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게 데워드립니다
고독이 다녀간 자리는 매끈하고 따뜻하다.
홀로 있는 시간은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호수가 된다. 바쁘다고 밀쳐두었던 나 속의 나를 조용히 들여다볼 수 있으므로. 여럿 속에 있을 땐 미처 되새기지 못했던 삶의 깊이와 무게를 고독 속에 헤아려볼 수 있으므로. 내가 해야 할 일 안 해야 할 일 분별하며 내밀한 양심의 소리에 더 깊이 귀 기울일 수 있으므로. 그래, 혼자 있는 시간이야 말로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 여럿 속의 삶을 더 잘 살아내기 위해 고독 속에 나를 길들이는 시간이다.
- 시인 이해인 , <고독을 위한 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