛게 달아올라 있기도 하고 어떤 날은 빛을 보내면서 자신의 위엄을 뽐내기도 했다. 나무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찬바람이 불거나 무더운 날에도 그 자리를 지켰다. 내가 발을 디디고 가는 길에 소리 없이 견뎌 주는 대지의 위대함에 경의를 표하며, 나를 살아 숨 쉬게 하는 공기에, 그리고 내 사유의 곡간에서 나오는 언어들을 실어 보내주는 바람에 감사하면서 오늘도 글쓰기, 그녀와 한 몸이 되어 걸으며 행복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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