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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

흙수저의 슬픔

by 열정적인 콤플렉스

원점. starting point.

시작이 되는 출발점. 또는 근본이 되는 본래의 점.


원점으로 되돌려, 무엇인가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은 많은 용기와 에너지가 필요하다. 치열한 노력과 고민, 갈등을 극복하며 일정한 진전을 이룬 것을 처음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실수는 성공을 향해 가는 밑거름이고 필연적으로 거쳐야만 하는 일이다. 되돌림 없이 시작 전부터 철저한 사전 조사와 준비로 시행착오 없이 목표지점을 향해 쉼 없이 나갈 수만 있다면 이보다도 아름다운 이야기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은 아쉽게도 그런 전지전능한 능력을 유전적으로 부여받지 못했고, 후천적인 학습을 통해서도 얻디 못했다. 당연히 우리는 되돌림과 원점을 경험하게 된다.



성공한 사람들은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공을 이루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실패를 겪고 원점으로 되돌린다는 것은 다시는 일어설 수 없다는 것을, 실패를 거울삼아 다른 방법을 통해 목표했던 곳으로 갈 수 없음을 명확하게 확인시켜 주는 일이 된다. 실패를 통해 자기반성을 하고,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하고 인내심과 회복력을 키운다고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맞다. 쉬운 일이 아니니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과론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패를 통해 배운다. 하지만, 실패를 통해 배운 점을 다시 펼쳐볼 기회를 부여받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실패자로 낙인찍히고 신용불량자가 되어 나락에 빠진다. '다시 한번'에 인색한 대한민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실패 이후에 펼쳐질 자신의 삶을 직간접의 경험을 통해 배우고 경험한 사람들에게 실패란 너무나 두려운 '벽'과 같다. 도전하지 않고 안정적인 것만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도전의식이 없다, 패기가 없다고 말하기 전에 과연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실패한 사람에게 손뼉 쳐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가 실패에서 배운 경험을 살려 다시 한번 도전해 볼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금수저야 두 번, 세 번 시도해 볼 수 있지만, 흙수저는 실패하면 그나마 있던 흙수저마저 없어진다. 똑똑한 10대들이 왜 전부 의사가 되려고 하는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충분히 10만 명이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도 있는 아이들이 '안정적인' 거기에 더해 '사회적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의사라는 직업에 쏠리는 지를 우리는 '원점'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누군가에게 실패에서 배워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 보라고 말하기 전에 과연 우리 사회에 원점이라는 것이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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