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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언 Apr 29. 2020

이 세상 하나뿐인 육아의 시작

너와 나의 육아 고리

나만의 육아를 찾으라한다. 창의성을 발휘하라고. 내 아이에게 딱 맞는 나만의 육아를 하라고. 그런데 해보니 사실 창의성까지도 필요 없었다. 이 세상 온갖 유명한 육아들 무슨 무슨 무슨 육아... 기껏 따라해봐도 되지 않았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그냥 이 세상 하나뿐인 육아가 시작될 수밖에.


수유텀을 맞추려고 얼매나 노력했는지. 세시간마다 한번 주고 푹 자고 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시도때도 없이 찾는 찌찌. 그나마 맞춰진다면 두시간. 그것도 어떻게든 다른데 정신을 팔리고 기를 써서 그렇게 되었다. 하다하다 힘들어 차라리 그냥 다 내려놓고 아이가 원할때마다 줘봤다. 이게 더 쉽네. 진작 이렇게 할 걸. 대체 무슨 고생이람.


통잠 재우려고 어찌나 신경썼는지. 통잠은 커녕 잠을 재우는 것조차 어려웠다. 잠 재우는데만도 기본 두세시간. 그래도 난 했다. 수면의식. 빛운동. 매일같이. 다 내려놓고 그냥 길게라도 자줬으면. 하루 8시간씩 잘때는 정말... 어르신이랑 사는 줄.


밥 골고루 먹이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어릴 때부터 아이주도 이유식을 했다. 이렇게하면 스스로 잘 먹는다며. 편식 없다며. 석돌까지 우유 치즈 맨밥만 먹은 우리 첫째. 야외에서 김밥 한 번 먹어보는 게 소원이었던. 요리 놀이, 촉감 놀이, 구강 자극, 안한 게 없. 지금은 잘 먹어서 다행이지만 그땐 진짜... 옆에서 골고루 먹기 괜시리 미안했다.


나름 교육열이 높았던 나. 일찍 첫째에게 통문자를 노출했다. 통문자 노출하면 조금씩 인식한다며. 그게 더 쉽다며. 그런데 글자 자체를 싫어하던 우리 첫째. 결국 하다 그만두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글자 인식이 늦는 아이는 통문자 좋지 않다. 청각 인식이 발달하면 자모 인식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맞지 않는 방식으로 배우면 읽는 게 느진단. 일찍 관둬서 어찌나 다행인지.



나는 그래서 우리 첫째를 키우며 세상 유일무이한 육아를 만들었다. '헬렌 육아'. 너좋고 나편한 그 육아.  른 사람들은 겪어보지 않은. 너와 나만의 찌릿찌릿.


우리 둘째를 낳고는 잠시 망각하고 그 헬렌 육아를 그대로 할 뻔 했다. 그런데 둘째님도 어찌나 개성이 강하신지. 또 다른 육아가 생겼다. '크리스 육아'. 오늘 아침에도 경비 아저씨가 안부를 물으셨다. 요즘 밤에는 아기 우는 소리가 많이 안들리네요. 네. 요즘은 좀 괜찮죠? 아마도 크리스 육아가 크리스에게 먹히나보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나의 천권 육아서 읽기는 사실 방법을 찾으려고 읽은 것이 아니었다. 하다하다 뭐 이런 경우가 있을까 싶어 증거를 찾으려고. 내가 하는 게 맞다는 증거를... 뒤지다보니 항상 뭔가 나왔다. 그렇게 나의 과학적(?) 검증이 시작되었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건 하나다. "나는 옳다!" 적어도 내 아이에게 만큼은.


그놈의 육아들 따라하지 말고 나만의 육아를 찾자. 내 아이가 세상 맘대로 안된다면 차라리 기뻐(??)하자. 어머나 우쭈쭈 너가 새로운 육아법을 나에게 전파하려고 그러는구나. 창의성따위 발휘할 필요 없게 도와줘서 고마워. 그냥 너의 눈을 보고 나를 믿을게. 이 세상 하나뿐인 너와 나의 소중한 시간. 같이 손잡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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