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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쏨 Sep 17. 2022

환경운동가는 아닙니다만,

천연화장품은 친환경인가요?

환경운동가는 아닙니다만,


천연화장품은 친환경인가요?





미리 캔버스 작업물 @해피쏨





 ‘천연재료로 화장품을 만들어서 사용해요’ 란 말은 되도록 피한다. 이 말을 내뱉는 순간 가족들의 피부 트러블이란 다분히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시작한 천연화장품 만들기가 일순간에 나를 대자연을 수호하는 환경운동가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연을 보호하는 것에 무신경한 편은 아니지만 행동의 기준점이 높아지는 초록 딱지가 붙으면  까슬까슬 불편하다. 이런 까닭에 지난 6년 동안 환경을 생각하며 천연재료를 고르고 천연화장품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은 나만의 비밀로 간직한다.  


  그동안 천연재료를 선택하고 화장품 레시피를 만들었던 기준은 온전히 ‘사용할 사람의 피부’다. 내가 쓰고, 내 아이들이 쓰고, 내 남편이 쓰고, 내 조카와 내 지인들이 사용하는 것들이니 당연히 유기농 재료만을 엄선해서 사용한다. 합성화학물질이나 유전자 변형으로 만들어진 재료를 제하게 되는 이유는 이 원료들이 호르몬 기능을 파괴하고 암을 유발하는 등의 건강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완성품에서 유기농 재료와 일반재료의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없고 오히려 합성화합물을 사용해야 기성 제품의 부드럽고 흡수가 빠른 사용감을 따라갈 수 있어 매번 고민하게 되는 화학재료들도 있다. 천연 로션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약 4가지의 오일과 4가지의 천연추출물, 2가지의 워터 등 천연방부제와 기타 재료들까지 합하면 총 열 개가 넘는 재료들이 사용되는 까닭에 완성품에서 어떤 재료가 얼만큼의 효과를 가져오는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그러므로 화학비료나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유전자 조작 없이 재배된 식물로부터 나온 천연추출물을 사용하는 이유는 철저하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동했기 때문이다.  






미리 캔버스 작업물 @해피쏨



  고백하자면 나는 화장품 만들기의 전 과정을 통틀어서 제일 마지막 단계인 완성품에 예쁜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을 제일 좋아한다. 분명 안에 내용물은 똑같은데 스티커를 붙임으로써 내용물의 효과가 상승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100원짜리 스티커 하나로 마트 진열대에서 흔히 보아온 세제용기가 단숨에 백화점 진열장에 놓이게 되니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선물해야 할 일이 있으면 내용물  만큼이나 더 신경 쓰는 부분이 포장이다. 예쁜 선물상자에 습자지를 꾸깃꾸깃하게 구겨 화장품 용기 주변을 감싸면 필요한 것 반, 필요하지 않은 것 반으로 채워진 천연화장품 선물세트가 완성된다. 선물용이 아니라면 굳이 스티커까지 붙여가며 사용할 필요는 없지만 가끔은 집에서 쓰는 화장품 용기에도 스티커를 붙이고 싶은 날이 있다. 확실히 스티커가 붙은 용기의 제품을 사용할 때마다 피부 속 수분이 채워지는 느낌이 달라지는 걸 보면 스티커도 당당하게 기능성 화장품의 재료에 끼워 넣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천연제품을 꾸미기 위해 사게 되는 스티커나 포장박스에는 보통 ‘natural’ 혹은 ‘organic’이라는 말이 꼭 들어가 있는데, 재활용이 불가능한 [natural] 표기의 스티커를 재활용하기 어려운 플라스틱 용기에 붙이며 천연과 천연화장품 사이에 괴리가 있음을 깨닫곤 한다.


화장품 만들기를 배울 때 선생님께 배웠던 꿀 팁 중 한 가지는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용기 대신 1회용 물약병을 화장품 용기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화학방부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아 사용기한이 짧은 천연화장품의 사용기한을 조금이라도 늘기 위해서는 공기와의 접촉을 줄이는 게 중요한데, 아이들의 물약을 담는 약병은 입구가 바늘구멍처럼 작아서 내용물과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말랑거리는 재질의 약병은 조금 찐득한 크림류도 쭉 짜기에 편하고 보통 사용하는 화장품 공병의 1/10도 안 되는 가격도 갖추었으니 가히 천연계의 꿀 팁이라 할 만했다. 나는 바로 100ml 물약병 100개를 주문서에 넣었다. 딱 하나의 단점이라면 입구가 좁고 열에 취약하여 80도 이상의 물로 씻고 알코올 소독을 해야 하는 세척이 불가능한 1회 용품이라는 점이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그래서 친환경이 뭔데?’라는 생각이 불쑥 끼어든다. 나도 알고 싶다. 천연화장품은 친환경인가요? 이토록 횡설수설하는 이유는 알면 알수록  스스로 이 행동이 친환경인지 아닌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천연화장품을 만들면서 이렇게 거창한 이야기를 하게 될 줄이야. 글을 쓰다 보니 나는 역시,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가끔 한 번씩 ‘흠, 이게 친환경은 아닌 것 같은데?’라고 의심하며 스스로에게 수상한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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