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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rmal Mar 11. 2024

탈출의 욕구는 항상 있었다.

도망가는 건 아니고요. 일단 안녕히 계세요. (대목차)

나의 탈출의 욕구가 시작된 시기는 바로 고등학교다. 가출?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니다. 나는 원치 않게 엄마의 결정으로 나는 간호과에 있는 고등학교에 가게 되었다. 이미 일이 그렇게 되었으니 그냥 조용히 다닐 법도 한데 나는 그러지 않았다. 간호를 배우며 학교를 다닐수록 ‘간호는 나랑 죽어도 안 맞아!’라는 생각을 했었다. 전학을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간호가 싫었던 나는 학교 이야기만 나오면 엄마에게 발광하며 간호과에 보냈다고 엄마에게 투정을 부렸다.  


두 번째 탈출의 욕구가 들었을 때도 고등학교 때이지만, 이번에는 장소가 다르다. 병원이다.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780시간의 실습을 해야 한다. 그곳에서 만난 2명의 간 호조무사 때문에 탈출하고 싶었다.


“너 목이 너무 짧다.”

“왜 그렇게 생겼냐.” 

“너 내일부터 안 봤으면 좋겠다.” 


이런 말들과 함께 더욱 심한 말들도 약 한 달 넘게 들어야  했다. 자기 자식보다 어린 나이를 가진 학생한테 하고 저런 말을 하고 싶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과 더불어 나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었다. 


“내가 환자 아니고서 병원에 발을 들이면 미친년이다.” 


그렇게 난 미친년이 되었다. 간호사로, 심지어 그 병원으로  취업했었으니까 말이다. 그때 탈출을 했었어야 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자발적으로  간호학과에 갔다. 내가 선택했으니 이제 아무도 원망하지 못한다. 그런 나에게 간호학과를 전공하신 선생님이 해주신 말 씀이 있다. 


“과제하기 싫을 거야 그래도 제출하는 데 의의를 두고  해.” 

“학교도 고비가 있을 거야 3개월 버티면 6개월의 고비가, 그다음 9개월, 그다음 1년, 매년 그게 더 심해질 거야 그냥 수업 안 들어도 가서 듣는 척이라도 하고 앉아있어. 그러면 어느새 4학년이 되어 있을 거야.” 


그 말은 진리였다. 입학하는 동시에 과제는 산더미처럼 쌓였고 학교는 당연히 가기 싫었다. 진짜 간호학과 왜 갔을까?  그 말을 수없이 내뱉었다. 수 선생님의 일이 있었지만, 그것으로 내 인생을 결정하기에 너무 무모했던 것 아니었나 싶다.  


간호학과에 대해 말씀해 주신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해주 신 말씀이 있다. 


“얘들아. 너네 1.2학년 다니고 때려치울 거면 차라리 부모 님 설득해서 그 등록금 가지고 여행 다니면서 진짜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봐.” 

“당장 1~2년 뒤처지는 것 같아도 그거 인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하고 싶은 걸 찾는 게 더 중요해.” 


그 말을 흘려들은 나 자신이 원망스럽다. 남들처럼 대학에  가고, 간호학과 가면 성공한 줄 알았던 과거에 나에게 정신 차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학년이 점점 올라갈수록 탈출의 욕구는 점점 강해졌다. 인생 최대 후회를 하고, 탈출의 욕구가 제일 치솟은 일이 있다.  수도권 근처에 간호학과를 붙어놓고 시골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했다. 마트는 하나로 마트 하나... 체인점은 말도 못 하고  그 흔한 다이소가 2학년 올라가서 생겼다. 다이소가 생겼을  때 사장님께 절을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음식점은 당연히 거의 없을뿐더러 제대로 된 병원도 없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거나, 아프면 시외버스 1시간을 타고  나가야 했다. 아파 죽겠는데 차라리 집에서 골골대지 거기까지 갈 힘도 없어 절망스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게 4년이 흘러 대학교를 졸업하게 되었고, 졸업과 동시에 병원에 입사했다. 나는 나의 앞날을 모른 채 열심히 교육 도 듣고 일을 했다. 알지 못하던 것을 알게 되고, 할 수 없던 일 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나는 그래도 내가 이제까지 해왔던 것들이 아무 의미 없는 일이 아닌 것을 깨닫고 뿌듯해졌다.  


하지만 좋은 건 좋은 거고, 3교대를 시작하면서 수면 패턴이 쓰레기가 되었다. 자고 일어나서 출근해도 졸리고, 집에 갈  때쯤 되면 눈이 감겨 있었다. 잠을 편하게 푹 자고 싶다는 생각이 매일 같이 들어 오프 때 잤지만 피곤함은 풀리지 않았다. 

 

병원에 다니면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음식을 못 먹기 시작하고, 잠을 자도 피곤함이 풀리지 않으니, 좀비가 되어갔다.  좀비가 되어가는 나를 보고 프리셉터 선생님과 수 선생님이  많은 걱정을 하셨다. 그래도 이번에는 힘들어도 탈출의 욕구 까지는 안 들었었는데 어쩌다 보니 사직서를 쓰고 자유의 몸이 되었다.  


뭐야 나 왜 자유야? 내가 도비야?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주인님(병원)이 날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 주셨다. 일단 모르겠지만 ‘도비 이즈 프리’를 외치며 병원을 나왔다. 당분간은 병 원에 돌아갈 생각이 없다. 일단 약 8년 동안 원하고 원했던 간호로부터 탈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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