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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어른다운 풍경

내가 좋아하는 풍경

by 샨띠정

내가 어른이 되면서 부딪친 가장 큰 장벽이 있다. 넘어가기엔 너무 높고 커서 엄두를 내지 못하고 분투 중이다. 그것은 바로 어른다운 어른으로 살아가는 것인데, 그것이 이리도 어려운 일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

남편과 나는 장남과 장녀가 만나 가정을 이뤘다. 양쪽으로 동생들이 합쳐서 다섯이다. 작년 5월에 시아버님이 천국에 가시고 부모님은 이제 세 분이 생존해 계신다. 이제 우리도 꽤 나이가 많은 어른이 되어 버렸다. 아무리 수명이 길어졌다 해도, 아직 청년이라고 자부해보기도 하지만 소용없지 않은가? 이미 나이 많은 어른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과연 나는 어른다운 어른의 모습으로 나이 들어가고 있는 것일까? 앞서 말했듯이 그게 이리도 어려운 일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그저 나이가 많아지면 누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훌륭한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상상했던 존경스러운 어른이.


과연 우리는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지혜와 통달을 보유한 어른이 될 수는 있다는 것일까? 생애 가운데 가능한 과업이긴 한 걸까?

지금의 우리 모습을 살펴보면 아직 멀고도 먼 길일뿐이다.

장남 장녀로 태어나서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여 누구보다도 든든한 언니 오빠로, 형과 누나로 형님과 손윗동서로, 무엇보다 부모님의 버팀목이 되어 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대체로 장남 장녀는 사회성도 부족하고, 투지도 약하다. 어설프고 무르다. 부모님도 첫째 아이를 낳아 키우시며 인생 최대의 새로운 경험을 통해 고군분투하셨으리라.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길러내셨을 게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장남 장녀들은 동생들에 비해 철이 없는 편이며, 어딘가 부족한 면이 많아 보인다. 대체로 그래 보인다. 우리도 그렇다. 그렇다고 모두의 이야기는 아니다.


누구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오히려 동생들은 우리보다 더 어른스럽고 반듯하지 않은가? 지나고 나면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다. 돌이키고 싶은 내 마음의 소리가 아우성친다.


'그렇게 말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되었는데, 조금 더 인내했어야 하는데, 말을 아끼며 더 진중했어야 했는데, 왜 그렇게 가벼이 했단 말인가.'


나는 어른다운 어른의 모습이 있는 풍경을 좋아하고 원한다. 어린 시절 아이의 눈에도 어른들을 바라보며 누가 진정한 어른다운 어른인지 분별할 수 있지 않았던가? 어린아이의 맑은 눈으로 읽힌 어른의 모습은 정직하다. 동심으로 꿰뚫어 찾아내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 내 모습이라면 소원이 없겠다. 포기하지 않고 힘써 나아가고 싶다.


입에 지혜의 말이 있고, 탐욕으로 남을 깎아내리면서 자신이 높아지려 하지 않으며, 생명을 존중하고 귀히 여기는 어른.

싸우려 하기보다는 인내하며 양보하고, 자신을 낮추며 상대를 높여주는 너그러운 마음을 소유한 어른.

약한 자를 업신여기지 않고 긍휼과 존중의 마음으로 사람을 일으켜 세워주는 어른.

올바르지 못한 것과 맞설 줄 알며, 자신의 유익 앞에 타협하지 않는 견고한 소신으로 살아가는 어른.


그런 어른들이 함께 하는 풍경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렇지 못한 자신이 못내 부끄럽다. 대체 희망이라는 것이 있기나 하는 건지 의심스러울 때가 무수히 많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다.


어른다운 어른들과 함께 우리 또한 세상을 썩지 않게 하는 소금처럼, 어두움 끝에 빛으로 밝히는 그런 어른으로 성장해 가길 바란다.

내가 의지하고 존경하며, 본받을 만한 어른이 곁에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마음을 부요하고 안정되게 하는지 우리는 알지 않는가?


어른스럽지 못한 내 모습에 용서를 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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