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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rmal Mar 08. 2024

동기사랑 나라사랑

전쟁터에 나오긴 했는데요. 도외주세요... (대목차)

직업을 불문하고 신입사원이면 공감할 이야기지만 간호사들 사이에서 ‘동사나사’라는 말이 있다. 바로 ‘동기사랑 나라 사랑’이다. 병원에서 기쁜 일이 있었을 때나, 힘든 일이 있을 때 동기들과 그 이야기를 공유한다. 만약 듀티가 맞는 날이면 카페 가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술 한 잔 하며 평소에 힘들었던 이야기를 털어버렸다. 


나에게 소중한 동기 5명이 있다. 이름을 다 밝힐 수는 없지 만 그들 덕에 병원 생활에 힘들 얻고 다닐 수 있었다. 지금은  병원을 그만둔 상태라 그들과 다시 그런 순간을 느낄 수는 없지만 짧은 시간 동안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지금 돌아보면 나를 감싸주셨던 프리셉터 선생님을 시작해서 잘 몰라도 천천히 가르쳐주던 병동 선생님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를 지켜줬던 나의 동기들 하나하나 그립고 그들과  다시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마스크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지만, 병동에서 지나갈 때  마주치면 너무 반가워서 광대가 올라가던 순간, 두 팔 벌려 인사하고 싶지만, 조심스러워 밑으로 손을 흔들어 최대한 반가움을 표현했던 순간, 어쩌다 탈의실에서 마주쳐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 너무 좋았었다. 


서로 그만두고 싶다. 너무 힘들다. 이야기했지만 동기들끼리 서로서로 잡아 주었기에 우리 병동에서는 그만두는 사람  없이 잘 다니고 있었다. 하루아침에 내가 나가기 전까지. 


내가 내 자신을 돌아봤을 때 병원에 다니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 그만두게 될 줄은 몰랐다. 아무도 몰랐고, 심지어 나도 몰랐고 어쩌다 보니 사직서를 쓰고 나 왔지만 지금도 나의 동기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네가 왜  나가?”라는 말을 했다. 


“윗분들의 생각이 있으시겠지.” 

“나중에 나 재입사하면 구박하지 말고 잘 알려줘야 해.” 

라며 장난스럽게 말하지만, 속이 말이 아니긴 했었다. 


병원을 퇴사하고 우리들의 ‘동사 나사’는 변하지 않았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처럼 한 번 동기는 영원한 동기로 남아있었다. 나의 연고지는 원래 병원 근처였기에 동기들의 듀티가 끝나면 가끔 카페에 가거나 밥을 먹거나 하며 병원 이야기를 했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나의 이야기는 과거에 머물러 있고 동기들의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1 달이지만 나중이면 몇 개월이 되고 나중에는 몇 년이 되겠지. 그동안 나도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만 같은 공간에서 추억을 공유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 편지가 우리들의 마지막 추억이 될 수 있게 편지를 남긴다.  


To. 나의 사랑스러운 동기들에게 

안녕! 이니셜이라도 넣어 편지를 남기고 싶어서 이렇게 남겨.  

Y, H, K, D, S 5명 나의 첫 동기가 되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가장 먼저 하고 싶었어.

2달 동안 우리가 같이 함께한 시간은 내 인생에서 잊지  못할 순간들로 남아있어. 

사소한 이야기들, 힘든 이야기 동기라는  이름으로 모든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 

함께하면서 같이 마시는 술 한잔의 즐거움을, 동기들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배울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해. 

퇴사해도 우린 영원한 동기로 남아있으니까, 지금처럼 연락해서  만나자! 

이야기 하나하나 여기다 쓰다가 책이 한강이 될 수 있으니  더 많은 이야기는 이 책을 전달해 주면서 편지로 써 놓을게. 안 받으러 오면 이 편지도 못 읽을 거니까 꼭 만나러 와야 해!

눈물이 아닌 웃음으로 끝내고 싶으니, 인사는 재미있게 할게.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저는 이 세상의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자유와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행복하세요!  행복한 와중에 나도 좀 끼워서 놀아주고... 백수는 외로워... 

그럼, 진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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