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나의 상호작용
사용자가 집 또는 가구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부분에서는 ‘인터랙션’ 방식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우선 통행의 빈도가 잦은 방 문들은 ‘밀어서 여는 방식’의 여닫이문으로 설치했으며 문이 크거나 공간이 좁은 곳에서는 공간 활용을 고려하여 ‘좌우로 열고 닫는’ 미닫이문을 설치했습니다. 가구 중에서도 자주 열고 닫는 주방 붙박이장은 사용성을 위해 ‘손잡이를 당겨 여는 방식’으로 제작했고, 상대적으로 여닫는 빈도가 적고, 기능보다는 깔끔한 미관이 중요한 신발장과 안방 붙박이장은 손잡이 없이 ‘눌러서 여는’ 푸쉬 도어로 제작했습니다. 모든 서랍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부드럽고 천천히 닫히는’ 댐핑 기능이 탑재된 제품을 사용했습니다. 또 큰 창문의 커텐은 전동레일을 설치하여 ‘자동으로’ 작동되도록 했고, 작은 창문의 경우 원하는 만큼 ‘직접 조작’할 수 있도록 일반 블라인드로 설치했습니다.
이렇듯 사용 빈도와 패턴에 맞는 인터랙션 방식을 집 곳곳에 적용하니 집과 더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는 느낌이 들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총 3개월(기획 및 디자인 2개월, 시공 1개월) 정도가 걸린 프로젝트였습니다.
집의 전체적인 구조부터, UX, UI, 인터랙션까지 기획하고 매니징 하다 보니 점점 진행하면 할수록 한 손바닥에 들어오는 ‘앱'이든 30평짜리 ‘집'이든 결국 기술자들과 함께 제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두 업무가 너무 닮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물론 소음과 분진이 가득한 현장에서 작업자들을 관리 감독하고, 주민들의 민원까지 상대하며 만드는 제품은 깔끔한 사무실 책상에 앉아 맥북 펴놓고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만드는 제품과는 많은 차이점도 있었습니다. 또 공사 중에 생기는 변수들은 단순히 버튼 우측 마진이 안 맞는다거나 화면에 모달을 띄울 수 없다는 등의 가벼운 문제가 아니라 수도를 끌어올 수 없어 벽을 뚫어야 한다거나 마루를 철거하다가 보일러 배관을 건드려 누수가 발생하는 등 비교적 무거운 문제들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공사 기간에는 매일이 걱정의 연속이었고, 걱정보다 많은 변수들이 찾아와 힘든 날도 정말 많았지만 결국 아내와 저는 많은 우여곡절 끝에 dau가 2이며, 리텐션이 100%인 제품을 릴리즈할 수 있었습니다.