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팔로우십으로 돌아간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평가요소에 '리더십'이란 항목이 떡 하니 자리를 잡으면서 너도 나도 리더십을 갖추고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그야말로 리더십 전성시대가 고등학교에서 벌어진다. 물론, 종합전형으로 대학을 가려는 의지와 노력을 하는 학생들에게 국한되는 이야기지만, 3등급 중후반, 인심 후하게 4등급 초반까지를 종합전형을 통해 'In 서울'을 노리는 학생들로 봤을 때 40%가 넘는 비율이니 살짝 과장을 더하면 리더십 전성시대가 맞다. 리더십은 작은 항목임에도 불구하고 입시라는 촘촘한 줄 세우기 전쟁에서 하나라도 더 돋보이기 위해, 그리고 나머지 평가 항목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지만 흔히 사용하고 많이 들어본 리더십은 꼭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학부모님이나 학생들에게 '리더십만 공동체에 기여하는 인성이 아니다', '팔로워십도 굉장히 중요한 역량이고 공동체가 그 목적을 향해 나아가고 성취하는 데 반드시 중요한 역량이기 때문에 이를 드러내도 평가에는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는 말을 하면 표정이 밝지 않다. 우리 아이의 학생부에 리더십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건가요?라는 질문이 바로 이어진다.
리더십이란 말이 사회에서 통용되는 의미와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의미하는 리더십이 다르다. 성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리더십운 '직위' 즉,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직위에 있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혹은 부여되는 역량이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임원을 해야 하느냐는 고민과 연결되고, 모둠 활동에서 팀장 역할을 여러 번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리더십을 드러내야 한다고 믿는다. 입학사정관 전형이었던 시기에 임원을 역임한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이 있었던 것도 이런 생각이 굳어지게 만드는 게 큰 기여를 했다.
임원을 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임원을 하면서 기여한 바, 노력한 바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임원을 하지 않았더라도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고, 학생의 도전과 협력, 자기희생과 자기 노력, 조화와 공존의 과정이 객관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 리더십이 된다. 굳이 불편하게 느낄 팔로워십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하지만, 팔로워십은 굉장히 중요한 항목이고 내가 속한 사회와 그룹의 유지와 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다.
샘 리처드 교수의 <스위트 스팟>에서 리더십과 팔로워십에 대한 설명들이 제법 도움이 된다.
제가 생각하는 리더십은 팔로워십은 단순히 이끄는 사람과 따르는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 속에서 만들어지는 필수적인 조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략) 리더십은 단순히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룹의 생존과 조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중략) 팔로워십은 리더를 신뢰하고 따르는 태도를 넘어, 집단이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조화를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중략) 팔로워십에 대한 오해를 주로 팔로워를 독창성이 없는 존재로 여기는 데서 비롯됩니다. 그러나 강한 팔로워는 리더의 의도를 이해하고 그룹의 관계와 흐름을 고려하며 그 의도를 실현하기 위해 행동합니다. 그들은 단순히 리더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리더가 직면한 문제를 이해하고, 그룹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화롭게 협력할 방법을 찾습니다. (중략) 좋은 팔로워는 리더의 권위를 훼손하지 않으며 자신의 역할을 통해 가치를 더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그룹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내가 이 그룹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방법은 무엇일까?"
"내 이 행동이 그룹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탄력성이 커지는 사회, 그리고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는 상황이 많아지면서 리더의 지위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충실한 팔로워십을 통해 리더의 역할과 역량을 확인하고 습득한다면, 다음번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그룹을 더 잘 이끌 수 있다. 우리는 리더십 전성시대가 아니라 팔로워십 전성시대를 살고 있다. 그리고 둘을 기계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으로 받아들이고 준비를 해야 한다. 리더가 리더일 수 있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팔로워와 그들의 훌륭한 팔루워십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