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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이모 Apr 11. 2021

신사동 건물주를 조심하세요

대지 120평 1층 주차장, 2층 사무실, 3-6층 개별등기 약 20채

위의 건물주를 혹 만나게 되어도 주눅들지 마세요 신사동 가로수길 금싸라기땅에 한평만 내땅 있어도 좋겠는데, 아니 전세라도 좋으니 살아보고 싶은데, 반전세라도 나쁘지 않을텐데, 월세는 비싸니까... 하시는 분들 있으신가요?  


저도 가로수길 갈때마다 부와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참 쿨한 곳이고 끝쪽에 제가 수십년전 중고등부 성가대 하던 시절 교회근처에 있었던 오래된 국수집이 이전해서 영업하는 곳 말고는 좀 낮설기도 하고 뭔가 거기 계신 분들은 다 있어보이고 유학파일 것 같고 금수저 일거 같아 조심스러워서 휘리릭 핸드폰 충전기 같은거 아이들 심부름 이나 하고 빨리 돌아오곤 했던 곳이예요.


먹거리, 볼거리 당연히 많고 유명 연예인들 기획사, 패션 관련 디자인 회사, 각종 광고와 매체를 위한 스투디오, 문화 예술쪽 학원도 연습실도 많으니 꿈 많은 젊은이들이 살면서 일하고 배우고 하기에는 최적화 된 곳 중의 하나인것 같아요. 샵들 디스플레이나 인테리어도 모두 멋지고.. 아무튼 커피 한잔 손에 들고 밖에서 담소하는 분들도 다 모델같고...  


그래서 가로수길 근처에서 잠시 기숙사 간다는 생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공부와 일을 병행 해 보려는 아이의 결심을 응원하기로 했어요.  우여곡절 끝에 찾은 좋은 위치의 깨끗한 집, 가격도 나쁘지 않고, 우리가 본 집은 3층인데 그 층에만 7 세대가 있고, 2층은 상가 3에서 5층은 원룸 합이 약 20채,  주인분은 6층에 자녀분들과 함께 사신다고 하니 더 안심했구요.  지난 주말에 집을 같이 보고,  다시 약속하고 월욜일에 가보고 어제는 아이 혼자 다시 가보고 반전세 월세를 5만원 깎고 오늘은 계약하고 3일 후 입주 하려고 마음 먹고 집을 나섰어요.   주말에 처음 집을 볼때 처럼 건물주 사장님께서 집을 보여주셨고 물때가 낀 욕실과 전에 계셨던 세입자가 정리를 미쳐 못한 냉장고와 싱크대 등도 깔끔 하게 정리 되어있었어요.  창문에 블라인드도 그냥 달아 주신다고 하고 입주 청소 해주시는 것도 고맙고 세면대 수도 꼭지도 고쳐주신다 해서 참 좋은 분이라 생각하고 일단 아이 생각이 중요하니 제 말은 줄이고 그래도 나름 꼼꼼히 집을 보고 계약을 위해 집을 소개한 부동산 사무실로 다시 향했어요.


60대 즈음으로 보이는 부동산 여사님은 계약서 작성을 위해 주민등록증 제시를 요구했고 전산에 입력을 시작하셨어요. 10분 즈음 지나니까 건물주가 잠깐 들렸다가 외출할 계획이신지 가방이랑 다 들고 부동산 사무실에 오셨어요. "그냥 하는 대로 하면 되지뭐".   서명만 하고 빨리 가야 한다는 식이였어요.   그리고 앉자 마자 퇴실때 청소비 10만원을 내야 한다고 했어요.  깨끗한 청소가 건물주의 선의가 아닌 전에 나간 세입자가 10만원의 퇴실비를 내었기에 가능했구나...    그러면 청소비용이 있다고 미리 말씀을 하시지,  아까 계약에 대한 기대가 100 이였다면 청소비를 계약서 쓰는 순간에 이야기 해준게 좀 마땅치 않아 기대치가 90 정도로 낮아졌어요.


부동산 여사님이 출력물을 가지고 와서 계약서 확인 하자고 같이 읽어 가는데 첫째 페이지 부동산 사장님이 읽는 거 제가 눈으로 확인하고  둘째 페이지 넘어 갔는데 내용이 전혀 맞지가 않아 여쭈어 보니까 이면지에 출력을 하신거예요.  그냥 내용 확인을 먼저 하는 거라 해서 그렇겠거니 넘어 갔어요. 그래도 계약서를 이면지에 출력하나, 한번에 잘하면 될것을,  90이던 기대치가 80 으로 낮아졌어요.


