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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rmal Mar 07. 2024

약은 가져다 전 부쳐 먹을래?

전쟁터에 나오긴 했는데요. 도외주세요... (대목차)

내가 약을 먹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다. 상담이나 정신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나는 대학교  또래상담 교육을 받으러 상담센터에 갔다. 또래 상담 교육이 수를 하고 시험기간과 팀플에 힘이 들어 친해진 상담 선생님께 상담을 요청했다. 선생님은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그때는 지금보다 사회의 정신 과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고 특히나 정신과에 대한 부모님 의 인식은 최악이었다. 혼자 대학교 초반에 정신과를 방문해 서 약을 먹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악을 끊었다.  


다시 정신과를 찾을 때는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이때는  엄마의 권유와 이끌림으로 정신과에 가게 되었다. 이유를 들 자면 잠을 너무 많이 잔다는 이유로 정신과에 가게 되었다. 16시간 정도 자긴 했지만, 학교 다니면서 잠을 못 자기도 했고  그냥 피곤해서 잤을 뿐인데 이런 것으로 정신과에 가게 될 줄은 몰랐다. 


어렸을 때부터 심리를 좋아했었다. 그래서 ‘정신’이라는  주제는 항상 내 옆에 있었고, 정신과 간호사를 지망할 정도로  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좋았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정신과에  간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과에 가서도 의사 선생님에 대한 반발심으로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형식적인 대답만 하고 나왔다. 나의 상담이 끝나자, 엄마는 진료실에 들어가 나의 상태를  들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주치의 선생님이 해준 말 씀을 나에게 전달해 줬다.  


“normal아,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네가 지금 감정도 잘 못 느끼는 상태고, 스트레스가 심해서 치료 기간이 오래 걸릴 거래 그니까 지금부터라도 치료 잘 받자.” 


내가 원할 때는 치료받으라는 소리 안 하더니 아무것도 잘  못 느껴서 편해졌는데 이제 와서 치료받으라니 엄마의 말에  화가 났다. 그래도 이제 치료를 받게 되었으니 잘 받자, 생각하며 약을 먹었다. 원래 약에 대해 반응하지 않거나, 부작용을  일으키는 데 아니나 다를까 부작용을 일으켰다. 두통과 오심,  근육통에 시달리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몸에 맞는 약을 찾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약을 바꿨다. 꼬박 2달 넘게 방학을 정신과 약을 맞추는데 보냈다. 완벽히 맞추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맞췄고, 개강하게 되어 학교에 가게 되었다. 


학교에 가서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시험 기간이 되면 물만 먹어도 토했고, 음식 냄새조차 맡지 못했다. 혼자 살아서 아무도 몰랐겠지만, 종종 쓰러지기도 했다. 약을 먹는데 이게 좋아지는 건지 더욱 악화되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며 잘 챙겨 먹으려고 했지만 먹으나 안 먹으나 나의 상태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느껴졌기에 약을 먹고 싶을 때 먹었다.  


내게는 감시할 사람이 없었고 약을 먹는지 안 먹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마음대로 약을 먹기 시작했고 치료는 잘되지 않았다. 학교라는 핑계로 한 달 또는 두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갔고 병원에 갔을 때 삐딱한 태도에 불신의 눈빛으로 주치의 선생님을 바라봤다. 약을 제대로 먹냐고 물어보셨을 때 먹는다고 거짓말을 했다. 


간호학과를 전공하면서 주치의 선생님께 거짓말을 하고 약도 제대로 먹지 않는 나의 태도에 나 자신이 실망스러웠다. 실습하면서도 환자분에게 약을 잘 챙겨 드셔야 한다, 병원에 잘 오셔야 한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내가 그렇게 하고 있지  않았다. 그렇게 말할 자격도 없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졸업 후 나는 간호사가 되었고 병원에 입사하게 되었는데 3교대라는 핑계로 약 시간을 제대로 못  먹었다고 또 이야기했다. 주치의 선생님이 버럭 하시면서 말씀하셨다. 


“약 잘 안 챙겨 먹는 줄 알았어.” 

“약으로 전 부쳐 먹을래!” 

“너 이렇게 말 안 들을 거야? 누구보다 네가 더 잘 알 텐데?”  


누구보다 잘 안다.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서, 그래서 더 할  말이 없었다. 환자를 보면서 더 느꼈다. 내가 과연 환자를 간호할 때인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 의심이 들기 시작하면서 수 선생님도 프리셉터 선생님도 나의 상태를 알아채셨다. 선생님들은 지금 당장 환자를 보는 것보다, 간호사인  나 자신이 건강할 때 다시 간호사 생활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렇게 지나는 줄 알았는데 나는 사직서를  제출하게 되었고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자유로운 몸이 되고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면서 완벽히 깨닫지는 못했지만 이제야 내가 치료가 필요했구나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그래서 치료를 잘 받겠다고 다짐하고 약도 잘  챙겨 먹기로 주치의 선생님과 약속했다.  

약 가지고 전 부쳐 먹지 않고, 평소에 잘 챙겨 먹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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