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토끼 '쵸코'

예쁘지 않아도 괜찮아

by 샨띠정

비가 그치더니 노을 진 하늘에 선명하고 신비로운 무지개가 둥그렇게 떠올랐다.

무거운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주섬주섬 챙겨서 내게 주어진 일들을 하나씩 감당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날 위한 하늘의 선물이다.

저녁 하늘에 무지개가 떴다. 날 위한 약속의 무지개다. 노아 홍수 뒤에 보여주신 그 약속의 무지개.

저녁 하늘에 뜬 무지개

우리 집 토끼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장군이가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토순이 두 마리의 목숨을 잃게 했고, 오레오는 도망쳐서 찾을 길이 없다. 후레시를 비추며 곳곳을 찾아 누볐지만 결국 오레오를 찾지 못했다. 추석 명절을 보내느라 우리도 정신이 없었으며 장군이와 꽃순이도 소외감을 느꼈을 것이라 여겨진다.


추석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장군이가 풀려서 마당에서 꽃순이와 놀고 있는 광경을 본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곧바로 오레오에게 가보니 토끼집이 튼튼하게 지어진 게 아니라서(내가 만든 토끼집 수준이다.) 엉망진창으로 뒤집혀져 있었고, 오레오는 보이지 않았다.


다시 딸아이의 입에서는 통곡 소리가 터져 나왔고, 나도 눈물이 흐를 것만 같은 것을 꾹 참았다. 허탈감이 몰려왔다. 그저 어딘가에 건강하게 살아있기를...

사체를 찾지 못했으니 살아있으리라는 작은 희망으로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삼았다.

그리운 토순이와 오레오

그렇게 우리는 다섯 마리의 토끼를 떠나보냈다.

가슴 아프게 슬피 우는 딸아이의 마음을 위로하는 길은 다른 토끼를 데려오는 것밖에 도리가 없었다.

동네 어르신께 찾아가 토끼 한 마리를 더 데려오기로 했고, 우리는 새로운 가족이 될 토끼를 위해 조금은 튼튼한 토끼장이 필요했다.


마침 동네 고물상에 토끼장이 들어왔다고 해서 만원을 주고 얼른 차에 싣고 와 새 토끼 식구를 맞이할 준비를 끝냈다.


어르신 댁 토끼장 앞에 섰을 때 나와 딸아이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예쁜 토끼들은 온데간데 없고, 쥐처럼 생긴 안 예쁜 아기 토끼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토끼가 싫으면 안 키우는 거야. 잘 결정해."


고민을 하던 딸아이가 예쁘지 않아도 키우겠다고 마음을 정하고, 우리는 찐한 갈색 털을 가진 아기 토끼의 이름을 '쵸코'라고 지어줬다. 초콜릿 색이었다.

우리 집 새식구 쵸코

쵸코를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뭉텅 올라오더니 데려오길 잘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예쁘지 않아서 선택받지 못했고, 우리에게 마저 사랑받지 못할 뻔한 아기 토끼 쵸코.

그동안 예쁘고 마음에 드는 토끼들만 데려왔던 것에 대한 찔림과 미안함마저 들어 쵸코를 더 지켜내며 사랑을 주겠노라고 다짐을 한다. 예쁘지 않아 썩 내키지 않아 했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예쁘지 않아도 괜찮아. 너는 이제부터 쵸코야."


외모가 어떠하든 생명을 갖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존재 자체로 소중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실천해야 하는 순간이고, 그 기회가 왔다.


"꽃순이가 뭘 예쁘다고 데리고 다니고 그래~"


동네 어르신이 꽃순이가 다른 비싼 품종의 강아지들보다 안 예쁘다고 핀잔을 주셔도 나는 대답한다.

"제 눈에는 너무 예뻐서요."

우리 집 마당의 꽃순이와 장군이
외모 지상주의와 조금은 거슬러 살아보련다.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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