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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rmal Feb 26. 2024

둥근 해가 떴습니다.

전쟁터에 나오긴 했는데요. 도외주세요... (대목차)

삶을 살아가며 대부분 지각 한 번쯤은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2번이나 했다. 한 번은 완벽한 지각이었고, 한 번은 내  마음속의 지각이다. 돌이켜보면 이불 킥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지난 이야기니, 재미 삼아 풀어봐야지. 


아침이 밝았고 해가 떠서 그 햇살이 내 눈을 비추고 있었다. 따듯한 온수매트에 나른한 몸,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기 분까지 좋다. 잠깐만... 햇빛이 비치면 안 되는데? 왜 밖이 밝은 거야? 놀란 마음에 벌떡 일어나 핸드폰을 봤다. 9시다. 9시? 으아아악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나 엄마를 깨웠다.  나의 원래 기상 시간은 7시다. 해가 뜰 시간이 아니다. 출근 시간은 9시. 지각이다.  


“엄마!!!! 나 지각이야. 지각. 나 좀 병원에 데려다줘.” 


밖에 나갈 때는 무조건 씻는 버릇이 있어 수건과 옷을 챙겨  화장실에 들어가려는데 뒤통수에 엄마의 말이 꽂혔다. 


“너 늦었다며 씻을 시간이 있어? 그냥 가!” 

“그래도 나 머리가 그런데...” 

“얘가 아직 정신을 못 차렸네! 그냥 가!” 


정신을 차려보니 진짜 씻을 때가 아니다. 옷을 주섬주섬 챙 겨 입고 병원으로 향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를 일이지만  입사 2일 차여서 교육 기간이라 강당으로 쭈그려 들어가 구석에 앉았다. 사람들이 한 번씩 쳐다보는 눈빛이 따갑기도 하고  눈치도 보였다. 그렇지만 지금 방구석에서 잠들어 있지 않음 에 감사했다.  


첫 번째 교육 시간이 끝나고 출석부에 이름을 적었다. 내 뒤를 이어 아침에 깜빡하고 이름을 적지 못했던 동기가 이름을  적었다. 이름을 적고 나니 슬그머니 교육팀장님이 다가오셨다. 


“이 선생님이 제일 늦게 왔는데 이름이 맨 끝이 아니네?” 

“아... 아까 이름을 못 적어서요.” 


동기와 교육팀장님이 대화를 나누는데 그 대화들이 내 가슴에 화살처럼 꽂혔다. 심장을 부여잡으며 팀장님 눈치를 봤다. 살면서 ‘지각’이라는 단어는 내 사전에는 없었는데 입사하 고 지각이라니 머리가 아파져 왔다. 그래도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어찌어찌 잘 넘어갔다.  


2번째 지각 차례다. 솔직히 지각은 아닌데 마음속으로 큰  지각 같이 느껴진 날이다. 병동에 배치받고 한 달 정도 되었던 시점이었다. 그날 듀티는 데이 출근이었다. 그날 근무의 시 작은 7시인데 6시 25분에 일어났다. 평소의 나는 데이 출근이 면 6시까지 가서 막내 업무를 하고, 인계장을 뽑아서 환자 파악을 했다. 그런데 잠을 자고 있었다니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나는 바로 프리셉터 선생님께 메시지를 보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일이 있어서 조금 늦을 것 같습니다.  최대한 빨리 가겠습니다.’ 

‘괜찮아~ 천천히 와 지각만 안 하면 돼~’ 


그날도 엄마를 깨워 병원에 6시 50분 정도 도착했다. 인계 가 시작됐을 까봐 조마조마하는데 병동은 제일 높은 층이고  엘리베이터는 오지 않아 속이 타들어 갔다. 그때 로비에서 데이 번 간호조무사 선생님과 마주쳤는데 속이 녹아내리는 줄  알았다.  


병동에 도착하자마자 탈의실에 달려가 옷을 벗어 사물함에 던지고 근무복으로 갈아입은 후 스테이션으로 달려 나갔다. 다행히 인계는 시작되지 않은 상태였고 프리셉터 선생님이 막내 업무를 다 해주셨다. 인계장을 뽑아 주시면서 괜찮냐고 물어보셨다. 


세상에 이런 프리셉터는 없을 것이다. 프리셉터 선생님의 뒷모습에서 후광이 비추면서 태양처럼 보였다. 병원에 다니면서 나는 두 가지의 태양을 본 것 같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본 태양  그리고 사람으로부터 보이는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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