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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랑스러웠던 순간들

자신을 다독이며

by 샨띠정 Feb 0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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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울적하고 힘들 때는 나 스스로 뿌듯하고 자긍심을 갖게 했던 순간들을 떠올려 본다. 어려운 순간을 이겨내며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회복탄력성지수나 자기 효능감을 끌어올리기에도 좋다.

회복탄력성지수(RQ, Resilience Quotient) 은 심리학에서 역경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의 정도를 총괄하여 하나의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감정통제력, 충동통제력, 낙관성, 원인분석력, 공감능력, 자기 효능감, 적극적 도전성의 7가지 요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도 자기 효능감은 특정한 상황에서 자신이 적절한 행동을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신념이나 기대감을 말한다.(출처. 국어사전)


나는 지금 나 스스로에게 감사하고, 자랑스러워했던 순간을 꺼내 보려고 한다. 자신에게 꽤 괜찮다고 어깨를 두드리며 입꼬리가 올라가던 순간들을 말이다. 그러면 지금 이 순간 내가 감당해야 할 어려움 따위는 감당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나의 약함을 인정하며 주님을 의지하며 바라보게 되는 순간도 고귀하고, 주님으로 인해 벅차고 기뻤던 그 모든 경험도 내게는 너무나 소중할 뿐이다.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갖게 하며, 어떠한 순간에도 감사할 수 있을 테니까.


 나를 살펴보자면 나는 생명과 돌봄에 대해 의미를 두고 있다. 살아있는 생명, 하늘이 내리신 생명을 귀하게 여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곤충들 까지도. 생명을 지닌 모든 것을 존중하고 사랑한다.  


나는 내가 나의 반려견들을 사랑으로 돌보며, 정원의 꽃들과 장미, 텃밭의 야채들, 허브밭의 온갖 허브, 그리고 살구나무와 사과나무, 목련, 벚꽃나무들까지 사랑을 담아 물을 주고 곱게 키워내는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초록 잔디밭을 가꾸고, 꽃들이 만발한 꽃밭을 일구고, 주렁주렁 열매 맺으며 먹거리를 제공하는 채소들을 잘 돌보는 나 자신이 대견했다. 그런 아름다운 정원에 반려견들이 뛰어놀고 함께 거니는 그 순간은 얼마나 아름답던가? 그 속에 내가 있다.


처음 이곳에 오래 묵혀있던 땅을 개간하고, 건축을 하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신 하나님처럼 아무것도 없는 흙마당을 아름다운 정원으로 만들었다. 나는 그런 나 자신이 무척이나 좋았다. 봄날에 피어나는 새싹과 꽃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고, 뜨거운 여름날엔 땀을 비 오듯 쏟으면서도 정원을 들락거렸다.


하나님의 창조 섭리와 질서를 배우면서 순종하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던 나를 사랑한다. 불가능했을 그 많은 일을 주님 의지해서 이루었으니 나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다. 비록 이 일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지만 말이다. 나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어린 시절 부모님께 기쁨을 드렸을 때마다 나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한국무용대회에서 상을 타고, 미술대회에서도 수상하며, 피아노 독주도 하고, 공부도 곧잘 했으니 큰 딸로서 부모님께 자랑이 되어 드린다고 여겼다.

무엇보다 성인이 되어 부모님께 큰 기쁨을 드리며, 나 스스로에게 감사하고 감격했던 순간은 해외생활을 하면서다.

달 동안 영국으로 여행을 오신 부모님을 모시고 영국 각지와 스코틀랜드를 함께 두루 다니면서 느꼈던 큰 기쁨은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인도에서도 2개월 동안 오셔서 함께 지내시며, 인도를 여행하며 누리던 시간이 허락되었다. 부모님께서 기뻐하시고 행복해하시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 가슴이 뛰었다. 부모님 생전에 함께 즐거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특별한 경험과 추억을 선물해 드릴 수 있어 감사했다.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인도에서 주인도 한국문화원에 근무하며 인도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던 일은 더없이 기쁘고 감사한 일이었다. 학생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았던가? 그런 나에게 잘했다고, 수고했다고, 어깨를 두드려주고 싶다.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분이 인도에 국빈으로 방문하셨을 때도 인도 학생들과 함께 환영식을 준비하고, 공연을 하며 나라의 어르신을 직접 뵈옵고 사진을 찍던 순간들을 잊지 못한다. 아마 내가 죽음 앞에 서는 날까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전성기가 아니었을까?


다 죽어가는 우리 집 반려견 백설이를 두 번이나 살려냈다. 죽음 앞에 서 있는 강아지를 울면서 기도하며, 돌보고 치료하여 무사히 다시 살려낸 나 자신에게 상을 주고 싶다. 그 백설이가 지금 내 앞에 건강하게 있지 않은가? 다시 얻은 그 생명에 감사하다.


나는 기억한다. 역경을 이겨낸 나 자신을. 터널을 통과해 낸 나를. 애쓰고 노력하여 결실을 맺은 나를 잊지 않고 있다.


작년 6월에는 내가 계획하고 바라던 대로 수차례의 산고를 거쳐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했다.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두란도서원과 종로서적에서 내 책이 꽂아진 것을 보았다. 유명 작가도 아닐뿐더러 많이 팔리지 않은 책이기도 하지만 나는 감사할 따름이다.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내 책을 읽고 전화를 걸어오는 이들, 감상문을 써서 보내주는 이들, 울면서 읽었다며 감동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힘을 얻고 위로를 얻었다. 얼마나 감격하고 가슴이 뛰었는지 모른다.

완벽하지 않지만 좋은 책을 낳아 준 나 자신에게 고맙고, 어깨를 토닥이며 칭찬한다. 여전히 글을 쓰면서 또 다른 책을 준비하면서 포기하지 않는 나 자신을 격려한다. 내 글을 좋아하고 기대하는 단 몇 사람의 독자가 있다면, 나는 계속 글을 쓸 것이다. 글 쓰는 일을 멈추지 않을 작정이다. 누구보다도 남편과 우리 부모님은 나의 열렬한 독자시니 기쁨으로 글을 쓰려한다.


수술이 코 앞에 왔다 할지라도, 우리 집안에서 수술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 될 거라고 하시는 엄마의 애잔한 말 한마디가 내 마음을 울려도.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주님이 날 귀하다 하시지 않았던가?


"너는 사랑하는 내 딸이다."(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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