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 나오긴 했는데요. 도외주세요... (대목차)
직업을 불문하고 신입사원이면 공감할 이야기지만 간호사들 사이에서 ‘동사나사’라는 말이 있다. 바로 ‘동기사랑 나라 사랑’이다. 병원에서 기쁜 일이 있었을 때나, 힘든 일이 있을 때 동기들과 그 이야기를 공유한다. 만약 듀티가 맞는 날이면 카페 가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술 한 잔 하며 평소에 힘들었던 이야기를 털어버렸다.
나에게 소중한 동기 5명이 있다. 이름을 다 밝힐 수는 없지 만 그들 덕에 병원 생활에 힘들 얻고 다닐 수 있었다. 지금은 병원을 그만둔 상태라 그들과 다시 그런 순간을 느낄 수는 없지만 짧은 시간 동안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지금 돌아보면 나를 감싸주셨던 프리셉터 선생님을 시작해서 잘 몰라도 천천히 가르쳐주던 병동 선생님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를 지켜줬던 나의 동기들 하나하나 그립고 그들과 다시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마스크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지만, 병동에서 지나갈 때 마주치면 너무 반가워서 광대가 올라가던 순간, 두 팔 벌려 인사하고 싶지만, 조심스러워 밑으로 손을 흔들어 최대한 반가움을 표현했던 순간, 어쩌다 탈의실에서 마주쳐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 너무 좋았었다.
서로 그만두고 싶다. 너무 힘들다. 이야기했지만 동기들끼리 서로서로 잡아 주었기에 우리 병동에서는 그만두는 사람 없이 잘 다니고 있었다. 하루아침에 내가 나가기 전까지.
내가 내 자신을 돌아봤을 때 병원에 다니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 그만두게 될 줄은 몰랐다. 아무도 몰랐고, 심지어 나도 몰랐고 어쩌다 보니 사직서를 쓰고 나 왔지만 지금도 나의 동기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네가 왜 나가?”라는 말을 했다.
“윗분들의 생각이 있으시겠지.”
“나중에 나 재입사하면 구박하지 말고 잘 알려줘야 해.”
라며 장난스럽게 말하지만, 속이 말이 아니긴 했었다.
병원을 퇴사하고 우리들의 ‘동사 나사’는 변하지 않았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처럼 한 번 동기는 영원한 동기로 남아있었다. 나의 연고지는 원래 병원 근처였기에 동기들의 듀티가 끝나면 가끔 카페에 가거나 밥을 먹거나 하며 병원 이야기를 했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나의 이야기는 과거에 머물러 있고 동기들의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1 달이지만 나중이면 몇 개월이 되고 나중에는 몇 년이 되겠지. 그동안 나도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만 같은 공간에서 추억을 공유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 편지가 우리들의 마지막 추억이 될 수 있게 편지를 남긴다.
To. 나의 사랑스러운 동기들에게
안녕! 이니셜이라도 넣어 편지를 남기고 싶어서 이렇게 남겨.
Y, H, K, D, S 5명 나의 첫 동기가 되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가장 먼저 하고 싶었어.
2달 동안 우리가 같이 함께한 시간은 내 인생에서 잊지 못할 순간들로 남아있어.
사소한 이야기들, 힘든 이야기 동기라는 이름으로 모든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
함께하면서 같이 마시는 술 한잔의 즐거움을, 동기들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배울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해.
퇴사해도 우린 영원한 동기로 남아있으니까, 지금처럼 연락해서 만나자!
이야기 하나하나 여기다 쓰다가 책이 한강이 될 수 있으니 더 많은 이야기는 이 책을 전달해 주면서 편지로 써 놓을게. 안 받으러 오면 이 편지도 못 읽을 거니까 꼭 만나러 와야 해!
눈물이 아닌 웃음으로 끝내고 싶으니, 인사는 재미있게 할게.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저는 이 세상의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자유와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행복하세요! 행복한 와중에 나도 좀 끼워서 놀아주고... 백수는 외로워...
그럼, 진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