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아르코문학창작기금 희곡부문 선정작
준성, 양희를 본다.
준성 (양희에게 다가가면서) 아, 안녕하세요. 어르신. 저 노인복지관에서 나왔습니다.
양희 어디?
준성 노인복지관이요. 혹시 괜찮으시면 안으로 들어가도 되나요?
양희 복지관? 어어, 들어와. (평상에 앉는다)
준성 (평상으로 가서 앉으면서) 아 네 감사합니다. 노인복지관에서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 기초조사를 하는 중입니다. 간단하게 설문조사를 할게요. 괜찮으시죠? (바로 서류를 꺼낸다) 그 지금 혼자 사시는 거 맞죠?
양희 그치
준성 (서류에 체크하면서) 자녀는 몇 분이세요?
양희 다섯 명.
준성 아들딸?
양희 아들 셋, 딸 둘.
준성 이 집은 자가?
양희 그치.
준성 수입?
양희 없지.
준성 경로당?
양희 가지.
준성 얼마나?
양희 만날.
준성 건강은?
양희 (몸을 구석구석을 두들기면서) 이 나이 되면 성한 곳이 없어. 다 고장 났지.
준성 (서류를 보며) 네, 얼추 된 것 같고··· 그럼 어르신 도장 있으시죠? 도장 좀 찍을게요.
양희 도장?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도장 있지. 잠깐만 기다려 봐.
양희, 상수로 퇴장.
준성, 서류를 얼추 보고 평상에서 일어나 집 구경을 한다.
준성 와, 어르신 집 관리를 진짜 잘하셨네요. 엄청 좋아요.
(긴 사이)
장수, 상수에서 등장. 도장을 준성에게 건넨다.
장수 인주가 있나?
준성 네. 여기 가지고 있습니다. (주머니에서 인주를 꺼내고 도장을 서류에 찍는다) 감사합니다. (집을 보면서) 이거 다 어르신이 만드신 거세요? 집이 너무 좋아요. 저기 저 신발장인가? 서랍장이랑, 저 나무 창문도 이쁘네요?
장수 원래 목수일 했다. 몇 해 전만도 여서 잘나가는 목수였지. 허리를 다쳐서 일도 못 하고 그냥 틈나면 간간이 등산이나 조심히 하면서 죽는 날만 기다리는 중이야.
준성 아··· 근데 실력이 정말 좋으세요. 여기 집도 참 예쁘고, 경치도 너무 좋네요. (앞을 본다)
장수 처음에나 좋지 만날 보면 어딜 가나 똑같지. 이런 풍경은 (사이) 며느리들이나 올 때 좋아하더라. 손주들이랑. (사이) 내가 죽으면 누가 내려는 올라나. 아무도 안 살면 이 집도 수명이 다한 게지. (앞쪽을 보면서) 저 집 보이지? 창 크게 난 집.
준성 네네 보여요. 좋네요?
장수 좋긴 뭐가 좋아. 저 집 자리가 원래 내가 지었던 집이 있었어. 근데 그 망할 노친네 지하에 눕고 나서 그 자식 놈이 바로 지 별장을 새로 짓더라고. 봐 봐 저게 어디 이런 시골에 어울리는 집이야?
준성 아.
장수 정 씨도 틈만 나면 자식 놈 욕을 바가지로 하던 게 생각이나. 생전에 찾아오지도 않던 놈들이 노인네 돈이나 빼돌리고. 어휴. 사는 게 이런 거지 하면서도 다시 생각하면, 아직도 혈기가 남았나 여 가슴에 뜨거운 게 치밀더라니까. 씨부럴. 나도 아직 죽기는 아쉬운가 봐. 젊음이 어디 갔나. 참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