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는 거죠..
'동기' 혹은' 동기부여'의 전성시대를 살고 있다. 다양한 곳에서 동기부여, 동기자극이라는 말이 사용되지만, 공부와 관련해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오죽했으면 '동기부여'란 말이 '학습자의 학습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라고 해서 학습분야 전문용어로 사전에 올라있다. 이는 국립국어원의 설명과도 일치하고 표준 국어대사전에서 검색을 해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온다.
동기는 중요한 요소다. 무슨 일이든 시작을 할 때 '해야 하는 이유',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집중력이 오래 유지되고 원하는 것을 가졌을 때 성취욕도 클 수밖에 없다. 당연히 그다음 목표를 향한 동기가 생기고 더 열심히 노력하는 선순환 구조도 생긴다.
학생들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자신이 원하는 목표나 꿈이 없이 그저 공부와 마주하게 되면 '일' 그것도 '하기 싫은 일'에 지나지 않는다. 스스로는 한다고 했지만, 결과에는 변화가 없고, 여전히 '목표 없는 공부'는 억지춘향보다 나은 게 없다. 당연히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가 없고 무한 시작과 포기가 되풀이되는 작심삼일이 될 수밖에 없다.
'선생님.. 공부는 왜 해야 돼요?'
'공부에 별 흥미가 없는데, 자꾸 공부 말고는 답이 없데요.'
'공부 말고 다른 거 하고 살아도 행복하지 않을까요?'
는 공부하기 싫은 녀석들의 단골 질문이다. 학생들이 푸념처럼 늘어놓는 질문이 충분히 수긍이 간다. 공부가 인생의 다가 아니고,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공부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공부에 재능이 없는데, 학교를 마치고 늦은 시간까지 학원을 다니고 감옥과 다를 바가 없는 관리형 독서실에서 앉아 있으면 '지금 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공부의 범위를 '책'에 한정하지 않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알기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 비록 학교라는 권위적이고 재미없는 공간에서 네모난 똑같은 교과서를 통해 세상을 배워야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는 있다. 호르몬의 영향으로 차분하게 있는 것보다 움직여야 하고 반항기 가득한 시기에는 도통 학교라는 공간이 마음에 들기 어렵다. 거기에다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에는 책 보다 더 많고 신기한 세상이 들어있는데도, 이 놈의 제도는 아직도 교과서로 가르치고 교과서로 시험을 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걸 교육 또는 공부라고 부르며 인생의 필수적인 통과의례로 암묵적인 합의를 해놓은 상태다. 아이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어른들 마음대로.
하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배워야만 하고 싶은 일을 알 수 있다. 태어나면서 '응애~'하고 우는 대신에 '변호사', '운동선수', '간호사'라고 울면서 본인의 목표와 인생의 운명을 알리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기능이 인간에게는 없다. 그래서 배워야 하고, 그 배움을 제도권 안으로 가져오면서 다소 딱딱하고 고리타분해졌지만 보통교육의 방식이 일반적인 공부와 배움의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책 속의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살 수 있는 지혜를 익히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무슨 X 같은 소리냐고 했지만, 살아보니 정답다. 하지만, 지혜를 배우는 시작점도, 그리고 지혜로움을 조금 더 지혜롭게 쓸 수 있는 길은 공부와 배움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세상을 해롭게 하는 '공부 많이 한 사람'은 역사 속에도 많고, 지금도 많다. 틀림없이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아니다. 정말 제대로 했으면 공부와 배움을 통해 자신도 성장하고, 세상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그러니, 공부를 '제대로' 해야 한다.
그래도, 공부를 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면?
실은 제도화된 사회를 살아가면서 규칙으로 정한 일정 수준의 배움과 공부는 '의무'에 가깝다. 특정 직업을 갖기 위해, 취업을 하기 위해 자격증을 요구하는 것도 배움과 공부를 하고 오라는 뜻이다. 꼭, 꿈과 목표가 있어야만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라면 일단 시작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반드시 1등을 할 필요도 없다. 타고난 지혜를 조금 더 지혜롭고 쓰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꿈이 뭐냐?',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이유가 뭐야?'라는 질문에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이 생겼는데, 그 일이 공부와 관련된 일이면, 지금 노력하지 않은 게 후회될까 봐요. 그냥 해야 하는 거면 좀 열심히 하고, 잘하면 좋잖아요.'라고 답하고는 문제를 풀던 학생이 생각난다.
오늘부터 동기를 '그냥 하는 거죠.'로 잡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