등기부 등본을 확인하는데  근저당이 1억 7천 만원이 잡혀있었어요.  보통 전,월세 거래할때 건물에 대출이 잡혀 있으면 먼저 이야기 해 주는 건데 이거 뭐지? 싶었어요.  그래도 건물가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씀 하셔서 그것도 수긍 했어요.  신사동 건물주께서는 본래 1000만원 보증금에 월세 120만원 이상 받던 곳인데 개인사정이 있어 반전세로 보증금을 올리고 월세를 5, 60만원으로 내려 준거라고 했어요. 당연히 세입자에게는 월세 부담이 주니까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게 말이죠. 그래도 대출이 잡힌 사실을 미리 고지 하지 않은 것에 80 이던 기대치가 75정도로 낮아 졌어요.


그런데 뭔가 좀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집을 찾느라 며칠 밤을 세우면서 주말에 아이가 제게 해 준 말이 생각이 났어요. "이 빌라는 호실별 매매도 가능한가봐".   지번을 검색하여 들어가면 대부분의 거래 내용이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바로 전날, 다세대와 다가구 용어를 늘 섞어서 부정확하게 쓰는 저를 위해 작은 내기를 하고 찾아 본게 기억이 났어요.


.   다가구 주택 : 건축물의 종류 상 단독주택, 지상으로 부터 3개층 높이의 건물, 1개동, 바닥면적 합 660 제곱미터 이하, 세대수 19가구 이하.


.   다세대 주택 : 건축물의 종류 상 공동주택으로 분류, 지상으로 부터 4개층 높이의 건물, 다가구 주택과의 가장 큰 차이는 호실 별 개별 등기가 가능하다는 점.


그렇다면 6층 건물인 이 신사동 빌라는 다세대 주택이며 호실별 주인이 다를 수도 있고, 지금 처럼 건축주가 거주하며 여러 호실의 소유주일 경우 호실 별 대출을 따로 받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증금의 안전성이 걱정이 되었어요.


우선 전세보증 보험에 대해 여쭈어 보았는데 그런거 할 거면 계약 안한다 했어요.  이렇게 여러채의 임대주택을 관리하시는 건물주가 왜 전세보증 보험에 대해 이렇게 예민하실까, 기대치가 다시 5점 떨어졌어요.  그래도 이렇게 큰 건물에 근저당 1억 7천 정도는 안전한거 아닌가, 부동산 여사님도 건물가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으니 믿어보자..    그런데 뭔가 이상했어요.  혹 몰라서 정중하게 다시 여쭈어 보았어요.


"이 1억 7천 근저당이 저희가 들어갈 집 한 채에 잡혀있는 건가요, 아니면 건물 전체인가요?"


이렇게 나누어 정확하게 물어보니 부동산 사장님도 건물주님도 조금 당황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제서야 우리가 계약하려던 집 하나에 그렇게 큰 대출이 걸려 있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이 건물 전체의 대출은 1억 7천이 아닌 각 호실의 수를 곱하면 적어도 3, 40억이 된다는 말인데....  순간 아찔했어요.


건물 대출이 1억 7천 정도라고 알고 들어갈 뻔 한 집이 사실은 개별 등기가 나는 다세 주택이였고 주인이 각 호실별, 또 2층 상가와 본인 가족이 살고 있는 집에 까지 대출을 받아 잘은 모르지만 40억 이상의 대출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건물이였던거예요.  게다가 이런식으로 각 호실의 보증금을 올리고 반전세로 세입자를 들였다면 10억 정도의 전세금을 받아 둔 상태 일 거구요...  아무리 레버리지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렇게 위험한 금융구조의 집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느꼈고, 1억 7천의 대출이 이 작은 원룸 하나당 다 걸려있다는 것이 밝혀지자 계약에 대한 기대치는 0 으로 떨어졌어요.  건물주는 우리 말고도 집 찾는 사람 많다며 빠르게 일어나서 나가 버렸어요  용어 하나에도 큰 차이가 있고 그 차이는 적게는 수백만원 크게는 수십, 수백억원 이상의 돈이 오갈 수 부동산에 대해 계속해서 공부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이렇게 가진 분들이 세입자에게 대출등에 관해 미리 고지 하지 않는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고 느꼈어요.  .


신사동 건물주라고 주눅들지 마세요.  등기부 등본을 펼쳐보면 매일 매일 열심히 땀흘려 일하며 가족과 자신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여러분과 여러분의 엄마 아빠가 훨씬 더 부유한 진짜 부자일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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