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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yton Apr 22. 2024

해외야구팬의 하루 일과 엿보기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하루 일과를 한번 들여다보자. 그들의 하루는 다른 듯 비슷하게 흘러간다. 우선 야구가 삶의 중심이 된다. 응원하는 팀의 경기 시간이 하루 일과를 결정하는 중심 축이다. 야구 경기시간에 맞추어 다른 기타 스케줄을 전후로 배치하는 것이다.


1. AM 08:00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야구팬은 일과를 이른 시간에 시작한다. 한국과 미국의 시차 때문이다. 미국 서부지역 야구팀의 홈경기는 보통 한국시간으로 오전 11시에 시작한다.


지구 반대편에서 선수들이 경기 준비를 위해 경기장으로 출근할 무렵 나도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선다. 대중교통으로 사무실로 이동하는 동안 눈은 스마트폰에 고정한다. 응원팀의 소식을 검색해 보기 위함이다. 선수단 로스터 변동을 체크하고, 새로운 소식은 없는지 확인한다. 3시간 후 경기에 나올 선수 라인업도 확인한다.


귀로는 선수들의 워크업/웜업송(등장음악)을 부지런히 듣는다. 1번 타자 무키 베츠부터 마무리 투수 에반 필립스까지 두 번 정도 반복하면 어느새 사무실에 다다른다. 이쯤 되면 내가 사무실로 출근하는 건지 경기장으로 출근하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요즘 귀를 가장 사로잡는 노래는 98년생 신인투수 개빈 스톤의 웜업송이다. 영국 락밴드 데프 레퍼드의 ‘Photograph'라는 노래인데, 신인다운 패기와 풋풋함이 온몸으로 느껴져 스톤의 웜업송으로 찰떡이다.


개빈 스톤의 웜업송 'Photograph'


2. AM 11:30


오전 근무를 마치고 회사 근처 짐으로 향한다. 11시 30분부터 1시까지의 점심시간이 회사에서 유일하게 경기를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경기를 볼 수 있는 시간이다. 태블릿으로 경기 중계를 틀어놓고 트레드밀에 몸을 맡긴다. 이닝 중에는 빠른 걸음으로 걷고, 이닝이 끝난 후 다음 이닝이 시작될 때까지는 전속력으로 뛰기를 반복한다.



걷다 뛰다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다. 좋아하는 야구도 보면서 건강도 함께 챙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가빠지는 호흡과 함께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경기장에서 선수들과 같이 호흡하는 느낌까지 든다. 트레드밀은 점심시간에 야구를 즐기기 위해 여러 장소를 시도한 끝에 찾은 최적의 장소다.


3. PM 6:00


기다리고 기다리던 퇴근 시간이다. 여기서부터는 그날의 경기 결과에 따라 패턴이 갈린다.


응원팀이 그날 경기에서 이겼는가? 일하느라 미처 느끼지 못했던 승리의 여운을 퇴근길에 만끽한다. 하이라이트 필름 시청을 무한반복한다. 질리지 않냐고? 이긴 경기 영상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고 짜릿하고 감동적이다. 얼마 전 오타니의 다저스 이적 후 첫 홈런 영상은 못해도 백번은 넘게 본 것 같다.


오타니의 다저스 이적 후 첫 홈런


응원팀이 그날 경기에서 졌는가? 늘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다짐을 하지만 사람인지라 응원팀의 패배가 반가울 리 없다. 하지만 괜찮다. 내일의 경기가 또 있기 때문이다. 야구 시즌은 길다.


스마트폰은 잠시 주머니에 넣어두고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해 본다. 오늘 패배의 쓰라림은 뒤로 하고 내일 있을 경기를 들뜬 마음으로 기다리며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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